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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단톡방 영상도 사찰?”… ‘n번방 방지법’ 검열 논란 따져보니

입력 2021-12-14 03:00업데이트 2021-12-14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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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방지법’ 논란]
①단톡방 사전검열인가
② 서비스 이용시간 느려지나
③ 해외 사업자는 제외됐나
《불법 성범죄물 등의 유통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n번방 방지법’이 본격 시행된 가운데, 사생활 침해 및 사전 검열이 빚어질 것이라는 논란이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커뮤니티 게시물을 들여다볼 수 있는 이 법이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비판과 디지털 성범죄를 막기 위해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며 정치권에서도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n번방 방지법 시행을 계기로 관심이 쏠리는 불법 성범죄물 유통 방지 기술, 제도 논란 등을 정리했다.》

‘n번방 방지법’ 사전검열 논란
13일 오후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검열’이란 단어를 검색하자 ‘검열 테스트’ 등의 이름을 단 60여 개의 대화방이 나타났다. 이용자 100명 이상이 참여한 한 채팅방에선 영상이 실제로 게시되는지 확인하기 위한 영상이 분 단위로 올라왔다. 방을 개설한 이용자는 “영상 필터링 시스템이 검열 절차같이 느껴져 직접 확인하고자 공개 카톡방을 팠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성범죄물 유통을 막기 위한 이른바 ‘n번방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및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10일부터 시행된 이후 온라인 공간에선 “개인적으로 올린 사진이나 영상을 정부에서 들여다보는 것 아니냐”며 궁금해하거나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보기술(IT) 업계 전문가들은 “과도한 우려”라면서도 이용자 정보 보호를 위한 기술적,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 “영상 내용 심사하지 않는다. 검열 아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대목은 네이버 공개 블로그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영상을 올리면 정부나 플랫폼 사업자가 내용을 살피고 걸러내는 행위 자체가 검열, 사찰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강하게 반박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3일 “영상 내용을 사전 심사하는 것이 아니다. 업로드 영상의 특징 정보만 기술적으로 비교한다”며 “검열도, 감청도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고양이 등 일반적인 영상이 불법 성범죄물로 차단됐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도 밝혔다.

필터링 기술은 이용자가 공개 플랫폼 서비스에 영상을 올리면 프로그램이 장면별로 고유한 특징을 숫자로 이뤄진 ‘디지털 코드’로 바꾸는 방식이다. 디지털 코드는 사람으로 따지면 유전자정보(DNA)와 같은 것으로 영상물의 고유한 특징을 담고 있다.

필터링 프로그램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심의, 적발해 쌓은 불법 성범죄물의 디지털 코드와 일치하는지만 확인해 걸러낸다. 필터링 과정에는 사람이 개입하지 않고 영상의 장면이나 내용을 정부나 공적 기관의 서버에 저장하진 않는다. IT 업계 일각에선 디지털 코드로 비교 식별하는 절차만으로도 이용자들이 검열을 받는 느낌을 줄 수 있는 만큼 정보보호 절차, 기술 조치 등도 명확히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관계자는 “정부와 플랫폼 사업자는 이용자가 올린 영상의 내용과 디지털 코드의 특징을 전혀 알 수 없다”며 “불법 성범죄물과 같은 DNA를 가졌는지 확인만 하고 지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용자들은 영상이 포함된 메시지나 게시글을 올릴 때 필터링 조치를 거치면서 서비스 시간이 지연되는 등 기존보다 불편하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이 같은 지적은 대체로 맞다.

실제 방통위와 카카오 등에 따르면 오픈채팅방에서 재생시간이 긴 영상이나 고용량 압축 파일을 올릴 때 필터링 조치까지 시간은 최대 10초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길이가 짧은 영상이나 움직이는 이미지의 필터링 시간은 5초 안팎이라고 한다. 정부는 민간 플랫폼 사업자와의 협력을 통해 필터링 소요 시간을 단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 텔레그램 등 일부 해외 사업자는 ‘사각지대’

텔레그램 등 해외 플랫폼, 메신저 사업자가 규제 대상에서 빠져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논란은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린 내용이다.

텔레그램 이용자가 대화방에 공유하는 영상이 불법 성범죄물인지 사전에 걸러낼 수 없다는 것은 사실이다. n번방 방지법에 따라 불법 성범죄물에 해당하는지를 걸러내야 하는 대상은 ‘공개된 디지털 공간’이다. 텔레그램은 모든 소통이 ‘사적 대화방’으로 이뤄져 있는 만큼 사업자가 필터링 시스템을 적용할 수 없다. 조주빈 등이 디지털 성범죄물을 유통한 일명 ‘박사방’ 등도 텔레그램 사적 대화방이었다.

해외 사업자여도 공개적으로 콘텐츠를 올리고 소통할 수 있는 유튜브 등의 플랫폼은 필터링 시스템 적용 대상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국내외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공개된 디지털 영역은 불법 성범죄물을 걸러내고 있다”며 “텔레그램 등의 폐쇄형 서비스는 수사기관과의 공조를 통해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규제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이용자의 불편과 혼란이 없도록 정부, 플랫폼 사업자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성엽 고려대 지식재산전략학과 교수는 “영상을 올리자마자 제한, 처벌 등의 안내문이 나와 다수의 이용자가 혼란을 겪은 것 같다”며 “정부와 사업자는 검열, 사찰 등의 우려를 불식시키도록 더 친절히 설명하고 안내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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