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만난 호텔… 미술에 빠진 MZ세대 겨냥 ‘아트마케팅’ 붐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18일 03시 00분


코멘트

[스타일&트렌드]
호텔고객-미술 사랑 2030 동시 공략… 롯데호텔 L7 홍대 팝아트작품 전시
플라자호텔, 국립현대미술관 연계… 투숙 때 초대권-굿즈 주는 상품 선봬
“젊은 고객 늘며 미술관 패키지 호응”… 비스타 워커힐, 작품 판매도 함께 해

서울 마포구 ‘L7 홍대’ 21층 블루 루프 라운지에서는 다음 달 15일까지 한국 팝아티스트 ‘미미(MeME)’의 돼지 캐릭터 피그미 작품들이 전시된다. 각 사 제공
서울 마포구 ‘L7 홍대’ 21층 블루 루프 라운지에서는 다음 달 15일까지 한국 팝아티스트 ‘미미(MeME)’의 돼지 캐릭터 피그미 작품들이 전시된다. 각 사 제공
롯데호텔이 운영하는 L7 홍대는 국내 팝아티스트 ‘미미’의 작품 30여 점을 전시 중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인증샷을 찍어 올리기 좋은 대형 캐릭터 설치물부터 회화, 믹스미디어까지 다양한 작품을 로비에서 선보인다. 투숙객이 아니어도 누구나 방문할 수 있는 개방형 전시다. 관람료는 무료다. 23일 오후 5시에 방문하면 작가와 만나 이야기도 나눠 볼 수 있다. 호텔롯데 관계자는 “MZ세대 고객을 겨냥해 통통 튀는 루키(신진) 작가를 섭외했다”고 말했다.

호텔이 미술 갤러리로 변신하고 있다. 미술품, 전시회에 열광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사로잡고 럭셔리한 브랜드 이미지를 한층 강화하기 위해서다. 호텔들은 예술 작품을 내거는 것은 기본이고 인근 미술관과 연계한 패키지를 내놓거나 작품 판매에 나서고 있다.
○ ‘호텔 고객=미술 향유층=MZ세대’ 공식
호텔들은 유명 미술관과 직접 제휴를 맺기도 한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운영하는 더플라자호텔은 MZ세대 ‘핫플’로 꼽히는 국립현대미술관과 협업했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은 호텔 정문에서 횡단보도 하나만 건너면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산책 30분이면 닿는 거리다. 더플라자호텔은 이들 미술관이 호텔과 가깝다는 점을 활용해 이들 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 2인 초대권과 미술관 에코백, 호텔 한정판 키링 등 굿즈까지 주는 패키지를 내놓았다.

이는 최근 호텔업계 핵심 고객층과 ‘미술 향유층’이 MZ세대로 수렴되는 데에 따른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외국인 관광객 예약이 급감하자 2030 호캉스(호텔+바캉스)족이 그 자리를 채웠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2년 새 객실은 물론 식음료, 스파 등 부대시설까지 이용 연령대가 낮아졌다”며 “전시회가 ‘인스타그래머블’(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좋은)한 소재가 되고 젊은층의 미술품 관심도가 높아지게 됐다”고 했다.

호텔들의 이런 아트마케팅은 젊은 고객 발길을 끌어모으고 있다. 더플라자호텔의 국립현대미술관 패키지는 현재 호텔에서 판매되는 10여 개 패키지 상품 중 판매량 상위 3개 안에 든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관계자는 “과거 투숙객 80%가 비즈니스 고객이었던 것과 달리 지금은 2030 고객이 70%나 된다”며 “젊은 고객 비중이 높은 만큼 미술관 연계 패키지에 대한 호응이 크다”고 말했다.
○ 갤러리 같은 호텔로 ‘우아함’ 강조
서울 광진구 비스타 워커힐 서울 호텔 로비에 위치한 오픈 갤러리 공간 ‘프린트 베이커리 워커힐 플래그십 스토어’. 고객들이 편안하게 시각 예술, 설치, 음악 등 다양한 형태의 아트 콘텐츠를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다. 각 사 제공
서울 광진구 비스타 워커힐 서울 호텔 로비에 위치한 오픈 갤러리 공간 ‘프린트 베이커리 워커힐 플래그십 스토어’. 고객들이 편안하게 시각 예술, 설치, 음악 등 다양한 형태의 아트 콘텐츠를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다. 각 사 제공
갤러리·아트페어 오픈런 등 아트테크에 대한 MZ세대 관심도가 높아지자 호텔은 작품 판매 공간으로 거듭나기도 한다. 작품 전시에 그치지 않고 구매까지 이어지도록 한 것이다.

비스타 워커힐 서울은 서울옥션이 운영하는 ‘프린트 베이커리’와 함께 호텔에서 컬렉션 전시·판매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연 5∼6회 장흥 가나아트센터 소속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전시장 옆 아트숍에서는 인테리어 소품, 식기 등 아트 상품도 판매한다. 비스타 워커힐은 이전에 젊은층이 많이 찾은 W호텔이었던 만큼, 그랜드 워커힐 서울과 비교할 때 20∼40대 고객 비율이 높은 점을 감안했다. 워커힐 관계자는 “MZ세대 미술품 수집가들이 좋아할 만한 작가, 작품들 위주로 선정한다”고 말했다.

아트마케팅은 호텔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강화한다는 장점도 있다. 아트마케팅의 ‘원조’ 격인 백화점들은 과거 전 세계적인 작품을 외부 조형물로 설치하거나 VIP 전용 라운지에 전시하면서 럭셔리 이미지를 구축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미술품을 관람하고 구매하는 행위가 ‘우아한 라이프스타일’이란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호텔 브랜드를 더욱 고급스럽게 보여줄 수 있다”며 “작가나 갤러리 섭외 비용도 다른 마케팅 수단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해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갤러리 만난 호텔#미술#mz세대#아트마케팅#미미(meme)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