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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가계 전시상황” 전세계 고금리 파동

입력 2023-12-05 03:00업데이트 2023-12-06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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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 고금리 후유증]
〈1〉 허리띠 졸라매는 각국 중산층
금리 인상에 이자 부담 눈덩이… 美-캐나다-유럽 “살림 팍팍해져”
내수 위축돼 기업 줄도산 우려도
지난달 14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한 마트에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6월 9.1%로 1981년 이후 최대 폭을 보인 뒤 올해 10월 3.2%까지 하락했지만 생활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고금리와 고물가 후유증에 각국 가계의 고통이 지속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신화 뉴시스크게보기지난달 14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한 마트에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6월 9.1%로 1981년 이후 최대 폭을 보인 뒤 올해 10월 3.2%까지 하락했지만 생활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고금리와 고물가 후유증에 각국 가계의 고통이 지속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신화 뉴시스
“한 달에 한 번 하던 외식도 못 할 정도로 삶이 팍팍해졌습니다.”

캐나다 서부 밴쿠버 인근에 거주하는 제니퍼 홀 씨(46)는 금리 인상으로 달라진 점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5년 전 변동금리로 60만 캐나다달러(약 5억7961만 원) 규모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것이 화근이었다. 계약 당시 연 2.7%였던 금리는 올해 6월 7%대로 치솟았다. 원금은커녕 이자를 갚기도 어려워진 그는 만기가 끝나기 전인 8월 연 5.8% 3년 고정금리 상품으로 갈아탔다. 홀 씨는 “5년 전보다 월 상환액이 950캐나다달러(약 92만 원)나 불어났다”며 한숨을 쉬었다.

지난해 이후 2년째 이어지는 고금리·고물가 현상으로 글로벌 경제가 충격을 받으면서 각국 국민들의 삶에도 큰 변화가 생기고 있다. 본보 취재팀이 미국과 캐나다, 유럽 등에서 만난 10여 명의 사람은 “(금리 상승 등 최근 경제 환경의 변화로 인해) 삶이 송두리째 바뀌었다” “살림살이가 전시 상태를 방불케 한다”고 털어놨다.

주요국들은 코로나 시기에 시중에 풀린 막대한 자금이 물가를 끌어올리자 앞다퉈 긴축을 시작하며 ‘유동성 잔치’를 끝냈다. 각국 중앙은행이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렸지만 생활 물가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끈적한(sticky)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있다. 그 결과 고금리 기조가 ‘더 높게 더 오래(higher for longer)’ 이어지며 전 세계 경제 주체들에게 고통을 안기고 있다. 이렇게 이자 부담이 높아지면서 각국에선 내수 불황과 소비 위축이 발생하고 있고 상업용 부동산 등 자산시장에도 연쇄 충격이 우려되고 있다. 빚 부담이 커진 한계기업의 줄도산 위기가 은행권 부실로 전이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내년 하반기부터 주요국이 금리를 내린다고 해도 이전 같은 초저금리로 돌아가기는 어렵다”며 “고금리로 장기 침체에 빠진다면 모두가 고통받기 때문에 신산업 육성 등 성장률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월급 40% 대출상환… 전세계 영끌족, 고금리 고통 시작에 불과”


〈1〉 허리띠 졸라매는 각국 중산층
캐나다 주담대 이율 3년새 5배로… 英선 月임대료 한번에 66만원 올라
저금리때 대출 늘렸던 젊은이들… “월세-점심값 전부 다 뛰어 부담 급증”
지난달 20일(현지 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교외 레가네스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이날 만난 하비에르 레투에르타 씨(30)는 "물가가 2배는 올랐다고 느낀다. 주변에는 자녀 갖는 것을 미루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마드리드=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지난달 20일(현지 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교외 레가네스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이날 만난 하비에르 레투에르타 씨(30)는 "물가가 2배는 올랐다고 느낀다. 주변에는 자녀 갖는 것을 미루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마드리드=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남편이 매달 벌어오는 돈의 40%를 주택담보대출 갚는 데만 쓰고 있으니 전시(戰時) 상황이 따로 없습니다.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어요.”

