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의무휴업 10년… 소비자 68% “규제 완화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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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1000명 대상 ‘인식 조사’

서울 성동구에 사는 권모 씨(35)는 종종 일요일에 대형마트 영업 여부를 검색한다. 평소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장을 보기도 하지만 휴일에 갑자기 먹을 게 떨어지거나 아이가 원하는 음식을 만들 식재료가 없을 때가 있기 때문이다. 권 씨는 “한 달에 두 번 일요일에 대형마트가 문을 닫아 불편할 때가 있다”며 “일요일마다 대형마트 영업 여부에 대한 기사가 올라오는 걸 보면 다른 소비자들도 비슷하게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에 대한 영업규제는 2012년 시행돼 올해로 10년째를 맞는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대형마트는 월 2회 문을 닫고 밤 12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을 할 수 없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누구를 위해 마트가 문을 닫는가”라고 묻는다.

○ 소비자 10명 중 7명 ‘대형마트 규제 완화 필요’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1년 내 대형마트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대형마트 영업규제 10년, 소비자 인식조사’를 14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소비자 10명 중 7명은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완화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영업규제가 처음 시행될 때는 ‘대형마트의 시대’였다. 대형마트들이 점포 수를 크게 늘리면서 골목 상권을 죽인다는 지적이 있었다. 10년이 흐른 지금은 대형마트가 영업을 하지 않을 때 소비자들의 선택지는 전통시장이 아니다. 주로 온라인 쇼핑몰과 슈퍼를 이용한다.

이번에 대형마트 영업규제에 대해 소비자의 67.8%는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현행 유지’와 ‘규제 강화’ 의견은 각각 29.3%와 2.9%로 집계됐다.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응답한 소비자들은 규제 자체를 폐지하거나(27.5%), 지역 특성을 고려해 의무휴업을 시행해야 한다(29.6%)고 답했다. 의무휴업 일수를 축소해야 한다는 응답도 10.7%로 집계됐다.

○ 영업규제 전통시장 살리지 못해
소비자들은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전통시장이나 골목상권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봤다. ‘영업규제가 전통시장, 골목상권 활성화에 효과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8.5%가 ‘효과가 없었다’고 답했다. 이유로는 △대형마트 규제에도 전통시장, 골목상권이 살아나지 않아서(70.1%) △의무휴업일에 구매 수요가 전통시장, 골목상권이 아닌 다른 채널로 이동해서(53.6%) △소비자 이용만 불편해져서(44.3%) 등이었다.

대형마트가 문을 닫았을 때 전통시장에서 장을 본다는 의견은 16.2%에 머물렀으며 대형마트 이용자의 47.9%는 ‘최근 1년간 전통시장을 한 번도 이용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대형마트 규제와 소비자들의 소비 행태 변화가 맞물리면서 국내 대형마트의 점포 수는 제자리걸음이거나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의 점포 수는 2020년 160개에서 올해 158개로 줄었다. 홈플러스의 매장 수는 올해 135개로 영업규제 직후인 2013년(139개)보다 감소했다. 롯데마트 역시 2019년 125개로 정점을 찍은 뒤 현재 112개 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시장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양분하며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경쟁 구도 의미가 퇴색한 만큼 오프라인 영업규제는 개선될 필요가 있다”며 “실효성 없는 일방적 규제보다는 소비자 편익과 상생을 위한 정책 및 제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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