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달러 밑이 된 테슬라 주가, 치열해지는 전기차 경쟁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6일 1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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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차와 차 업계를 이야기하는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오늘은 올해 들어 불을 뿜고 있는 전기차 경쟁을 조금 큰 틀에서 살펴보려고 합니다.

현대자동차가 최근 전기차 전용 플랫폼 기반의 첫 전기차 ‘아이오닉5’를 내놓은 가운데 기존의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전기차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습니다.

폭스바겐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 기반의 모델을 이미 2종류나 내놓았습니다.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하는 세계의 주요 완성차 기업들이 최대한 빠르게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잇따라 내놓고 있습니다.

포드 ‘머스탱 마하-E’.
포드 ‘머스탱 마하-E’.


전기차 시장의 ‘톱픽’ 테슬라의 주가가 900달러에 가까이로 치솟았다가 600달러 밑까지 내려온 상황을 먼저 살펴보고 흥미진진한 전기차 대전의 초반 상황, 치열한 경쟁이 가져다 줄 수 있는 이점을 가볍게 짚어보겠습니다.

전기차의 달라지는 디자인과 여전히 바뀔 수 없는 디자인 요소를 함께 살펴본 지난주 휴일차담에 보내주신 큰 관심에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전기차 시대, 달라지는 자동차 디자인과 변하지 않는 요소들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https://www.donga.com/news/Economy/article/all/20210227/105645973/1

▶ 김도형 기자의 휴일車담 전체 기사 보기

https://www.donga.com/news/Series/70010900000002


● 600달러 밑으로 내려온 테슬라 주가

3월 5일(현지 시간) 마감한 미국 주식시장에서 테슬라 주식의 종가는 주당 597.95달러였습니다.

4거래일 연속으로 하락하면서 700달러 선에 이어 600달러 선을 내준 하향 곡선이 눈에 띕니다.

테슬라는 지난해 8월 주식 1주를 5주로 쪼개는 액면분할을 진행했습니다.

이 액면분할 이전에 ‘천슬라’, ‘이천슬라’를 얘기했던 점을 감안해서 보자면 현재는 ‘삼천슬라’에 조금 못 미치는 주가인인데요.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 동아일보DB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 동아일보DB


종가 기준으로 주가 추이를 살펴보니 테슬라의 주가는 액면분할 이후 지난해 11월 중순까지도 주당 400달러대였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까지 500달러를 지나 600달러, 700달러를 돌파한 다음 800달러 후반(883.09달러)까지 가파르게 치고 올라갔습니다.

그랬던 주가가 지난달 800달러 밑으로 내려왔고 700달러 선을 내주더니 3월 초에 600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입니다.

● 주가 점치긴 힘들지만… 전기차 시장 경쟁은 치열해지는 중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해 초 폭락했다가 순식간에 반등하더니 뜨겁게 달아올랐고 여전히 식지 않고 있는 글로벌 증시입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는 대단히 많습니다.

미국 국채 금리, 인플레이션 우려 같은 거시적인 요소들이 전체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물론입니다.

각종 ETF(상장지수펀드)나 대형 펀드들의 움직임이 개별 기업 주가의 상승과 하락의 변동폭을 크게 부풀릴 수도 있습니다.

전문가들도 쉽사리 점치기 힘들고 결과적으로 맞는 예측보다 틀린 예측이 더 많을 수도 있는 것이 주가입니다.

테슬라의 주가는 늘 예상을 빗겨가는 움직임을 보여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니 앞으로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를 예측하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테슬라 ‘모델Y’. 테슬라코리아 제공
테슬라 ‘모델Y’. 테슬라코리아 제공


다만, 자동차 업계의 눈에서 봤을 때 확실한 점은 있습니다.

전기차는 올해 들어 바야흐로 춘추전국시대와 같은 대격전에 돌입했고 그런 변화가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조금씩 느껴지는 시점이라는 것입니다.

테슬라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여전히 가장 큰 전기차 브랜드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리고 사용자들에게 제공하는 새로운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기존의 완성차 업체들을 확실히 뛰어넘는 면모를 보여줬습니다.

이런 모습이 전기차가 가진 가능성, 변화의 폭을 느낄 수 있게 해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찌됐건 테슬라가 만드는 것도 본질적으로는 ‘자동차’인데, 이 시장의 기존 플레이어들이 이제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고 레이스에 나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 유럽, 미국 등 곳곳에서 도전받는 테슬라
유럽은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전기차 시장으로 꼽힙니다.

이런 유럽 시장에서 지난해 테슬라의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3위로 떨어졌습니다.

전기차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폭스바겐과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에 밀린 것입니다.

르노의 전기차 ‘조에’. 르노삼성차 제공 제공
르노의 전기차 ‘조에’. 르노삼성차 제공 제공


유럽에서 르노의 전기차 ‘조에’는 테슬라의 ‘모델3’을 누르면서 선전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테슬라는 미국 시장에서도 거센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외신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의 점유율이 69%로 지난해 같은 달의 81%보다 크게 하락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내연기관차 판매량이 5.4% 줄어든 반면 전기차 판매량은 34% 늘면서 전기차 시장 규모가 커졌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테슬라의 판매량은 늘었지만 점유율은 하락했다는 것입니다.

