尹정부 신용사면자 41% 또 사면대상 포함…역차별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0월 26일 20시 11분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 당시 신용사면을 받은 286만 명의 수혜자 중 117만 명이 올해 이재명 정부가 실시하는 사면 대상에 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정권에서 혜택을 받았던 10명 중 4명 꼴로 신용사면 혜택을 중복으로 받게 된 것이다. 성실상환자들의 의욕을 저하시키고 신용사면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양산할 수 있는 만큼 중복 수혜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실에 따르면 작년 5월 윤 정부가 시행한 신용사면 수혜자 286만8000명 중 117만1000명이 올해 사면 대상에 또 포함됐다. 이들은 복수의 금융기관에서 진 다중 채무 중 일부에 대해 신용사면을 받았는데 올해 일부 연체를 또 사면받게 된 것이다.

정부의 신용사면이 이 같은 방식으로 이뤄진 것은 사면이 ‘개별 대출 건’을 기준으로 행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대출자가 10만 원씩 다섯 번을 대출받아 총 50만 원을 연체 중이라면 10만 원 짜리 연체 1건에 대해서만 사면(신용기록 삭제)해도 해당 건에 대한 연체 기록을 즉시 없앨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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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런 형태의 신용사면으로 인해 성실상환자들이 역차별을 받게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성실상환자는 개인 채무를 전부 자력으로 갚더라도 연체 이력이 최대 5년 동안 남게 된다. 일부만 상환하면 즉시 연체 기록이 지워지는 신용사면자 대비 신용점수 상승 폭, 추가 대출 여력 등의 측면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금융권에서는 정부 주도 하에 대규모 신용사면 조치가 발생하고 있지만 그에 상응하는 사후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용사면자들이 중복 혜택을 받을수록 성실상환자들의 박탈감이 커질뿐 아니라 사면자들의 도덕적 해이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2금융권 관계자는 “개인 신용점수 산정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카드론, 대부업권 대출 여부, 연체 이력 등”이라며 “신용사면 수혜자들은 카드론, 대부업 대출을 변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체 이력 삭제가 하위 금융권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만큼 신용 위험이 1금융권으로 전이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특정 개인이나 계층이 신용사면을 반복해서 받을 수 없도록 유예기간을 두거나 도덕적 해이 발생 시 연체 정보를 복원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일례로 영국은 ‘부채구제명령(Debt Relief Order)’ 제도를 운영 중인데 신청 자격에 ‘6년 간의 재신청 제한’을 포함시켜 뒀다. 신용사면 제도의 중복 수혜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해둔 것이다.
금융연구원은 “전방위적인 신용정보 삭제는 빚을 성실하게 갚는 유인동기를 악화시켜 채무 불이행의 발생 빈도를 높일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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