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뭐예요? 전기차 시대, 달라지는 자동차 작명법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15일 15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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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차와 차 업계를 이야기하는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오늘은 자동차 작명법에 대해 한번 써볼까 합니다. 지난 몇 주간 묵직한 주제들이 많았는데 좀 가벼운 소재로 돌아왔습니다. 》

사실 차량의 모델명은 보는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많이 엇갈리는 영역이기도 하고 저도 기존에 알려진 것들보다 깊숙한 얘기를 많이 알고 있는 것은 아닌데요. 알기 쉽게 한번 정리해본다는 생각으로 써보겠습니다.

그래도 간단히 의미부여를 해보고 가자면…

브랜드를 앞세우면서 E클래스, 3시리즈와 같은 식으로 별도의 차명은 잘 쓰지 않는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와 ‘골프’, ‘쏘나타’와 같은 개별 차종의 이름이 또 하나의 브랜드이기도 한 대중 브랜드의 차이를 한번 짚어볼 수 있을 듯합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E220d’. E클래스 디젤엔진 모델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제공
메르세데스벤츠의 ‘E220d’. E클래스 디젤엔진 모델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제공

그리고 이런 작명법도 전기차 시대를 맞이하면서 변화의 기미가 보입니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의 변화와 관련한 지난번 12번째 휴일차담에 보내주신 뜨거운 관심에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여전히 노조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과 의견도 많은 것 같지만, 조금씩이라도 변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면 꾸준히 살펴보면서 또 소식을 전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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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 띄운 현대차, 숫자 붙이는 작명법 활용하기로
요즘 같은 여름 휴가철에는 자동차 업계도 아무래도 조금 조용해지기 마련인데요. 중량급 신차 출시가 좀 뜸한 가운데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소식은 바로 ‘아이오닉’ 브랜드 출범 소식이었습니다.

현대자동차가 앞으로 전기차 브랜드로 ‘아이오닉(IONIQ)’을 쓰기로 한 것인데요. 아이오닉은 전기적인 힘으로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이온(Ion)과 현대차의 독창성을 뜻하는 유니크(Unique)를 조합한 단어입니다.

영국 ‘런던아이’를 이용한 아이오닉의 브랜드 홍보. 현대자동차 제공
영국 ‘런던아이’를 이용한 아이오닉의 브랜드 홍보.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차는 이 아이오닉이라는 이름을 2016년에 차량 모델명으로 이미 쓴 바 있습니다. 하이브리드차량을 중심으로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순수전기차 모델도 출시가 됐습니다. 친환경 전용 자동차로 의미가 있었던 이름을 현대차가 앞으로 아예 브랜드로 쓰겠다는 것인데요.

사실, 독자분들 중에는 현대차에서는 이와 비슷한 일이 이미 있었다는 것을 알고 계시는 분도 많을 듯 합니다.

이런 모습은 제네시스 브랜드의 출범과 흐름이 비슷합니다. 2008년 제네시스라는 이름의 고급 세단을 내놓았던 현대차는 이 이름을 2015년 고급차 브랜드로 출범시켰습니다.

그리고 아이오닉은 이 제네시스가 활용한 것과 비슷한 방식을 또 하나 사용하기로 했는데요. 바로 차량 작명법입니다. 제네시스는 세단 모델에서 G70·G80·G90이라는 모델명을 쓰고 SUV 모델에서는 ‘GV’ 뒤에 70·80 같은 숫자를 붙이는 방식을 쓰고 있는데요.

아이오닉도 내년에 출시되는 준중형 크로스오버차량(CUV)을 ‘아이오닉 5’, 2022년에 나올 예정인 중형 세단은 ‘아이오닉 6’, 2024년 출시 예정인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아이오닉 7’으로 일찌감치 이름을 붙였습니다.

