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이어 켈리백酒?… ‘테라+켈리’ 하이트진로, 맥주 1위 탈환 시동

  • 동아경제
  • 입력 2023년 3월 30일 16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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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가 4년 만에 ‘청정라거-테라’의 후속 맥주 브랜드로 ‘반전라거-켈리’를 선보인다. 두 브랜드의 연합작전으로 ‘맥주 전쟁’을 끝내겠다는 계획이다.

하이트진로는 30일 서울 성북구 삼청각에서 미디어데이를 열고 신제품 ‘켈리’를 공개했다. 행사에는 김인규 대표이사를 비롯해 장인섭 전무, 오성택 상무 등이 참석했다.

켈리는 하이트진로가 지난 3년간 연구‧개발을 거쳐 탄생시킨 올몰트 맥주다. 레귤러 맥주시장에 대한 소비자의 니즈를 면밀히 관찰한 끝에 개발했다. 하이트진로는 ‘변화하면 살고, 안주하면 죽는다’는 변즉생 정즉사(變卽生 停卽死)의 각오로 켈리를 준비했다고 한다. 김인규 대표는 “과거에는 제조사가 제품을 공급하면, 소비자들은 당연히 받아들이는 공급자 위주의 시장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혁신적인 제품에 목말라있는 시장과 소비자들의 니즈를 예측‧파악해 앞서 제품을 선보여야한다”고 말했다.
부드럽지만 강렬… 두 마리 토끼 잡은 ‘켈리’
하이트진로는 연령별, 성별 등으로 국내 맥주 소비자집단을 세분화해 음주 성향을 분석, 대중들이 좋아하는 맥주 맛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눴다. ‘상쾌하고 청량한 맥주’와 ‘부드럽고 진한 풍부한 맥주’다.

하이트진로는 공존하기 어려운 두 가지 속성의 맛을 모두 ‘켈리’에 담기 위해 노력했다. 128종의 시제품 테스트를 거친 후 이상적인 밸런스의 주질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해답은 덴마크에서 찾았다. 북대서양의 해풍을 1년 내내 맞고 자란 덴마크의 맥아는 부드러운 특성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일반 맥아보다 24시간 더 발아시키는 ‘슬로우 발아’ 공법을 통해 부드러운 거품과 맛을 극대화했다. 이밖에 세계환경성과지수(EPI) 2022년 종합 1위, 천연비료 사용 확대, 보리 이력 추적 시스템 등 덴마크의 자연주의적 농법도 한몫했다.

부드러운 맛에 강렬한 탄산감을 더하기 위해서 ‘더블 숙성’ 공법도 활용했다. 먼저 부드러운 맛을 위해 7℃에서 1차 숙성한 후, -1.5℃에서 한 번 더 숙성시켜 탄산감을 이끌어냈다. 하이트진로 연구소는 수많은 테스트 끝에 두 가지 맛이 공존할 수 있는 최적의 온도를 찾아냈다.
디자인‧네이밍 고민 2년… 세상에 없던 병 탄생
병 디자인과 제품명에 대한 고민도 컸다. 먼저 하이트진로는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한 맛이라는 켈리의 특징을 병에 담아내고자 했다. 그러기 위해선 기존 국내 맥주시장에 있던 병 컬러로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 2년간 총 159종의 유리병 샘플을 테스트한 끝에 호박색인 엠버(Amber) 컬러를 선택했다.

병 디자인도 전세계 300여종을 분석한 후 대중성을 고려해 △비쉬(Vichy, 여성적인) △헤리티지(Heritage, 풍부하고 고급스러운) △엠버(Amber, 쌉싸름하고 진한) △스탠다드(Standard, 대중적인) △테이퍼드(Tapered, 보수적이며 스페셜한) 등 5가지 타입을 검토했다. 하이트진로는 차별화 측면에서 헤리티지와 테이퍼드 타입을 조합하는 것을 택했다. 부드러움과 강렬함을 모두 표현하기 위함이다. 병 어깨부분에는 곡선적인 헤리티지 타입을, 병 하단으로 내려갈수록 좁아지는 직선적인 테이퍼드 타입을 적용했다. 이밖에도 병 어깨부분에 적용되는 시그니쳐 캐릭터 라인과 주라벨도 각각 90~100여종을 연구, 소비자 조사를 통해 가장 선호도가 높은 조합을 선정했다.

켈리라는 이름 역시 전문대행사와 신제품개발 TF팀이 4차에 걸쳐 개발한 1050여종 후보 중 소비자 조사 결과 선호도가 가장 높게 나타난 이름을 택했다. ‘Keep Naturally’를 줄여 인위적인 것을 최소화하고, 자연주의적인 원료‧공법‧맛을 추구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최단기 점유율 두 자리 목표… 브랜드 시너지 기대
“테라의 성공은 죽을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됐지만, 테라에 안주하는 순간 우리는 실패로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오성택 마케팅 상무는 1993년부터 시작된 ‘맥주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테라 등 기존 제품에 안주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택한 것이 ‘개별 브랜드’ 전략이다. 오비맥주의 카스 등 경쟁사와 뿐만 아니라 내부 브랜드와도 경쟁한다는 것이다. 이벤트성 맥주가 난무하는 시장에서 기본적으로 맥주 자체의 완성도를 높인다면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다.

또한 오 상무는 국내 맥주 시장에서 카스가 차지하고 있는 점유율이 가장 크기 때문에 오히려 가져올 수 있는 점유율도 크다고 보고 있다. 소주시장에서 참이슬과 진로이즈백이 경쟁하면서도 각 브랜드의 차별성으로 몸집을 함께 키워갔던 경험도 자신감의 이유다. 테라가 출시하면서 ‘테슬라(테라+참이슬)’, ‘테진아(테라+진로이즈백)’가 유행을 끈 것처럼 켈리도 진로이즈백과 함께 ‘켈리백(켈리+진로이즈백)’으로 불리는 등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하이트진로는 켈리가 최단기간에 시장 점유율을 두 자릿수까지 차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목표를 달성한다면, 테라와 켈리의 연합작전도 성공적으로 이뤄지면서 맥주 시장 1위까지 탈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과정에서 켈리와 유사한 포지션에 있던 맥주 브랜드인 ‘맥스(Max)’는 자연스럽게 단종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오 상무는 “브랜드가 영속할 수 있도록 투자를 이어가겠지만,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면 단종 수순으로 갈 수밖에 없다. 이건 공급사가 아닌 소비자가 결정하는 문제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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