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오사카 엑스포가 일본 오사카 유메시마에서 ‘우리 삶을 위한 미래 사회 디자인’을 주제로 지난달 13일부터 10월 13일까지 일정으로 열리고 있다. 55년 만에 다시 오사카에서 개최되는 이번 박람회는 158개국과 7개 국제기구가 참여해 각국의 기술과 문화, 건축의 비전을 선보이고 있다. 엑스포의 중심 공간인 ‘그랜드 링(Grand Ring)’은 세계 최대의 목조 구조물로, 일본 전통 기법인 ‘누키(貫)’ 방식을 활용해 못 없이 나무를 결합한 구조다. 이는 지진에 강한 내구성을 지니며, 일본산 삼나무와 편백나무를 사용한 모듈형 설계로 해체와 재활용이 가능하다. 건축가 후지모토 소스케(소우 후지모토)는 이 거대한 링이 다양한 국가관을 품으며 ‘하늘 아래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철학을 공간으로 구현했다고 말한다. 거대함과 비싼 건축비로 논란도 있었지만, 2km의 덱 위에서 보는 엑스포의 풍경은 시각적 임팩트와 상징성에서 1851년의 수정궁이나 1889년 에펠타워 이후 가장 강력한 인상을 남기는 구조물이다.
‘마음을 모아(With Hearts)’라는 주제로 전통과 미래 기술을 새롭게 연결한 한국관 건축은 외형부터 차별화된다. 한산 모시를 현대 건축의 투과성 개념으로 재해석한 외피는 전통의 감성을 품으면서도 미래 지향적이다. 특히 10m 높이, 27m 폭의 미디어 파사드는 전시장에 들어오지 않아도 생동감 있게 그랜드 링의 상하부에서 영상으로 한국관의 핵심 전시를 볼 수 있도록 기획한 점이 창의적이다. 전체 건축은 간결한 박스 형태로 구성되어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건축이 사라진 풍경’을 지향한다. 이는 건축이 개별 형태를 드러내기보다 정보와 감성을 전달하는 매체로 변화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실험상자이다. 진입 공간에는 수공예 한산 모시로 제작한 기와지붕 형태의 빛 가리개를 설치하고, 이를 벽면에 반사하여 한옥의 품격 있는 곡선을 떠올리게 한다. 간결하면서도 전통의 정서를 세련되게 담아낸 이 공간은 많은 관람객들에게 강한 첫인상을 남긴다. 전시 연출은 세 개의 테마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관은 세계 각국에서 온 참여 관람객의 목소리를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하여 음악으로 바꾸고, 이를 씨줄과 날줄의 빛으로 표현하는 인터랙티브한 공간이다. 제2관은 수소 연료 전지 등 친환경 기술을 소개하며, ‘입김’으로 상호작용하는 체험을 통해 호기심을 자극한다. 제3관은 2040년을 배경으로 할아버지의 유물인 미완성곡을 K팝으로 완성시키는 소녀의 여정을 몰입형 영상으로 보여주는 스토리텔링 전시이다.
한국관은 현재 엑스포에서 긴 대기줄과 함께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건축이 사라진 풍경’이라는 실험은, 건축이 도시 장기판의 말과 같은 피동적 구조물이 아닌 끊임없이 생성되는 문화와 첨단 기술을 수용하는 ‘공간 브랜딩의 매개체’라는 관점에서 미래 건축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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