아이오닉이 출시할 예정인 차량들. 왼쪽부터 아이오닉 6, 아이오닉 7, 아이오닉 5. 현대자동차 제공
아이오닉이 출시할 예정인 차량들. 왼쪽부터 아이오닉 6, 아이오닉 7, 아이오닉 5. 현대자동차 제공

문자와 숫자가 결합된 이른바 ‘알파뉴메릭(alphanumeric)’ 방식의 작명입니다. 직관적이고 확장성에서 유리하면서 세계적으로 통용이 쉽다는 것이 현대차의 설명입니다.

●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는 알파벳·숫자로 차급 표현
이런 방식의 작명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14년 11월에 새로운 작명법을 공개했는데요. 새로운 작명법이라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차급에 따라 A, B, C, E, S 클래스로 분류하는 작명법이 그대로 유지됐습니다.

가장 작은 A클래스 세단부터 가장 크고 고급스러운 S클래스 세단까지를 차명의 알파벳만 보면 알 수 있는 체계입니다.

SUV에서는 이 클래스 앞에 ‘GL’을 붙이기로 했는데 자신들의 SUV 역사에서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G 클래스를 기억하는 의미라고 하네요. 브랜드 내부 분류에서 이른바 드림카에 해당하는 모델은 ‘SL’를 붙이고 고성능차인 AMG 차량은 ‘GT’를 붙이는데 전반적으로 이름만 보면 차량의 급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아우디는 세단, 해치백, 왜건 등에는 A, SUV에는 Q를 앞세우면서 차급에 따른 숫자를 그 뒤에 붙입니다. A는 아반트(Avant), Q는 아우디가 자랑하는 기술 콰트로(Quattro)를 줄인 말입니다.

BMW는 ‘320d’와 같은 식으로 아예 숫자를 앞세웁니다. 1시리즈부터 8시리즈까지의 차량이 있고 SUV 라인에는 X를 앞에 붙이는 방식입니다.

BMW 뉴 320d. BMW코리아 제공
BMW 뉴 320d. BMW코리아 제공

다들 각 브랜드의 기본적인 특징만 알면 알파벳이나 숫자만 보고도 차급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물론 BMW에서는 세단에 2, 4, 6 등 짝수 번호가 앞장서 나오면 쿠페나 컨버터블 모델인 것처럼 추가적인 특징을 알면 더 좋습니다.

역시나 알파뉴메릭으로 분류되는 독일 브랜드들의 명명법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합니다. 브랜드 차량 전체에 통일성을 부여할 수 있고 차를 내놓으면서 이름을 고민하지 않아도 됩니다.

● 쏘나타·골프·프리우스… ‘브랜드’가 된 모델명
이런 작명법은 현대차는 물론 일본의 도요타도 새로운 브랜드에서는 비슷한 작명법을 도입한다는 사실에서 그 장점을 알 수 있을듯합니다.

도요타도 고급차 브랜드인 렉서스에서 세단은 IS, ES, LS 등에, SUV에서는 UX, NX RX, LX 등에 숫자를 붙이는 작명법을 씁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차량들은 나름대로의 뜻을 가진 고유의 이름을 가진 채로 팔리고 있습니다.

현대차가 1985년 두 번째 독자 모델 스텔라의 최고급 트림으로 등장시킨 바 있는 ‘쏘나타(SONATA)’는 음악 용어(4악장 형식의 악곡)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음악을 잘 모르지만 ‘월광 소나타’라는 악곡을 떠올리자면 뭔가 우아한 느낌이 드는데 그런 의미를 담았겠지요.

지난해 8세대 모델까지 출시된 이 쏘나타는 지난해 8월을 기준으로 세계에서 872만 대가 팔렸습니다. 국내를 대표하는 중형 세단을 넘어서 세계 무대에서도 큰 성공을 거둔 것입니다.

한국 자동차 시장이 점점 더 크고 고급스러운 차를 찾는 시장으로 변모하면서 쏘나타도 이제 예전 같은 위상은 아닙니다. 하지만 쏘나타라는 이름은 그 자체로 하나의 브랜드라고 해도 될 정도로 큰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초 출시된 8세대 쏘나타(DN8)는 마치 스포츠 세단처럼 변모했습니다. 이렇게 큰 변화를 주면서도 쏘나타라는 이름만은 가져가고 싶은 것이 현대차의 속마음일 것입니다.

