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실을 학교-비상용주택-노숙자 쉼터로 내줘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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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호텔들은 어떻게 변했나
코로나로 관광객 씨 마르자 뉴욕 44개 호텔, 채권으로 연명
일부 호텔은 본업인 숙박 포기하고 원룸-대학기숙사 전환 움직임

미국 뉴욕에 있는 인터컨티넨털 타임스스퀘어 호텔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전에는 매년 4000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방문했던 타임스스퀘어에 인접해 있어 관광객들의 투숙이 끊이지 않던 곳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관광객이 씨가 마르기 시작하자 올해 봄 607개 전 객실을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의료진을 위한 숙소로 내줬다. 그들이 나가고 난 이후부터는 객실을 원격 근무자를 위한 사무실로 내주기 시작했다.

해외 유명 호텔들도 코로나19로 투숙객이 줄면서 살아남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 호텔들은 객실과 부대시설을 사무실뿐만 아니라 학교, 비상용 주택, 노숙인 쉼터로까지 내주고 있다. 굴 투르크메노글루 뉴욕 인터컨티넨털 타임스스퀘어 호텔 총지배인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창의적 아이디어들이 재기의 기회가 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토로했다.

샌프란시스코의 호텔들은 재택근무로 대체 사무실을 찾는 이들은 물론이고 코로나19 관련 자가격리자, 대화재로 인해 거주지로 돌아가기 힘든 사람들에게도 방을 내주고 있다. 뉴욕시와 마이애미시도 코로나19 자가격리자와 감염에 취약한 환경에 놓인 노숙인들을 위해 각각 수십 개의 호텔을 임차하고 있다. 이 경우에는 정부 예산이 숙박비용으로 지급되지만, 기존 가격에 비해선 절반 이상 싸다. 일리노이주에 위치한 매리엇 호텔은 원격 수업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학생들에게 회의실을 빌려주고, 호텔 수영장을 체육 수업용으로 쓰도록 하기도 했다.

이런 몸부림에도 산업 지형은 악화일로다. 현지 관광산업 분석업체 트렙에 따르면 뉴욕에서만 총 44개의 호텔이 채권 발행으로 연명하고 있고, 12억 달러(약 1조3560억 원)에 이르는 대출금을 연체하고 있다. 현지 호텔업계 관계자는 “일부 호텔은 본래의 업(業)을 포기하고 원룸이나 대학 기숙사로 사실상 ‘영구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해외 관광객 유입이 어려워지면서 자국 관광객을 상대로 한 마케팅도 활발하다. 1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일본 최고급 리조트 브랜드 ‘호시노 리조트’는 올해 5월부터 근처 지역 문화를 체험하도록 하는 ‘마이크로 투어리즘’이라는 신상품을 내놨다. 세계 유일 7성급 호텔로 일컬어지는 ‘부르즈 알 아랍’을 비롯한 초특급 호텔을 보유하고 있는 주메이라도 자국 거주자를 대상으로 할인을 제공하며 ‘스테이케이션(stay+vacation)’ 상품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투숙객이 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방역에도 전례 없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주메이라는 홈페이지를 통해 객실과 식당 등 부대시설에 연막 소독 시행 스케줄을 꼼꼼하게 알리고 있다. 영국 런던의 ‘더블 트리 바이 힐턴’ 호텔 총지배인 조 드러먼드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힐턴 호텔의 모든 집기류를 소독 후 봉인하는 조치로 고객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코로나19#해외 호텔 경영#투숙객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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