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금 환불 가능” 불법 주식리딩방 활개… 4년새 피해 3배 급증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1대1 상담 금지’ 유사 투자자문업자
온라인서 종목 추천하며 모은 회원
유료 리딩방 가입 유도해 악용키도
국회, 규제 강화안 정무위 소위 통과

“등록 허가증, 교육증까지 보여주길래 정상적인 자문업체라고 생각했어요.”

올해 2월 주부 이모 씨(42)는 무료 주식정보 유튜브 채널에 문자를 보냈다. 이 씨가 보유한 주식에 대해 상담을 해주던 업체 관계자는 “한 달에 80만 원인 자문료를 3개월에 50만 원으로 깎아줄 테니 유료 회원에 가입해 매수 시점을 코칭받아 보라”고 제안했다. 이 씨는 일대일 상담을 받으며 물려 있던 주식까지 팔면서 지시대로 투자에 나섰지만 오히려 손실을 봤다.

업체에서 “불법이 아니다”라며 유사 투자자문업 관련 자격증까지 제시하는 통에 이 씨는 자본시장법상 유사 투자자문업자의 일대일 상담은 불법이라는 사실을 미처 알아채지 못했다.

코스피, 코스닥 상장사 5개 종목 무더기 하한가 사태의 배경으로 온라인 카페가 지목된 데 이어 최근 주식 리딩방 및 방송 운영자들이 잇따라 재판에 넘겨지면서 리딩방, 온라인 주식커뮤니티가 불법 주식 거래의 ‘온상’으로 지적되고 있다. 투자자 피해가 더 커지기 전에 리딩방에 대한 적극적인 감시와 제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자 국회에서도 주식 리딩방 차단을 위한 입법 논의가 본격화됐다.

‘유사 투자자문업’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일정한 대가를 받고 간행물, 방송 등을 통해 투자 조언을 제공하는 사업을 말한다. 일대일 투자자문은 금지돼 있다. 정식 투자자문업과 달리 ‘신고제’로 운영되는 데다 주식 투자 열풍이 불면서, 유사 투자자문업자 수는 2019년 말 기준 861곳에서 올해(29일 기준) 2146곳으로 급격하게 불어났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한 2020년 이후 필수 사전 교육이 비대면으로 진행되면서 등록 문턱은 더 낮아졌다.

유사 투자자문업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주요 영업 활동 무대로 삼고 있다. 접근성이 좋아 다수의 회원을 손쉽게 모을 수 있기 때문. 앞서 14일 하한가를 찍었던 방림, 동일산업, 만호제강, 대한방직, 동일금속 등 5개 종목의 배후로 지목된 강모 씨(52)도 온라인 주식 카페를 중심으로 6000여 명의 회원들에게 지속적으로 종목을 추천해 왔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정보포털에 따르면 올해 신고된 유사 투자자문업체 112곳 중 35곳(31%)이 온라인 카페를 대표 홈페이지로 운영하고 있었다. 이들 중 상당수는 투자대회 성적이나 저서, 수익률 등을 내세워 ‘전문성’을 강조하며 유료 리딩방 가입을 유도하고 있다.

문제는 검증되지 않은 이들 유사 투자자문업자들이 난립하면서 투자자들의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리딩방’을 중심으로 한 ‘무료체험’, ‘100% 적중’과 같은 허위·과장 광고, ‘환불이 언제든 가능하다’는 식의 불법 손실보전 약정에 투자자들이 현혹되고 있다. 금감원에 접수된 불법 주식 리딩 관련 피해 민원은 2018년 905건에서 지난해 3배 이상인 3070건으로 급증했다.

자신도 모르는 새 시세조종에 이용되기도 한다. 최근에도 ‘슈퍼개미’로 불리던 유사 투자자문업체 및 유튜브 채널 운영자 김모 씨(54)가 선행매매 수법을 활용해 약 58억 원의 부당이득을 얻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김 씨는 2021년 6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약 55만 명에 달하는 유튜브 방송 구독자에게 자신이 미리 매수하여 보유하고 있던 5개 종목을 추천하여 주가를 끌어올린 뒤 매도해 시세 차익을 얻었다.

전문가들은 유사 투자자문업자에게 더 강한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성희활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온라인 카페, 메신저, 유튜브 등을 통해 대규모의 인원을 움직여 직접 시장에 개입할 정도로 유사 투자자문업자들이 진화한 상황”이라며 “대규모 업자를 투자자문업과 유사하게 규제하는 등 제도를 전체적으로 손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국회에서도 리딩방 제재 논의에 속도가 붙고 있다. 27일 오픈채팅방, 유튜브 등을 활용한 유사 투자자문업자의 온라인 양방향 채널 영업을 금지하고 허위·과장 광고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투자금 환불 가능#불법 주식리딩방 활개#4년새 피해 3배 급증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