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분류작업 떠맡아”…택배노동자들 다음주부터 출근시간 늦춘다

  • 뉴스1
  • 입력 2021년 6월 4일 15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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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택배 물류센터에서 택배 노동자들이 배송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2021.1.27/뉴스1 © News1
서울의 한 택배 물류센터에서 택배 노동자들이 배송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2021.1.27/뉴스1 © News1
분류작업 담당을 택배사의 책임으로 명시한 ‘사회적 합의기구 합의문’이 수개월째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택배노동자들의 규탄이 이어지고 있다.

부산지역 택배노동자들은 7일부터 분류 작업을 중단하고, 출근 시간을 오전 9시로 늦추고 11시부터 배송을 시작할 예정이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분류 업무에만 하루 평균 7시간가량이 소요돼 택배 노동자들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보통 택배 노동자들이 하루에 일하는 13~18시간을 고려하면, 분류 작업에만 무려 절반의 시간을 쏟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과로사로 숨진 택배노동자가 지난해만 16명에 달한다.

과로사의 주범으로 분류 작업이 지목되면서 노조는 정부, 국회, 택배사와 함께 사회적 합의기구를 구성해 과로사 대책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지난 1월 1차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택배기사의 기본 작업 범위는 택배의 집화, 배송으로 한다’는 내용의 합의를 이뤄냈다.

하지만 택배기사들은 여전히 분류작업을 담당하고 있어 장시간 노동환경에 노출돼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택배노조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체국 택배의 경우 전국 72곳의 택배노동자 전원이 여전히 분류 업무를 떠맡고 있다. 이중 62곳은 단 한명의 분류작업 인력이 투입되지 않았고, 분류 수수료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단 우체국 택배만의 문제가 아니다. 택배노조가 지난 2~3일 택배노동자 1186명(우체국 택배 제외)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에서 1005명(84.7%)이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분류작업 인원 중 304명(30.2%)은 사업장에 분류 작업 인력이 전혀 투입되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사측은 1차 사회적 합의 당시 택배요금 현실화를 약속했지만, 오른 택배비에 비해 택배기사 수수료는 거의 오르지 않은 점도 문제다.

택배노조 조사에 따르면 CJ대한통운 강원, 대구, 경북지역 평균 택배비는 올해 1월과 비교해 5월 기준으로 각각 150원, 155원, 172원 증가했다.

반면 택배기사 수수료는 각 8원, 6원, 8원 오르는 데 그쳤다.

이순철 우체국택배 사하지회장은 “2차 사회적 합의가 임박해지자 우정사업본부는 수수료 지급은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핑계를 대고 있다”며 “분류비를 줄 수 없다고 하니 우리 기사들은 그동안 우롱당하고 놀아났다는 생각에 치가 떨린다”고 토로했다.

전국택배노조 부산지부와 진보당 부산시당은 4일 부산시청 앞에서 택배사를 향해 사회적 합의 준수를 강력히 촉구했다.

권용성 택배노조 부산지부장은 “여전히 분류 작업은 택배노동자의 몫이고, 이들은 쓰러지고 있다”며 “택배사는 당장 사회적 합의대로 분류작업을 책임져야 하고 제대로 된 사회적 합의를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의 경우 전체 택배노동자 2500여명 중 250여명이 다음주 9시 출근에 동참할 것으로 추정된다.

8일 사회적 합의기구 2차 합의안이 최종 도출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들의 비판 수위는 앞으로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지난 2일 CJ대한통운이 택배 노동자들이 요구한 단체교섭을 거부한 것을 부당 노동행위로 인정한 중앙노동위원회의 판결도 나와 노조에 힘이 실리게 된 점으로 꼽힌다.

반면 택배사 측은 1차 사회적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대한통운 관계자는 “분류 지원 인력 4100여명을 현장에 투입하고 있다”며 “관계부처와 사회적 합의기구 등을 통해 관련 사항을 성실히 (택배노동자들에게)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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