특히 올 1월말에 출시된 포드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머스탱 마하-E가 지난달 3739대 팔려 테슬라의 점유율 하락을 이끌었다는 진단이 눈에 띕니다.

포드 ‘머스탱 마하-E’ GT 모델. 포드 제공
포드 ‘머스탱 마하-E’ GT 모델. 포드 제공


이런 차량의 인기는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 같은 기존 미국 완성차 기업도 빠르게 전기차로 전환하고 있고 조금씩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물론, 테슬라는 각 지역별로 수요에 대응하는 물량을 제때에 공급하지 못하는 상황을 겪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테슬라가 베를린 등에 기가팩토리를 건립하면서 생산 능력을 키우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 질수록 이런 생산능력 같은 요소가 기업에서 얼마나 중요한 능력인지가 자연스레 드러날 수도 있습니다.

원활한 부품 수급 능력을 갖추고 지역별 수요에 최적화된 생산 설비를 구축하는 것은 기존의 완성차 기업들이 수십년, 수백년에 걸쳐 축적해 온 핵심 경쟁력입니다.

지역별로 때때로 과잉으로 평가되는 이런 생산 능력은 기존 완성차 업체의 입장에서 테슬라 같은 새로운 기업과 경쟁할 때 경쟁력을 깎아먹는 요소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이 급격히 커지는 상황에서 기존의 능력과 인력을 활용해 발 빠르게 생산에 대응할 수 있는 장점으로 활용될 수도 있겠습니다.

● 매년 급격하게 늘어날 전기차 선택지

기존 업체들이 ‘다수의 신형 전기차’를 쏟아내려는 계획 역시 경쟁에서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어 보입니다.

앞으로 다양한 모델을 출시하겠다는 목표는 사실 너무 당연한 말처럼 들립니다.

판매·점유율 경쟁에 나서려고 하니 새로운 모델이 자연스레 많이 필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테슬라의 기존 제품 라인업을 떠올려보면 조금 다른 생각이 들 수도 있겠습니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50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한 테슬라가 현재 판매에 나서고 있는 모델은 모델S, 모델X, 모델3, 모델Y 등 4종류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그동안 전세계의 자동차 고객들은 주요 완성차 브랜드마다 각기 적어도 10여종, 많게는 수십 종에 이르는 모델이라는 선택지를 제공받아 왔습니다.

이런 기존의 브랜드들이 대략적으로 세우고 있는 미래 계획은 다음과 같습니다.

폭스바겐. 2030년까지 전 차종을 전기차로 대체하고 70종류의 모델 출시.

GM. 2025년까지 30종류의 전기차 출시.

현대차. 2025년까지 12종류 이상의 전기차 출시.

기아. 2025년까지 11종류의 전기차 출시.

전기차 시장의 변화에 따라 앞으로 계속 변화할 수 있는 목표이겠습니다만 기존 완성차 업체들은 저 정도의 모델들이 각기 어느 정도의 판매 목표는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출시를 계획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다수의 글로벌 브랜드가 제공하는 다양한 차급의 차량과 다채로운 디자인들.

전기차 시장에서도 이런 옵션들이 늘어나면 결과적으로 ‘어느 누구도 모든 것을 지배하지는 못했던’ 기존의 자동차 시장과 비슷한 양상이 빚어질 수 있습니다.

앞서 얘기된 포드의 머스탱 마하-E의 경우 엔진 사운드를 주요 차별화 포인트 가운데 하나로 내세웠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합니다.

포드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다양한 머스탱 모델들과 경주를 벌이는 역동적인 영상과 소리로 구성된 홍보 영상을 볼 수 있는데요.

거친 주행으로 타이어에서 연기를 뿜어내는 모습을 연출한 포드 ‘머스탱 마하-E’의 홍보 영상. 포드 홈페이지 캡처
거친 주행으로 타이어에서 연기를 뿜어내는 모습을 연출한 포드 ‘머스탱 마하-E’의 홍보 영상. 포드 홈페이지 캡처


‘저런 식으로 운전할거면 뭐 하러 친환경차라는 전기차를 타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시장이 커지면 다양한 수요들이 생기기 마련일 수 있겠습니다.

머스탱 마하-E는 그러면서도 실내에서는 테슬라와 비슷한 대형 스크린을 활용하고 있는데요.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테슬라의 뒤를 어떤 방식으로 쫓으면서 각자의 길을 개척하는 지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사례일 수도 있겠습니다.

● 각국 정부의 보조금과 가격 경쟁력까지 고려해야 하는 제품
한국 시장에서 최근 테슬라가 보여준 모습도 의미 있는 시사점을 줍니다.

테슬라는 최근 한국에서 모델3 롱레인지 모델의 가격을 이전보다 400만 원 넘게 내리면서 5999만 원으로 설정했습니다.

기준이 달라지는 국내 전기차 보조금을 100% 받을 수 있도록 턱밑까지 채우는 가격 책정입니다.

