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섭 KT號에 던져준 숙제…봉합·新청사진·소유구조 개편

  • 뉴시스
  • 입력 2023년 8월 6일 0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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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외부 CEO→3년 KT맨→다시 외부 CEO 시대 개막
조직 쇄신 담은 새 청사진 내놔야…소유구조 개편 ‘근원적 숙제’

KT가 새로운 사령탑으로 김영섭 전 LG CNS 사장을 낙점했다. 이로써 KT는 이석채·황창규 회장에 이어 세번째 외부 경영인을 맞게 됐다.

KT 이사회는 지난 4일 김영섭 전 LG CNS 사장을 CEO(최고책임자) 후보로 내정했다. 김영섭 내정자는 이달 말 열릴 임시 주주총회에서 승인 과정을 거쳐 정식 대표이사로 공식 취임한다. 주총 통과시 김 대표 후보자는 50여개 계열사와 5만여명의 임직원을 거느린 매출 25조원의 통신 공룡 KT를 이끌게 된다.

참여 주식 지분의 60% 찬성표를 얻어야 하는 관문이 남아있지만, 결격 사유가 없는 한 주총 승인과정에서 이변은 없을 전망이다. 주총 전까지 김영섭 대표 내정자는 경영권 인수인계를 받으며 실질적인 CEO직을 수행할 예정이다.

김 대표 내정자에게 던져진 숙제가 많다. CEO 선출 잡음과 KT 전 경영진을 상대로 한 검찰 수사가 이어지면서 한껏 위축된 조직 분위기를 다시 추스리는 게 김 대표 내정자의 가장 급한 과제다. 인공지능(AI) 시대로의 빠른 전환 속에서 KT가 추진해왔던 탈(脫)통신 신사업을 가속화할 수 있는 새로운 경영전략과 비전도 제시해야 한다.

정권 교체기 KT가 다시금 외부 입김에 휘둘리는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지배·소유구조를 근원적으로 바꾸는 고민 역시 차기 CEO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

◆뒤숭숭한 조직 분위기 추스리는 리더십 절실…디지털 플랫폼 전략 가속화할 청사진 내놔야

KT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차기 CEO 선임과정에서 거친 풍파를 겪어야 했다. ‘이권 카르텔’ 논란 등으로 KT 차기 CEO 후보자 선임 과정이 3차례나 번복됐다. 이 과정에서 본부·계열사 조직개편과 인사, 경영상의 주요 의사 결정이 9개월 가까이 지체됐다.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나 다름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구현모 전 대표 등 구 경영진을 겨냥한 검찰 수사도 진행 중이다. 임직원들의 사기는 바닥까지 추락한 지 오래다.

리더십 공백 상황에서 검찰수사까지 더해지면서 위축된 조직 분위기를 하루 속히 정상화 해야 하는 게 ‘발등의 불’이다.

이를 위해선 조직을 쇄신하고 그룹 성장동력을 가다듬기 위한 KT의 새로운 경영전략과 비전을 속도감 있게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영섭 대표 후보자는 경쟁사인 LG유플러스에서 CFO(최고재무책임자)를, LG CNS에서 CEO를 각각 역임했다. 특히 LG CNS를 이끌며 회사를 디지털전환 사업의 강자로 키웠다. KT가 역점사업으로 추진해왔던 디지털 플랫폼 사업을 본 괘도에 끌어올릴 장본인으로 낙점된 이유다. 윤종수 KT 이사회 의장은 김 후보자에 대해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KT가 글로벌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미래 비전과 중장기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 전략을 명확히 제시했다”고 평했다.

김 후보자에겐 이미 KT의 디지털 플랫폼 사업 도약을 위한 복안을 갖고 있다는 얘기로, 그가 구체적으로 제시할 청사진에 귀추가 주목된다.

◆ 중장기 비전 없는 KT 이제 그만…소유구조 개편 논의도 중장기 과제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되는 ‘CEO 교체 리스크’는 KT가 중장기적인 경영 전략의 근원적 한계로 지목돼왔다. 공기업도 아닌데 KT CEO는 정권이 바뀌면 스스로 물러나야 할 자리가 됐다. 이번에도 전임 CEO의 불명예 퇴진과 검찰수사 등 혹독한 홍역을 치러야 했다.

문제는 새로운 CEO가 취임하면 전임자가 추진해오던 중장기 전략과 비전은 폐기처분되는 악순환이 반복돼왔다는 것이다. 전임자가 성장동력이라 인수한 기업을 후임자가 팔아 치우는 식이다. 3년 뒤를 내다본 청사진은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소유구조 개편없이는 이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KT는 외부 입김에 휘둘지 않고 CEO의 전횡을 막겠다는 명분으로 정관 개정을 수차례 했다. 이를 통해 CEO 선임 절차와 기준 등을 구체화하고 이사회의 견제 기능을 강화했지만,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다. ‘주인없는 회사의 숙명 아니겠느냐“는 소리도 들린다.

KT는 정부 지분 매각 이후 이렇다 할 대주주가 없다. 13%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다. 돈 있다고 함부로 살 수 있는 기업도 아니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기간통신사 지분을 15% 이상 취득하려면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는 정치권이 단 1주의 지분도 없이 KT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빌미가 됐다.

그럴 만한 사정이 없는 건 아니다. 민영화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KT에겐 여전히 공공재적 사업이 많다. KT를 지렛대로 통신 산업을 통제하려는 행정부 속내도 깔려 있다.

하지만 시대가 달라졌다. 통신업만 하는 통신 사업자는 없다. AI·클라우드·미디어 등 ICT 전 영역에서 글로벌 사업자들과 치열하게 경쟁한다.

KT도 중장기 비전을 내놓고 추진할 수 있는 주체가 있어야 된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국가지도통신망, 공중전화 등 보편적 서비스, 유선 핵심설비 등 공적 업무를 분리해 공영화 혹은 국영화하되, 이동이동통신 및 미디어·플랫폼 부문은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도록 새 주인을 찾아주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단, 이같은 소유구조 개편을 위해선 정부와 정치권의 합의와 제도 개선이 전제돼야 한다. 김영섭 CEO체제에서 KT 소유구조 개편 논의를 미루지 말고 합리적으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게 통신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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