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韓성장률 1.5%”… 4연속 전망치 낮췄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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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도 “올 성장률 1.6% 못 미칠것”
경기 불안에 기준금리 2연속 동결
전문가 “韓, 기술적으로 이미 침체”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또 한 번 낮춰 잡았다.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연속 동결하며 올해 성장률이 2월 전망치인 1.6%에 못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4분기(10∼12월) 역성장(―0.4%)했던 한국 경제가 올해도 부진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비관론이 짙어지고 있다.

IMF는 11일(현지 시간)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EO)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 경제가 1.5%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1월 전망치(1.7%)보다 0.2%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IMF는 지난해 1월 2023년 한국의 성장률을 2.9%로 예측한 이후 같은 해 7월(2.1%)부터 4차례 연속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아울러 IMF는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도 2.8%로 0.1%포인트 낮췄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에 따른 은행 위기로 글로벌 금융 불안이 커진 탓이다.

경기 침체 우려가 확대된 가운데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도 기준금리를 연 3.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2월에 이은 두 차례 연속 동결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정보기술(IT) 경기 부진 심화 등으로 (성장률이) 2월 전망치인 1.6%를 소폭 하회할 것”이라며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면서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 금융 안정 상황, 여타 불확실성 요인을 점검해 나가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야오웨이 소시에테제네랄 아시아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한국은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으로 이미 기술적으로 경기 침체에 와 있다고 본다”며 “한은의 금리 인상 국면은 올 1월에 끝났다”고 분석했다.




韓銀 “올 성장률 1.6%보다 낮을 것”… 2연속 기준금리 동결

반도체 수출 줄고 가계빚 3000조 육박
IMF 등 韓 성장률 1%대 중반 전망
시장선 ‘금리인상 사실상 종료’ 관측
이창용, 연내 인하 가능성엔 선그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은은 올해 2월에 이어 이날도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은은 올해 2월에 이어 이날도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제통화기금(IMF)이 4차례 연속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내리면서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2연속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것도 최근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는 데다 하반기(7∼12월) 경기 회복 전망마저 불확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반도체 불황에 가계부채가 하방요인
IMF는 11일(현지 시간) 세계 10대 경제국 중 미국(1.4→1.6%), 영국(―0.6→―0.3%), 이탈리아(0.6→0.7%)만 경제성장률을 상향 조정했다. 한국(1.7→1.5%)과 일본(1.8%→1.3%), 독일(0.1→―0.1%), 인도(6.1→5.9%) 등 4개국은 낮췄다. 중국(5.2%), 프랑스(0.7%), 캐나다(1.5%)는 그대로 유지했다.

IMF가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네 차례 연속 낮춰 잡은 것을 두고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반도체 부진이 반영됐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모바일, PC 등의 수요가 위축된 데다 D램 가격도 하락하면서 반도체 수출은 지난달까지 8개월째 감소하고 있다.


대중(對中) 수출마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3월까지 10개월 연속 감소하는 등 부진하자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던 수출은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수입액이 수출액을 넘어서면서 무역수지도 지난해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13개월 연속 적자다. 무역적자가 13개월 이상 계속된 건 1995년 1월∼1997년 5월 이후 처음이다. 올해 들어 이달 10일까지 무역적자도 258억여 달러로 불어나며 연간 기준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무역적자 규모(478억 달러)의 절반을 훌쩍 넘겼다.

가계부채도 불안 요소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전 세계적인 고금리 국면에서 큰 가계부채 규모도 부담으로 봤을 것”이라고 했다. 한은 공식 집계상 가계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1867조 원이지만 ‘숨은 빚’인 전세보증금까지 포함하면 3000조 원에 육박한다. IMF는 올해 세계 경제 여건을 ‘험난한 회복 과정(A Rocky Recovery)’으로 평가하며 지나치게 높은 공공·민간부채 수준, 신흥국 및 개도국 중심으로 나타나는 신용 스프레드(금리 차이) 상승 등을 잠재적인 위험 요인으로 제시했다.

IMF 외에 여타 기관들도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1%대 중반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간 1%대 성장률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0.8%)과 팬데믹 첫해였던 2020년(―0.7%)을 제외하면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 한은 “금리 인하는 언급할 단계 아냐”

한은도 이 같은 경기 침체 우려에 일단 금리 동결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소비 부진이 다소 완화됐지만 수출이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하면서 1분기(1∼3월) 성장률은 소폭의 플러스로 전환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금년 연간 성장률은 정보기술(IT) 경기 부진 심화 등의 영향으로 2월 전망치 1.6%를 소폭 하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는 “이번 금리 동결의 배경은 경기 침체”라며 “수출이 부진하고 세수가 모자라는 상황에서 금리를 더 올리면 경기가 악화할 가능성이 있고 금융시장 부실화로 연결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선 금리 인상 사이클이 사실상 종료된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만 이 총재는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선 여전히 선을 그으며 “금통위원 다섯 명은 기준금리를 3.75%로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는 1.50%포인트로 유지됐다. 하지만 미국이 5월 0.25%포인트 인상을 결정하게 되면 금리 차는 1.75%포인트, 사상 최대 폭으로 벌어지게 된다. 한미 금리 차 확대는 외국인 자금의 이탈과 원화 가치 하락(환율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2.5원 오른 1322.2원에 거래를 마쳤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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