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중국의 구글 검색 차단, 창의적 기술 혁신도 차단”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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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대, 인접국 특허와 비교연구
“지식의 폭 확장-변형 가로막혀… 中기술 범용성 현저히 떨어져”

중국 정부는 엄격한 내부 통제를 위해 인터넷 검열을 시작했고 저항에도 불구하고 결국 2014년 6월, 구글 접속을 전면 금지했다. 이 같은 결정이 중국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최근 홍콩에 거주하는 중국 학자들이 구글 접속 금지 조치가 중국의 기술 혁신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연구해 그 결과를 발표했다.

중국 정부의 구글 접속 차단은 예고 없이 진행된 급작스러운 조치였다. 이 때문에 접속 차단 이전까지 구글 검색, 구글 스콜라(Scholar) 등으로 세계의 학자들이 연구한 정보를 찾고 공유하던 많은 중국의 지식인들은 더 이상 이런 작업을 수행할 수 없게 됐다. 이런 문제를 의식한 듯 중국 정부는 구글 검색을 능가하는 자체 인터넷 채널, 연구 교류 등을 전폭적으로 제공하고 지원해 지식인들의 편의와 연구 활동, 과학기술 발전에 걸림돌이 없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구글과 같은 검색 포털의 기능이 그저 정보 검색이라고 판단한 중국 정부의 실수였다. 구글은 단순히 높은 수준의 정확도로 이미 저장된 정보를 찾아주는 기능만 있는 게 아니다. 구글은 지식의 변형 과정을 추적함으로써 검색자 스스로가 지식의 폭을 확장, 기억, 변형시켜 새로이 창출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비록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닌 생소한 영역, 구체화되지 못한 어렴풋한 인식, 무명의 누군가가 착안해낸 생각, 무엇보다 누구와도 협력을 가능케 하는 네트워크 기능 등 방대한 지식 저장소 이상의 기능을 한다.

이에 홍콩대 비즈니스스쿨 연구팀은 구글의 이 같은 기능이 배제된 관련 분야만 집대성해 놓은 광범위한 지엽적 데이터 저장소는 결국 중국 지식인들의 창의적인 기술 혁신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했다. 연구진은 자신들의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 2013∼2015년, 2015∼2019년 기간 동안 미국 특허청에 등록돼 있는 중국 기술 특허와 인근 아시아 국가(한국, 일본, 대만 등)의 특허 11만7905건을 추출해 구글 검색이 금지된 중국과 검색이 허용되는 인근 국가의 기술 특허가 어떻게 서로 다른지 비교했다. 미국 특허의 경우, 심사자는 특허 관련 내용으로 인용된 선행 기술의 흐름을 역추적해 지식 흐름의 귀중한 지표로 삼고 동시에 연구자들의 탐색 행동도 평가한다. 연구진은 검색이 차단된 중국의 기술 특허가 인근 주요 아시아 국가의 특허에 비해 인용 선행 기술의 폭과 흐름, 연관 지식과 관련 기술의 폭이 현저하게 낮을 것으로 예측했다. 그리고 실제 검증 결과, 중국 기술은 다른 인근 국가들에 비해 기존 기술의 응용, 활용 및 연관 지식과의 연결 정도, 경제적 가치가 매우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구글 검색 금지 이후 중국 혁신 기술의 범용성, 활용성 및 참신성 정도가 인근 국가에 비해 낮아졌음을 의미한다. 중국 연구진의 대외 협력 활동이 매우 왕성할 경우 이 같은 격차는 그나마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jhryoo@hanyang.ac.kr

정리=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중국#구글#기술 혁신#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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