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석의 실전투자]‘현금청산’ 아파트 낙찰땐 매각불허가 신청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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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찰후 현금청산 대상 알게 돼… 경매 포기땐 입찰보증금 날려
공시 물건 ‘중요사실 누락’ 들어… 법원에 매각불허가 신청해야
수용땐 보증금 전액 돌려받아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직장인 A 씨는 3년 전부터 매수할 집을 알아보던 중 경기 수원시의 한 아파트(전용면적 66m²)가 경매로 나온 걸 발견했다. 시세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어 곧바로 해당 매물을 확인했다. 인근 아파트보다 싼 데다 재건축이 추진 중이라 나중에 자본 수익까지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등기부등본을 확인해보니 1순위 근저당권, 2순위 강제경매로 돼 있었다. 이는 모두 경매로 소멸되는 권리였다. 경매로 낙찰받더라도 인수해야 하는 권리는 없었다.

경매 1차 최저가는 3억500만 원으로 매매 시세(4억3000만 원)는 물론 전세 시세(3억5000만 원)보다 4500만 원가량 저렴했다. 최저가에 낙찰받아도 1억 원 넘는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보고 입찰에 참여했다. 입찰 금액을 3억520만 원으로 써냈고, 단독 입찰로 낙찰에 성공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매각허가 결정까지 받았다.

그런데 뒤늦게 아파트 재건축 조합으로부터 해당 아파트가 현금청산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해당 단지는 사업승인 결정을 이미 얻었고, 재건축 사업의 최종 관문으로 불리는 ‘관리처분인가’만 앞둔 상태였다. 관리처분인가 시점은 현재로선 예측하기 어려웠다. 현금청산 예상액은 2억8000만 원 정도였다. 조합 예상대로 경매로 매수한 아파트가 현금청산을 당하면 2520만 원가량 손해를 보게 된다. 그렇다고 경매를 포기하면 법원에 낸 입찰보증금 3052만 원을 잃게 되는 진퇴양난에 처했다.

이같이 권리분석 단계에서 아무 문제가 없는 매물을 경매로 매수했어도 손해를 보게 되는 상황이 있다. 낙찰 이후 경매로 매수한 건물이 파손되는 경우 등이다. 이런 경우 손해를 구제받기 위해선 법원에 매각불허가 신청을 해야 한다. 법원에서 매각불허가 결정을 내리면 입찰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매각불허가 신청은 경매 매수인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자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민사집행법에 따르면 신청 요건은 △강제집행을 허가할 수 없거나 집행을 계속 진행할 수 없는 경우 △최고가 매수인이 부동산을 매수할 능력이나 자격이 없는 경우 △부동산을 매수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 최고가 매수인을 내세워 매수하기로 한 경우 △최고가 매수인이나 그 대리인을 내세워 매수 신고를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매수 신청을 방해하거나 부당하게 담합한 경우 △최저매각가 결정이나 매각물건명세서 작성에 중대한 흠이 있는 경우 △천재지변 등으로 부동산이 현저하게 훼손된 경우 △경매 절차에 중대한 잘못이 있는 경우 등 7가지다.

A 씨 사례처럼 법원이 공시한 매각물건명세서 또는 현황조사서에 중요한 사실이 누락됐거나, 공시 내용이 사실과 달라 손해가 예상된다면 매각불허가 신청을 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A 씨는 법원이 매각불허가 신청을 했다. 재건축 조합이 현금청산 관련 사실확인서를 법원에 제출했고, 신청 1개월여 만에 법원은 매각불허가 결정을 내렸다. 덕분에 입찰보증금 3052만 원을 돌려받았다. A 씨는 경매를 통해 내 집 마련에 나섰다가 손해를 입을 뻔했다. 하지만 허둥대지 않고 차분한 대응으로 손해를 보지 않을 수 있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현금청산#아파트 낙찰#매각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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