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 1억 받고, 1년 내 규제지역 집 사면 대출 회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13일 17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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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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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이달 말부터 고소득자 신용대출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까지 적용하기로 한 것은 10월 가계대출 증가폭이 예상보다 커진 데 따른 조치다. 신용대출을 끌어다가 부동산 투자에 나서는 고소득자들을 정조준해 대출 증가세를 잡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자영업자 나 내 집 마련을 위해 당장 목돈이 필요한 무주택자들의 돈줄까지 막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30일 이후 신용대출을 1억 원 넘게 새로 받아 그로부터 1년 내 규제지역에서 집을 구입하면 대출이 2주 안에 회수된다. 예를 들어 8000만 원의 신용대출을 쓰고 있던 A씨가 새로 3000만 원의 신용대출을 받으려면 ‘1년 이내에 규제지역 집을 사면 대출을 갚는다’는 내용의 회수 약정을 해야 한다.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연체자로 등록되며 채무불이행자가 될 수 있다.

금융당국이 신용대출에도 개인별로 적용하기로 한 DSR는 갚아야 하는 모든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대출 상환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지금은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9억 원 초과 주택을 담보로 한 신규 주택담보대출에만 DSR 40%(은행) 규제를 적용한다. 30일부터는 연소득 8000만 원이 넘는 고소득자가 1억 원 넘게 신용대출을 신청하면 DSR 심사를 받아야 한다. 상환 능력을 따져 제한적으로 돈을 빌려주겠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기존에 주택담보대출 4억 원(금리 3.0%, 만기 20년)에 신용대출 1억 원(3.5%)을 빌린 연봉 1억 원의 A씨가 추가대출을 원한다면 현재는 은행이 자체적으로 심사해 수천만 원을 빌려줬다. 앞으로는 추가 대출이 받을 수 없다. 이미 DSR 한도(40%)를 채웠기 때문이다.

당국은 또 은행별 고(高)DSR 대출비중(총량 기준)도 강화했다. 시중은행은 DSR 70%를 초과하는 대출액을 현재 전체 대출총량의 ‘15% 이내’에서 ‘5% 이내’로, DSR 90%를 초과하는 대출 비중을 ‘10% 이내’에서 ‘3% 이내’로 각각 낮췄다.

당국이 고소득자 신용대출을 조이자 온라인 카페 등에선 “내 신용으로 돈을 빌리는 것까지 당국이 막아야 하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규제가 강화되기 전에 대출을 받으려는 ‘가수요’도 감지된다. 시중은행도 갑작스러운 규제에 당황하는 분위기다. 한 은행 관계자는 “별다른 사전 협의 없이 해당 내용을 전달받았다”며 “시스템을 정비하고 내용을 숙지하는 시간이 빠듯하다. 당분간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

장윤정 기자 yunjng@donga.com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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