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서울 전세 신규계약 뚝,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6일 12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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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단지 모습. 2022.3.29 © News1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단지 모습. 2022.3.29 © News1


지난해 6월 임대차 신고제가 시행된 이후 올해 2월까지 서울의 전세시장에서 신규계약 물량이 크게 줄어드는 대신 갱신계약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아파트 전세시장에서 이런 변화가 두드러졌다. 반면 월세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임대차 3법 시행을 앞두고 기존 전세계약을 끝낸 집주인과 세입자가 신규로 계약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갱신계약이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보증금은 전세나 월세 모두 지난해 말 이후 하락세로 반전한 모양새다. 특히 아파트 전세 신규계약의 경우 지난해 11월을 정점으로 올해 2월까지 1억5000만 원가까이 뚝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이런 내용이 담긴 ‘서울 전월세 갱신·신규 계약 현황’을 누리집에 6일(오늘) 공개했다. 자료는 지난해 6월 이후 올해 2월까지 임대차 신고제에 따라 국토교통부에 접수된 실거래 자료 25만6077건을 분석한 결과다.
● 임대차 3법 도입 앞두고 전세 신규계약 급증
KDI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신고 접수된 전세물량 1만6479건 가운데 72.0%에 해당하는 1만1867건이 신규계약이었고, 나머지 28.0%(4612건)이 갱신계약이었다. 이후 신규계약은 꾸준히 줄어 올해 2월에는 전체(1만2792건)의 절반을 조금 넘는 51.8%(6630건)로, 20%포인트 넘게 감소했다. 대신 갱신물량은 49.2%(6162건)로 늘어났다.

아파트의 경우 이런 변화가 훨씬 크게 나타났다. 지난해 6월 신규계약 물량이 전체(7494건)의 65.1%(4885건)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후 꾸준히 감소하다 올해 접어들어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고, 올해 2월에는 38.8%(2538건)까지 떨어졌다. 무려 26%포인트 넘게 쪼그라든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임대차 신고제 도입을 앞두고 기존계약을 끝내고 임대료 등을 새로 책정하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지난해 신규 계약 비중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즉 임대차 3법에 따라 임대료 인상에 제한이 가해질 것을 우려한 집주인이 기존 계약을 마무리 짓고 새로운 세입자를 찾는 등의 방식으로 신규 계약을 체결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앞으로도 당분간은 신규계약 비중은 줄고, 갱신계약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일반적으로 신규계약보다는 갱신계약물량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반면 세입자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인식이 많아 손바뀜이 잦은 월세 계약에서는 신규계약이 절대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지난해 6월 전체 월세계약(1만2911건)에서 88.9%(1만1481건)였던 신규계약이 올해 2월에도 전체(8986건)의 79.0%(7097건)에 달했다.
● 강동 양천 강남구에서 전세신규계약 크게 감소
중구 산성동에서 바라본 대전 시내 모습 © News1
중구 산성동에서 바라본 대전 시내 모습 © News1


서울시내 25개구별로 보면 강동구에서 가장 큰 변화가 컸다. 지난해 6월 신규계약 물량이 70%에서 올해 2월 38%로 무려 32%포인트가 줄어들었다. 강동구 아파트는 이 기간 65%에서 26%로 39%포인트가 감소했다.

뒤를 이어 변화폭이 큰 지역을 보면 양천구가 이 기간 전체 주택은 68%→40%(감소·28%포인트), 아파트는 61%→27%(34%포인트)가 각각 줄었다. 또 강남구도 전체 주택(65%→39%·26%포인트)과 아파트(60%→28%·32%포인트) 모두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밖에 대부분의 지역에서 같은 기간에 신규 전세계약 물량이 2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거의 모든 지역에서 전체 주택(아파트+단독다가구+연립+오피스텔)보다는 아파트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졌다.

다만 중랑구는 이 기간 전체주택의 신규 계약 물량이 72%에서 64%로 7%포인트 줄어드는 데 그쳤고, 아파트는 신규 물량이 59%에서 64%로 오히려 늘어나 눈길을 끈다. 이에 대해 지난해 하반기에 중랑구에 신규 입주 아파트가 대거 몰렸을 가능성이 대두됐다.
● 보증금은 지난해 하반기를 정점으로 하락 추세
한편 전세보증금은 지난해 말에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계약은 지난해 6월 3억6200만 원에서 지난해 11월 3억9500만 원까지 상승세를 보였지만 이후 하락세로 반전해 올해 2월 3억1200만 원으로 떨어진 상태다. 갱신 계약은 지난해 6월 3억5700만 원에서 꾸준히 상승해 지난해 12월 4억4100만 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 올해 2월에는 4억1200만 원으로 내려앉았다.

아파트도 지난해 말 이후 하락세로 전환했지만 변화 폭은 상대적으로 컸다. 특히 신규 계약의 경우 지난해 6월 5억7900만 원에서 6억300만 원(7월)을 거쳐 5억6300만 원(8월)로 떨어졌다가 지난해 11월 6억3600만 원으로 급상승했다. 하지만 이후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해 올해 2월에는 4억8700만 원까지 수직하락한 상태다. 무려 3개월 사이에 1억4900만 원이 떨어진 셈이다.

갱신계약은 상대적으로 완만하다. 지난해 6월 4억7300만 원에서 지난해 12월(5억5000만 원)까지 꾸준히 올랐다가 이후 하락세로 바뀌어 올해 2월 5억1800만 원에 머물렀다.

월세보증금도 비슷한 추이를 보였지만 변동폭은 미미하다. 전체 주택(갱신계약 기준)의 경우 지난해 6월 1억8300만 원에서 지난해 11월 2억5000만 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올해 2월 2억3100만 원까지 내려앉았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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