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 경영]‘공생’으로 생존역량 키우는 기업들
SK, ESG 우수 협력사에 인증-포상
LG, 납품 대금 챙겨주고 탄소 컨설팅
롯데, 파트너사 임직원들 콘서트 초청
현대차, 적십자사 응급안전교육 지원
‘서울세계불꽃축제 2023’에서 한화가 선보인 불꽃. 한화그룹 제공
《최근 ‘상생’은 재계의 경영 키워드 중 하나로 꼽힌다. 개별 기업을 둘러싼 공급망과 시스템 등 경영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이 기업의 생존을 결정짓는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더 이상 단일 기업이 자신의 핵심 역량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생존을 보장받을 수 없을 만큼 산업계는 복잡해졌고 기업 간 상호 의존성도 높아졌다.
상생 경영은 단순히 강자가 약자에게 베푸는 생색내기나 시혜적 차원을 넘어 발전에 필수적인 요소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경영 전략의 대가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기업들은 경쟁자를 죽이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서로 윈윈하는 포지티브 섬 경쟁으로 전략을 전환해야 성장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
기업의 상생 활동 지구 전체로 확대
상생의 주된 대상은 일차적으로 직접적 이해관계가 얽힌 협력사들이다. 이들에 대한 기술과 금융, 교육 지원 등을 통해 성장의 밑거름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점점 탈탄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 지원과 같이 기업의 즉각적인 경영 성과와는 거리가 먼 영역으로까지 활동 범위가 확대되는 추세다. 결과적으로 상생 활동의 영향력은 사회나 지구 전체로 확대되고 있다.
SK그룹은 협력사의 ESG 역량 강화와 불확실성이 큰 외부 환경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지원에 힘을 쏟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협력사들이 자발적으로 ESG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2022년부터 ESG 우수 협력사 인증과 포상을 시행하고 있다. 2002년 ‘하이닉스 협의회’를 결성한 SK하이닉스는 올해 협력사들의 ESG 현장평가와 컨설팅을 시행할 계획이다. SK머티리얼즈 에어플러스는 2월 청주에서 12개 우수 협력사와 ‘파트너스 데이’를 열고 이들의 성과를 공유하고 포상을 실시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국민건강, 환경, 문화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생 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와 함께 국민의 응급상황 대처 능력 향상을 위한 ‘찾아가는 응급안전교육’을 6월까지 실시하는가 하면 해조류 생태계를 보호하는 ‘바다숲 조성 사업’을 상반기(1∼6월) 안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문화예술계 저변 확대와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최근 미국 뉴욕의 휘트니 미술관과 10년 장기 후원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저소득 가정 등을 대상으로 한 기아의 노후 차량 수리 지원 사업인 ‘K-모빌리티 케어’는 9년째 이어지고 있다.
LG그룹은 그룹 차원에서 협력사 자금 부담 줄이기에 나섰다. 1월 설 명절을 앞두고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LG CNS 등 8개 계열사는 총 1조2500억 원 규모의 협력사 납품 대금을 최대 14일 앞당겨 지급했다. 이 시기 원자재 대금과 상여금 지급 등으로 자금 운용에 어려움을 겪을 협력사들을 선제적으로 지원하려는 조치다. 이 밖에 LG전자가 탄소배출 감축 컨설팅을 제공하는 등 협력사와의 녹색 동반성장도 꾀하는 모습이다.
상생은 미덕 아닌 생존 전략
롯데는 파트너사를 대상으로 한 문화공연 지원과 해외시장 판로 개척 등으로 상생 경영을 펼치고 있다. 3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파트너사 임직원 1300명을 초청해 롯데 행복나눔 동행 콘서트를 개최했다. 지난해 9월에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국내 중소기업의 현지 진출을 돕는 ‘대한민국 브랜드 엑스포’를 나흘간 열었다.
한화그룹은 금융 지원과 경영·기술 지원, 교육·인력 지원, 열린 소통 등 4대 실천 전략을 설정해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외 금융기관과 협력해 상생 펀드를 운용하는가 하면 생산성 혁신 컨설팅과 협력사 직원 임금 및 복리후생 지원 등의 방식으로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을 실천하는 방식이다.
이 밖에 포스코그룹과 GS그룹, LS그룹, 효성그룹 등 그룹별로 협력사와 그들이 소속된 생태계 전반의 동반성장을 지원하는 다채로운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는 기후 위기나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 불안 요소가 대두되는 것도 그 배경으로 꼽힌다. 한 개 기업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공통의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상생 경영은 더 이상 미덕이 아닌 생존 전략으로 격상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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