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항공사 대부분 연간 흑자 유력한데… 일부선 ‘임금 동결-재고용 지연’에 한숨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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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채권단 관리 체제로
자회사 에어부산 등 임금 동결
이스타항공 새 주인 만났지만
80명 수습 부기장들 복귀 못해

“실적이 좋으면 뭐 합니까. 우리에겐 남 얘기일 뿐인데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한 저비용항공사(LCC) 직원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항공사들이 역대급 실적을 내고 있지만, 일부 LCC 소속 직원들은 임금 동결과 재고용 지연 등의 문제로 씁쓸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2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올해 1∼9월 국적항공사 대부분이 영업흑자를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짓눌려 있던 여행 수요가 폭발하고 항공 운임까지 올라서다. 2018년 이후 5년 만에 주요 상장 항공사들 모두 연간 흑자가 유력하다.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도 3분기(7∼9월)까지 각각 1250억 원, 518억 원의 흑자를 냈다. 하지만 직원들은 2019년 이후 5년 동안 임금이 동결돼 있다. 2019년 일본 불매운동과 2020년 팬데믹 사태를 겪었고, 최근 몇 년간은 아시아나항공이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 관리 체제로 편입돼 있어서다.

직원들의 줄퇴사도 심각한 문제다. 에어부산 임직원 수는 2019년 1450여 명에서 현재 1260여 명으로 200명 가까이 줄었다. 에어서울도 직원들의 이직이 늘면서 1인당 서너 가지 업무를 맡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 LCC 노동조합 관계자는 “채용도 쉽지 않으니 일은 늘어나는데 사람은 없다는 불만이 커질 대로 커졌다”고 전했다.

2020년 파산 직전까지 몰렸다가 2021년 법원 회생 절차를 거치며 살아난 이스타항공은 새 주인을 만나 재도약에 성공했다. 항공기가 3대까지 줄었다가 올해 10대로 회복하며 국제선 운항도 재개했다. 회생 절차를 거치면서 정리해고를 한 직원 500여 명도 대부분 복귀했다. 그런데 당시 갓 입사한 80명의 수습 부기장들은 여전히 연락만 기다리는 신세다. 이들은 회사를 살리기 위해 희망퇴직에 서명을 했다. 회사의 재고용 의무 기한이 10월로 끝나면서 불안감은 더 증폭되고 있다. 이스타항공의 한 수습 부기장은 “회사에 미운털이 박힐까 봐 재고용 문의조차 못 하고 있다”며 “하루하루 마음이 찢어진다”고 했다. 이스타항공 측은 내년 새로운 비행기를 도입할 예정이어서 그때 채용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한 외항사 임원은 “해외 항공사들 중에도 팬데믹 기간 직원을 많이 해고했다가 회복기에 곤욕을 치른 곳이 많다”며 “국내 항공업계도 인력 관리에 좀 더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항공사#흑자#임금 동결#재고용 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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