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도강’ 공시가 인상률 강남 웃돌아… ‘마용성’ 20평대도 종부세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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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주택 공시가격]아파트 공시가 14년만에 최대 인상

세종시 20평대 아파트값 8개월새 2억6000만원 껑충 15일 세종시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지난해 7월 
4억9000만 원의 시세를 보였던 한 아파트(위쪽 사진 점선 부분)가 이날은 7억5000만 원에 매물로 나와 있었다. 같은 단지,
 같은 면적의 아파트 호가가 8개월 만에 2억6000만 원 오른 것이다. 세종시 집값이 급등하면서 올해 세종시의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평균 70% 이상 올라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세종=뉴스1·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세종시 20평대 아파트값 8개월새 2억6000만원 껑충 15일 세종시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지난해 7월 4억9000만 원의 시세를 보였던 한 아파트(위쪽 사진 점선 부분)가 이날은 7억5000만 원에 매물로 나와 있었다. 같은 단지, 같은 면적의 아파트 호가가 8개월 만에 2억6000만 원 오른 것이다. 세종시 집값이 급등하면서 올해 세종시의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평균 70% 이상 올라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세종=뉴스1·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정부가 15일 내놓은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은 지금까지 서울 일부 아파트에 국한됐던 종합부동산세 적용 대상이 향후 전국 여러 지역으로 대거 확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올해 전국 공시가격이 예년에 비해 큰 폭으로 오르는 것은 지난해 집값 상승이 전국적으로 이뤄진 데다 정부가 추진 중인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이 처음 적용됐기 때문이다. 종부세 등 보유세 부담이 납세자가 감당하기 힘든 속도로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 노원구 공시가격 평균 35% 상승

최근 수년간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 인상률은 4∼5%대를 유지했다. 정부가 주로 서울과 시세 9억 원 초과 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공시가격을 올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서울 25개 구 중 17개 구의 공시가격 인상률이 20%를 넘었다. 특히 지난해 20대와 30대의 ‘패닉바잉’(공포매수)으로 가격이 크게 오른 노원구(34.66%), 도봉구(26.19%), 강북구(22.37%) 등 강북지역의 공시가격 상승이 두드러졌다. 이 같은 상승률은 서울 강남구(13.96%), 서초구(13.53%), 송파구(19.22%)보다 높은 것이다.

서울 마포 용산 성동구 등 일부 지역은 1주택자라 하더라도 전용 59㎡(20평대) 아파트까지 종부세 부과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이들 지역의 신축 아파트는 전용 59㎡도 시세가 지난해 말 12억 원을 넘어 종부세 부과 대상인 공시가격 9억 원을 초과할 가능성이 높다. 부산, 대구 등 지난해 가격이 급등한 지역도 주요 지역 대형 평형 아파트 1채만 보유해도 종부세를 내야 할 수 있다.

서울에서 공시가격 9억 원 초과인 아파트는 지난해 28만1000채에서 올해 41만3000채로 약 47% 늘어난다. 공시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세종시는 공시가격 9억 원 초과 아파트가 1760채로 지난해(25채)의 70배로 많아졌다.

국토부는 공시가격 인상분의 대부분이 시세 상승에 따른 것이며 공시가 현실화 로드맵의 영향은 크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공시가격 인상률이 정부가 내세우는 공식 집값 인상률보다 높게 나와 앞뒤가 맞지 않는 설명이라는 지적이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집값 상승률은 7.5%로 공시가격 상승률(19.08%)보다 크게 낮다. 공시가격 산정체계의 투명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재산세수 3600억 원 늘어… 증세 효과 뚜렷

이번 공시가격 개편으로 재산세 부과 대상인 공시가 6억 원 초과 주택은 늘어나는 반면 재산세 감면 대상인 6억 원 이하 주택은 줄었다. 정부는 세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는 점을 감안해 올해부터 3년 동안 공시가 6억 원 이하 1주택자에 대해 재산세를 22.2∼50% 깎아주기로 했다. 하지만 서울의 경우 재산세 감면 혜택을 받지 못하는 공시가격 6억 원 초과 주택이 약 75만8000채로 전체 주택의 30%에 이른다. 전국 기준으로는 전체의 7%가 재산세 감면 혜택에서 제외된다.

행정안전부는 올해 재산세수가 전년 대비 3600억 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시가격 인상이 증세 효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

1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이 늘고 있지만 정부는 공시가격 인상 기조를 유지하기로 했다. 윤성원 국토부 1차관은 “올해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70.2%로 여전히 시세에 많이 미달한다”고 말했다. 정기 수입이 없는 고령층이 집을 파는 시점에 보유세를 내도록 해주는 과세이연 제도나 시세 9억 원인 고가 주택 기준을 높이는 방안 등이 거론되지만 정부는 구체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시세가 이미 급등한 상황에서 세 부담에 대한 고려 없이 공시가격 인상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2018년 정부가 조세 부담 형평성을 명분으로 공시가격 인상을 추진하기 시작한 뒤 서울의 경우 매해 10% 이상 공시가격이 올랐다.

특히 공시가격 산정 정확도에 대한 문제 제기가 계속돼 조세 저항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감정평가사들이 직접 산정하는 토지 공시지가와 달리 한국부동산원 직원들이 먼저 산정해 감정평가사 등의 내·외부 검증을 거친다. 2019년에는 직원 실수로 아파트 공시가격을 잘못 산정하고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해 감사원 감사를 받기도 했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올해 처음으로 공동주택 공시가격 산정 근거가 되는 시세, 부동산 특성 자료 등을 전국 모든 공동주택에 대해 공개할 계획이다. 산정 기초 자료를 공개해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세종시에 한해 시범 공개된 공시가격 산정 기초 자료는 산정 근거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정부의 공시가격 산정이 제대로 됐는지 검증하는 것이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이새샘 iamsam@donga.com·정순구 기자

#노도강#공시가 인상률#마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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