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승 신념으로 고객에 광적으로 집중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7일 03시 00분


[THE 이노베이터]정용진 신세계 총괄대표이사 부회장
이베이 품어 온라인 사업 강화
270만 고객 확보 매출 급증 기대…‘신세계 유니버스’ 구축 자신감
‘미안하다. 고맙다’란 말 논란에 “50년 습관도 고쳐야” 우회 언급

정용진 신세계 총괄대표이사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지지만 않으면 된다는 관성을 버리고 반드시 이기겠다는 근성을 갖춰야 한다”며 고객에게 광적으로 집중할 것을 촉구했다.  신세계 제공
정용진 신세계 총괄대표이사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지지만 않으면 된다는 관성을 버리고 반드시 이기겠다는 근성을 갖춰야 한다”며 고객에게 광적으로 집중할 것을 촉구했다. 신세계 제공
“지지만 않으면 된다는 관성을 버리고 반드시 이기겠다는 근성을 갖춰야 합니다.”

정용진 신세계 총괄대표이사 부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던진 메시지는 ‘승부욕’이었다.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팬데믹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고객에게 ‘광적(狂的)으로’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신년사에선 “결국 답은 고객에게 있다. Must-Have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고 임직원들에게 주문했다. 이처럼 고객은 정 부회장의 메시지에서 일관되게 등장한다. 2019년 신년사에선 “중간은 없다”가 키워드였다. 스마트 컨슈머는 이른바 ‘가치 소비’에 익숙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중간지대는 없어지고 ‘초저가’와 ‘프리미엄’ 두 형태만 남을 것이라고 예측한 것이다.

경영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한 2010년 정 부회장은 “온라인 사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온라인 사업을 새로운 먹거리로 삼고 유통시장을 재편하겠다는 포부였다. 지난달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성공하면서 결실의 단추를 끼우게 됐다. G마켓과 옥션 등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 지분 80.1%를 3조4000억 원에 M&A한 것은 신세계 역사상 전무한 초대형 빅딜이었다. 이번 거래를 진행하면서 “지금 얼마냐가 아니라 앞으로 얼마짜리로 만들 수 있느냐가 의사 결정의 잣대가 돼야 한다”고 주문해 유통가의 화제가 됐다.

8000억 원짜리 회사이던 쿠팡이 10년 만에 100조 원 회사가 되는 것을 주시하면서 “물건이 아닌 습관을 파는 회사가 가장 두려운 존재”라고 되뇌었다. 평소 입버릇처럼 “제일 하수(下手)는 물건을 팔고, 그다음은 사상을 파는 것이다. 천하의 고수(高手)는 고객의 습관을 매매하는 것이다”고 말하곤 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로 신세계그룹은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스타필드, 스타벅스 등 오프라인부터 SSG닷컴, 이베이코리아, W컨셉, SI빌리지 등 온라인까지 고객들이 모든 쇼핑을 ‘신세계 유니버스(Universe)’ 안에서 할 수 있는 쇼핑몰을 구축하게 됐다.

지난달 30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이마트 본사에서 열린 신세계그룹의 하반기 전략회의에서 정 부회장은 “이베이코리아 인수는 신세계가 앞으로 가야 할 길을 보여주는 나침반”이라며 “이번 M&A로 우리는 270만 명의 고객을 단숨에 확보했으며, 앞으로 이마트 매출(37조∼38조 원)의 절반을 온라인에서 거둬들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온라인 DNA’를 이식해 체질 개선에 나서지 않으면 미래 유통시장의 주역이 될 수 없다는 절박함과 긴장감이 묻어났다.

2016년 9월 국내에서는 생소한 개념인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하남을 오픈하면서 정 부회장은 “우리의 경쟁자는 방송국이자 야구장이자 극장”이라며 “고객의 시간을 빼앗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올 2월 프로야구단 SSG랜더스의 구단주가 된 뒤엔 “야구가 끝난 뒤 관중들이 그냥 떠나는 모습을 보면 아쉬웠다. 돔구장과 스타필드를 함께 지어 고객의 시간을 10시간 이상 점유하고 싶다”고 토로했다. 복합쇼핑몰과 야구단, 리조트, 드라마 등 보고 즐기는 경험을 선사하면서 고객을 ‘신세계 유니버스’에 꽁꽁 묶어놓겠다는 전략이다. 경기 화성에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휴양 도시를 모델로 국제테마파크를 지어 고객의 시간을 1주일 이상 점유하겠다는 플랜도 착착 진행 중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마니아인 정 부회장은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54만여 명으로 게시물을 올리면 바로 기사가 될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하다. 최근 자신이 직접 만든 우럭요리 사진을 올려놓고 ‘잘 가라 우럭아. 네가 정말 우럭의 자존심을 살렸다. 미안하다. 고맙다’라는 글을 올렸다가 정치적 메시지가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며칠 뒤 안경 사진을 올려놓고선 ‘우리 홍보실장이 오해받을 일 하지 말란다. 50년 넘는 습관도 고쳐야 한다’며 ‘미안하다 고맙다’는 표현이 요리사들의 오래된 습관임을 에둘러 강조했다. 자칫 ‘오너 리스크’가 될 수도 있었지만 SNS를 통해 자존심을 지키면서 리더십을 꿋꿋이 발휘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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