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인된 부동산 분노…공시가-LH-주택정책 대수술 이뤄지나

황재성 기자 입력 2021-04-08 11:59수정 2021-04-08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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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의 참패로 끝난 ‘4·7 보궐선거’가 부동산에 대한 민심의 분노의 결과라는 분석이 쏟아지면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대적인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조기에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레임덕을 부채질하고, 11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시한폭한’으로 불리며 불만이 폭주하고 있는 공시가격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 제기로 선거 패배의 직접적인 빌미를 제공한 LH △오세훈 서울시장의 등장으로 영향을 받게 된 ‘2·4대책’ 등 공공 주도의 공급 대책 등이 우선적으로 수술대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동아일보DB
● 내년 대선에도 터질 공시가 ‘시한폭탄’ 수정 불가피
이번 선거 결과에서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부동산 분노’에서 공시가격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우선 시기적으로 절묘했다. 국토교통부가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19% 상승했다고 발표한 시점이 지난달 15일이다. LH 직원 땅 투기 의혹 제기 이후 공직자 부동산 투기 의혹 사례가 쏟아지면서 민심의 불만이 폭발 직전까지 치솟던 시기다.

이후 종합부동산 등 보유세 부담이 급증하게 된 주택소유자들의 반발이 들끓었다. 특히 종부세가 ‘서울 주민세’라는 불만도 터져 나왔다. 정부는 서울 종부세 대상 공동주택이 전체의 16%라고 밝혔지만, 아파트로 한정하면 이 비율이 약 25%까지 높아졌기 때문이다. 또 전국 종부세 대상 아파트(51만5084채) 가운데 서울이 78.9%에 해당한다는 점도 불만을 키웠다. 여기에 개별단독주택(열람개시시점·3월 19일)과 토지(4월 5일) 공시가격이 잇따라 공개되자 불만은 폭발했다. 공동주택만큼은 아니지만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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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내년에도 이런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공시가격은 부동산 관련 세금 등을 부과하기 위한 기준으로 활용하기 위해 매년 1월1일자를 기준으로 가격을 결정한 뒤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받기 위해 공개해야만 한다. 또 단독주택과 토지의 공시가격 상승폭을 결정하는 기준가격인 표준지 공시가격과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은 올해 12월 하순에 공개된다. 대선을 불과 3개월 정도 남겨둔 시점이다. ‘공시가 폭탄’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여기에 정부가 지난해 확정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에 따라 내년에도 실제 거래가격의 등락에 상관없이 공동주택은 1.3%포인트, 단독주택은 2.2%포인트, 토지는 3%포인트가 각각 오르도록 설계돼 있다. 실제 거래가격도 상승세가 꺾이질 않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3월까지 전국 아파트값은 3.57%, 수도권은 4.29%% 올랐다. 작년 같은 기간에 전국(1.63%)과 수도권(2.64%)의 상승률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공시가격 현실화율에 대한 속도 조정과 함께 종부세 대상 기준선(공시가격 9억 원, 다주택자 6억 원)의 상향 조정 가능성이 제기된다. 종부세 대상 기준을 9억 원에서 12억 원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나 보유세 경감 등 각종 세 부담을 완화해주는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 선거 패배의 도화선된 LH, 대수술 이뤄질 듯

LH 직원 땅 투기 의혹은 현 정부 출범 이후 25번에 걸친 부동산 정책 실패로 켜켜이 쌓여있던 ‘부동산 분노’를 폭발하게 만든 도화선이 됐다. 이후 공직사회 전반에 걸쳐서 부동산 투기 의혹 사례가 쏟아지자 치솟는 부동산 가격에 내 집 마련의 꿈을 접어야 했던 20~30대를 자극한 것이다.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정부합동 특별수사본부를 꾸리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지만 불길을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여기에 변창흠 국토부 장관의 LH 직원 땅 투기 의혹에 대한 거듭된 옹호성 발언과 LH 직원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올린 “꼬우면 (LH로) 이직하든지” 등과 같은 조롱성 발언은 불에 기름을 부은 셈이 됐다.

이 과정에서 LH에 대한 여론이 들끓자 정부는 한때 ‘해체 수준’의 정비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집값 안정을 목표로 추진 중인 ‘2·4 대책’ 등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신도시 후보지 조사 등 일부 기능을 다른 기관으로 이전하는 수준의 대책이 마련될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 주도 도심 개발 등의 업무를 실질적으로 이끌어나갈 LH가 흔들려서는 안된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으로 풀이된다.

● 공공 주도 공급 방안, 속도 늦춰질 듯
정부가 ‘2·4대책’을 통해 추진하는 공공 주도의 도심 개발을 통한 주택 공급 확대는 속도가 늦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4 대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선 민간의 참여가 핵심이다. 그런데 오 시장이 서울시장이 되면서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및 뉴타운 정상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간 토지 소유주 입장에서는 고를 수 있는 선택이 넓어진 셈이다.

‘8·4대책’ 등의 속도 조절도 불가피해 보인다. 8·4 대책은 서울시의 유휴 공공부지를 활용해 3만 채의 주택을 공급하는 게 핵심이다. 서울시의 협조 없이는 추진이 어렵다는 뜻이다. 오 시장도 8·4대책 대상지에 포함된 태릉골프장 등에 대해 개발 계획 전면 중지 및 재검토를 공약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열린 19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주택공급은 중앙정부·광역 지자체·기조 지자체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상호 협력을 강조했다. 또 “그동안 2·4대책 등 주택공급대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긴밀히 협력해 왔다”며 “이런 상호협력이 더욱 더 긴밀하고 견고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 시장에게 일종의 ‘러브 콜’을 보낸 셈이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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