홈쇼핑 가격이냐는 냉소적인 시각도 있었지만 가격 내려준다는데 굳이 그럴 일은 아니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중요한 부분은 당분간 전기차는 각국의 ‘전기차 보조금’이라는 기준에 맞춰서 가격대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는 측면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문제에서 테슬라 같은 선도적인 브랜드도 결코 예외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일이기도 합니다.

테슬라 ‘모델3’. 테슬라코리아 제공
테슬라 ‘모델3’. 테슬라코리아 제공


조금 더 본질적인 부분을 살펴보자면 자동차라는 제품에서 가격의 중요성이라는 측면도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자동차는 애플과 삼성전자 등이 경쟁하는 스마트폰과는 여러 측면에서 다른데 가장 큰 부분 중 하나가 가격일 수 있습니다.

제품군으로 봤을 때 두 제품은 가격의 체급 자체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자동차는 기본적으로 대당 수천만 원의 가격표가 붙어있습니다.

선진국의 중산층 고객을 가정해도 수 개월치의 임금이나 연간 임금 혹은 그 이상을 지불해야 살 수 있는 재화입니다.

비율로 봤을 때는 총 구매 가격의 몇 %에 불과한 가격 차이가 수백만 원 이상의 차이를 만들어내면서 실제 구매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나는 이 브랜드, 이 디자인이 더 좋으니 다른 제품보다 10~20% 더 비싸도 살 수 있다는 논리가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쉽게 가능할 수 있지만 자동차 구매에서는 좀 어려울 수 있는 것입니다.

기본 가격이 워낙 비싸다보니, 가격 대비 만족이라는 기준에서 ‘절대적 만족감’보다 ‘가격’의 비중이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바라볼 수도 있겠습니다.

테슬라가 가진 브랜드 가치와 팬덤이 정말로 절대적인 것이라면 테슬라는 가격 경쟁에 나서지 않아도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테슬라가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을 비롯한 해외 곳곳에서 가격을 낮추고 있다는 소식들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차원일 수 있겠지만 치열한 가격 경쟁에 나서야 한다는 것은 결국 개별 기업에게는 수익성 측면에서 상당한 타격이 될 수 있습니다.

● 치열한 경쟁의 성과는 결국 소비자에게
흑묘백묘론.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그만이라는 유명한 이야기인데요.

어느 국가의 어떤 브랜드이든 간에 고객들에게 만족을 줄 수 있는 차량이 늘어나면 그만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현재의 상황은 아무래도 반가운 쪽일 수밖에 없습니다.

기업의 수익성은 기업이 알아서 챙길 일이고 고객들은 싼값에 다양한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가장 이상적이기 때문입니다.

고가이고, 개인에게는 평생에 걸쳐서도 구매 경험이 아예 없거나 몇 차례밖에 되지 않을 수 있는 재화라는 측면에서 자동차는 집(주택)과도 비슷한 측면이 있는데요.

두 재화의 결정적인 차이점을 찾아보자면 자동차는 글로벌 규모의 경쟁이 펼쳐질 수 있고, 수요를 감안한 기업의 의지에 따라 자유로운 공급량 증가가 가능하다는 점이겠습니다.

자동차 산업의 긴 역사는 주요 기업들이 저마다 생존하고 또 한발 앞서 나가기 위해서 치열하게 싸워온 과정의 연속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다수의 기업은 사라지거나 흡수됐습니다.

그리고 자동차 산업계 전체는 글로벌 소싱과 기업 간의 역할 분담, 자동화 등을 통해 생산 체계를 효율화하는 산업 발전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현재의 고객들은 과거의 자동차 고객들에 비해 많은 것들을 누리고 있습니다.

치열한 경쟁의 결과로, 과거에 비해 가격이 크게 높아지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첨단 기능을 더한 차들을 아주 다양한 선택지 가운데서 골라 살 수 있는 시대를 맞이하지 않았나 하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자동차는 여전히 비싼 제품이지만, 물가 상승률 등과 비교하면 가격이 별로 오르지 않은 제품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신형 S-클래스. 고급차를 대표하는 모델 가운데 하나이지만 긴 시간을 놓고 보면, 국내 판매 가격은 사실 높아지지 않았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제공
메르세데스벤츠의 신형 S-클래스. 고급차를 대표하는 모델 가운데 하나이지만 긴 시간을 놓고 보면, 국내 판매 가격은 사실 높아지지 않았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제공


테슬라는 테슬라대로, 기존의 완성차 업체들은 완성차 업체들대로. 그리고 전기차 시대를 계기로 새롭게 이 시장에 진입하려는 다양한 업체들은 또 그들 나름대로.

저마다의 강점을 살리면서 전기차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키우고 수익성을 높여가려는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테슬라가 가진 소프트웨어 측면에서의 강점,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가진 높은 차량 완성도,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갖고 있던 고급감, 대중차 브랜드가 가진 가성비…

여기에 다양한 완성차 업체들이 저마다 보유한 브랜드 이미지와 고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다양한 디자인 등등.

많은 요소들이 앞으로의 경쟁 속에서 결국 발전적으로 뒤섞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 과정에서 빚어지는 다양한 모습들을 앞으로도 잘 살펴서 또 전해 드리겠습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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