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 HMM 인수전’ 닻 올렸다… 해운 불황 변수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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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 선사 매수자로 국내기업 우선
LX그룹-CJ대한통운 등 후보 거론
2조대 사채, 주식전환땐 몸값 급등
내리막 해운업 시황도 흥행에 부담


HMM(옛 현대상선) 경영권 매각 주관사 및 자문사 선정이 속도를 내면서 최대 10조 원대 몸값의 HMM의 민영화 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전 세계 항로를 누비는 유일한 국적 원양선사인 만큼 최우선 매수 후보로는 국내 기업들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조 단위의 실탄이 필요한 데다 해운업 불황 우려도 있어 매각 성공을 장담하긴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2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LX그룹, CJ대한통운, 에스엠(SM)상선, 현대중공업 등이 HMM을 인수할 후보로 오르내리고 있다. 모두 국내 기업들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KDB산업은행은 국내 원양선사인 HMM을 해외에 매각할 수는 없다는 의지를 갖고, 이미 국내 대기업을 상대로 매각을 마무리 짓겠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했다.

지난주 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삼성증권을 매각주관, 삼일회계법인을 회계자문, 법무법인 광장을 법무자문 우선협상대상자로 각각 선정했다. 외국계 IB가 유력 후보로 거론됐으나 국내 증권사가 예상을 뒤엎고 주관사 자리를 꿰찼다.

LX인터내셔널은 23일 주주총회에서 발행 주식 수 한도를 8000만 주에서 1억6000만 주로 늘릴 수 있도록 하는 정관 변경 안건을 통과시켰다. 현재 6800만 주를 발행한 LX인터내셔널은 유상증자를 통해 조 단위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 이를 두고 LX인터내셔널이 HMM 인수를 위한 실탄 마련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자회사인 물류업체 LX판토스의 해운 분야 경쟁력을 키우고자 한다는 것이다. LX인터내셔널 관계자는 “투자 여부와 대상 모두 정해진 바 없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물류 회사로서 해운사 인수를 통해 물류 사업을 강화할 수 있는 CJ대한통운, HMM 지분 5.52%를 이미 갖고 있는 SM상선도 후보로 거론된다. 최근 현대중공업도 후보 리스트에 포함됐다. 현대중공업이 HMM을 품게 되면 안정적인 선박 수주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아세아상선이 HMM의 모태인 만큼 다시 현대가(家)의 품으로 돌아간다는 상징성도 있다. 현대중공업 측은 HMM 인수 검토 여부에 대해 “확인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했다.


HMM 매각의 최대 걸림돌은 가격이다. 매각 대상인 산은(20.69%)과 해진공(19.96%)의 보유분은 40.65%다. 산은이 공고에서 예시한 주당 2만1384원(최근 3개월간 종가 평균)을 기준으로 하면 약 4조2500억 원이다. 두 기관이 2조6800억 원어치의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도 모두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지분은 약 71.7%가 되고, 이는 약 7조5000억 원에 해당한다.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반영한다면 인수가는 10조 원 가까이로 치솟을 수 있다. 다만 27일 HMM 주가는 1만9740원으로 마감돼 지난달 27일 2만2650원에서 한 달 사이 2910원(12.8%)이 내렸다. 몸값이 내려갈 수 있다는 뜻이다.


해운업 시황도 변수다. 글로벌 컨테이너선 해운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24일 기준 908.35로 역대 최고였던 지난해 1월 초 5109.6에서 82%가 내렸다. 2년 연속 역대급 실적을 낸 HMM이 이르면 올해 중 영업적자로 돌아설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불황이 닥치면 HMM 인수가는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지만 동시에 후보 기업들의 인수 의지가 꺾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10조 hmm 인수전#해운 불황#경영권 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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