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억아파트 10년 보유세만 9000만원…“나라에 월세 내는 기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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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 90% 공시가’ 세금 증가 얼마나


정부가 공시가격을 시세의 90%까지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하면서 모든 주택 보유자를 투기세력으로 취급하는 ‘징벌적 증세’라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주택 ‘구입-보유-매도’ 등 모든 단계의 세금이 대폭 강화된 데 따른 것이다. 투기세력으로까지 보기 힘든 1주택자조차 높아진 세금을 감당해야 하는 현실에 일각에서는 ‘국가에 월세 내고 사는 기분’이라는 불만까지 나온다.

28일 동아일보가 정부의 공시가격 인상 방안을 바탕으로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세무사)에게 의뢰해 지난해 12월 서울 마포구에서 시세 약 16억 원짜리 아파트(현재 시세 17억 원) 1채를 매입한 1주택자가 10년간 내야 하는 세금을 계산해본 결과 취득·보유·양도세를 합쳐 2억4091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거주하지 않고 보유만 하면서 매년 2%씩 주택 가격이 올라 10년 뒤 약 20억3000만 원에 주택을 매도할 경우를 가정했다.

이 중 보유세로 내는 돈은 8994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약 325만 원 부과된 보유세(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는 2025년이면 808만9000원으로 훌쩍 뛴다. 2030년에는 1172만3000원으로 1000만 원을 넘겨 매월 100만 원에 육박하는 금액을 세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양도세 부담도 1억 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내년부터 규제지역 내 9억 원 초과 주택에 대해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요건에 ‘실거주 의무’를 추가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10년간 보유만 하면 양도세를 80%까지 공제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10년간 거주도 해야 한다. 10년간 거주를 할 경우 양도세는 500만 원 선으로 대폭 줄어들지만 여전히 보유세와 취득세를 합친 세금은 1억 원이 넘는다.

보유세 부담 상승은 고가 아파트에만 한정된 얘기가 아니다. 정부가 공시가격을 시세의 90%까지 올릴 경우 서대문구의 시세 9억 원 아파트 보유세는 아파트 가격이 연 2% 올랐다고 가정했을 때 2030년이면 웬만한 회사원 월급에 맞먹는 약 340만 원이 된다. 노원구의 시세 6억 원 아파트를 보유했을 경우 보유세는 2030년 100만 원이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회사원 이모 씨(35)는 “불과 몇 년 사이 재산세가 너무 올라 부모님 집으로 들어가서 살고 지금 집은 월세를 줘야 하나 하는 고민까지 한다”며 “세금이 많이 오른 것 자체도 문제지만 월급을 받아 생활하는 마당에 내년, 후년에 얼마나 오를지 예측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힘들다”고 했다. 현재 무주택자인 송모 씨(48)는 “앞으로 한 해에 수백, 수천만 원의 세금을 감당할 수 없으면 집을 사지 말라는 얘기로 들린다”며 “그래도 ‘현금부자’들은 집을 사서 더 부자가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공시가격과 세율을 올리는 것 외에도 과세 체계 전반이 1주택자 부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돼 있다는 것도 문제다. 1주택자의 양도세 부담을 높이는 정책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2017년 8·2대책으로 9억 원 이하 중저가 주택이라도 규제지역이라면 양도세 감면을 받기 위해서는 2년간 실제 거주를 하도록 했다. 종부세의 경우 과세표준을 계산할 때 사용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이 2022년까지 순차적으로 100%로 높아진다. 2022년부터는 공시가격 그 자체로 세금을 산정하게 된다는 의미로 기준값이 달라지는 만큼 세금도 높아진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실거주 의무 및 세금 강화를 통해 주택 보유자의 부담을 늘리는 정책이 임대차시장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한다. 다주택자들은 세금 부담을 월세로 전가할 가능성이 크고, 자기 집에 실거주하려는 수요가 늘어나 임대차 매물이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의 공시가격 인상안이 발표된 직후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는 “이번 전세계약이 끝나면 월세로 계약조건을 바꿔야겠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안창남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는 “한 채만 보유한 경우에는 세금을 대폭 감면해 세금이 거의 증가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새샘 iamsam@donga.com·정순구 기자

#공시가격 인상#보유세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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