스페인 마드리드 교외 보아디야델몬테의 연립주택에 사는 주부 아나 힐 씨(55)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찾아온 저금리 시기에 대출 규모를 늘려 총액 30만 유로(약 4억2558만 원)를 변동금리 조건으로 상환하고 있다. 금리가 오르자 늘어난 부채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1000유로(약 142만 원)를 넘지 않았던 월 상환액은 1460유로(약 207만 원)까지 불어났다.

스페인의 금융소비자 보호 단체 ADICAE엔 최근 힐 씨와 같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족’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변동금리 주담대를 고정금리로 변경하거나 원금을 조기 상환하는 등 상환 부담을 줄이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변동금리 산정 기준이 되는 12개월 유리보(Euribor·유럽 은행 간 금리)가 지난해 7월 초 0.961%에서 올해 12월 초 3.902%로 급등했기 때문이다. 스페인의 변동금리 주담대 비중은 올해 10월 기준 약 75%로 한국(58.4%)보다 높다.

● 고금리 직격탄 맞은 글로벌 ‘영끌족’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계부채가 급증한 캐나다도 고금리 충격이 심각한 상황이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캐나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2.9%로 세계 3위였다. 한국(100.2%·4위)보다 높다.

샤나 리 캐나다왕립은행(RBC) 모기지 스페셜리스트는 “고금리의 충격은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주담대 이자가 1.1%까지 하락했던 2020년, 2021년 ‘영끌’한 고객이 많다”며 “그때 변동금리로 계약한 고객들은 현재 6%에 가까운 이자를 내고 있는데, 이자가 크게 늘어 원금은 갚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캐나다 모기지주택공사(CMHC)에 따르면 85만 캐나다달러(약 8억2111만 원) 이상을 빌린 대규모 주담대 보유자의 연체율은 지난해 3분기 0.08%에서 올해 2분기(4∼6월) 0.13%로 급등했다.

미국의 중산층도 고물가와 임차료 상승에 시달리고 있다. 미 뉴욕에서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프레드 맥널티 씨(30)는 올봄 맨해튼 북단 ‘워싱턴하이츠’ 지역으로 이사했다. 2021년 5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당시 월 1660달러(약 216만 원)였던 ‘할렘’ 지역 스튜디오(방이 없는 원룸) 월세가 2년 뒤 1970달러(약 257만 원)로 20% 가까이 뛰었다. 맥널티 씨는 기자와 만나 “현재 지역에선 방 2개 아파트를 월 2550달러(약 333만 원)에 구했다”며 “그나마 나는 경제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했다. 외식 습관도 바뀌었다. 팬데믹 이전엔 맨해튼 미드타운(시내 중심지)에서 간단한 점심을 먹으면 1인당 7∼15달러(약 9000∼2만 원)로 해결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15∼20달러(약 2만∼3만 원) 수준에 팁이 20%가량 붙어 부담이 커졌다고 했다.

● 긴축 여파로 월세 부담도 상승

금리 갱신 주기가 비교적 짧은 영국에선 연말까지 고정금리 주담대 150만 건의 만기가 돌아올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들어 영국의 주담대 금리가 급등해 7월에는 2년 만기 고정금리 평균이 2008년 이후 최고 수준인 6.66%까지 치솟기도 했다. 영국의 싱크탱크 국립경제사회연구소(NIESR)는 금리 인상으로 주담대 상환액이 늘어나 연말까지 120만 가구의 저축이 바닥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리 상승의 영향이 임차인에게 전가되는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올해 7월 영국 주택 임대료는 통계 발표 이래 가장 큰 폭(5.3%)으로 올랐다. 영국에서 근무 중인 직장인 박경민 씨(26)는 “주변에는 월세로 400파운드(약 66만 원)가 한 번에 뛰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선 고강도 긴축의 충격으로 세대 갈등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저금리 시기에 집을 산 중장년층과 달리 젊은층은 고금리에 집을 사기도, 가족을 꾸리기도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맥널티 씨는 “베이비부머들은 저금리에 집을 사고, 부부 중 한 명은 집에서 가족을 돌볼 수 있었지만 우리 세대는 맞벌이가 아니면 생활이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세계 경제 고금리 후유증

마드리드·런던=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밴쿠버=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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