지난해 출시된 8세대 쏘나타. 현대자동차 제공
지난해 출시된 8세대 쏘나타. 현대자동차 제공
통일성 있는 이름도 좋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글로벌 시장에서 아주 다양한 차종을 선보이면서 ‘베스트셀링’ 모델 여럿 배출하고 그 모델 자체가 중요한 브랜드가 되는 것은 대중차 브랜드의 공통된 모습이기도 합니다.

폭스바겐의 ‘골프(Golf)’가 그렇습니다. 1974년부터 생산된 이 준중형 해치백 차량은 2013년에 이미 누적 생산 3000만 대를 돌파했습니다.

폭스바겐은 세계 곳곳에서 부는 바람이나 해류의 이름을 차명에 여러 번 적용한 역사가 있습니다. 멕시코만에서 형성되는 바람인 ‘걸프 스트림’에서 이름을 따온 골프는 폭스바겐을 대표하는 ‘큰 물결’ 중의 하나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폭스바겐에는 독일어 무역풍(Passatwind)에서 이름을 따온 ‘파사트(Passat)’를 비롯한 많은 베스트셀링카가 저마다의 이름값을 지켜내고 있습니다.

폭스바겐의 골프 GTE, GTI, GTD. 폭스바겐코리아 제공
폭스바겐의 골프 GTE, GTI, GTD. 폭스바겐코리아 제공

도요타의 하이브리드차 ‘프리우스(Prius)’도 마찬가지입니다. 1997년 첫 출시된 이 첫 양산형 하이브리드차는 그동안 400만 대가 넘게 팔렸습니다.

라틴어로 ‘선구자’라는 뜻에서 이름을 따온 이 차는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기술을 상징하는 차가 됐습니다. 그리고 획기적인 연비 개선을 이끈 하이브리드 기술을 널리 알리면서 한 개의 자동차 모델이 도요타라는 브랜드 자체의 가치를 높여준 사례로 꼽힙니다. 마차가 말을 끄는 꼴입니다.

도요타 역시 ‘왕이 쓰는 관(冠)’에서 따온 ‘캠리(Camry)’, ‘꽃으로 된 관’이라는 의미의 ‘코롤라(Corolla)’ 등 세계에서 수천만 대 이상이 팔린 베스트셀링카를 여럿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들 차량 역시 여러 세대를 거듭하면서 차의 모습과 특징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그 이름을 지키고 있습니다.

도요타나 현대차가 새롭게 시작하는 브랜드에서 알파뉴메릭 방식을 적용하는 것은 이런 점을 생각하면 당연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브랜드에서 차량 모델명 체계를 바꾸는 것은 아무래도 어렵고 새로운 브랜드에서는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기존 모델명들의 가치가 그렇게 높지 않다고 본다면 과감하게 변화를 시도할 수도 있겠지요.

기아자동차는 중형 세단에서 옵티마, 로체 등의 이름으로 팔리던 차의 이름을 K5로 바꾸고 포르테는 K3로 바꾼 바 있습니다. 물론 이들 차량은 수출명에서는 일정 기간 과거의 이름을 쓰기도 했습니다.

기아차는 세단에서는 K + 숫자의 방식을 쓰고 SUV에서는 스포티지·쏘렌토 등의 모델명을 그대로 쓰는 작명법을 쓰고 있습니다. SUV 모델들의 이름값이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다고 볼 수도 있는 대목입니다.

●전기차 시대, 자동차 작명법도 바뀔까
이름을 짓는다는 것은 참 쉽지 않은 일입니다.

저만해도 주말마다 소소하게 자동차 얘기를 하는 이 온라인 연재물의 이름을 정하느라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처음엔 ‘주말차담’으로 정했다가 ‘휴일차담(休日車談)’으로 결정했는데요. 주말보다는 휴일이라는 말의 어감이 더 좋아보였고 꼭 주말이 아닌 주중의 휴일에도 기사를 출고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었습니다.

뜯어보면 별다른 뜻은 없습니다. ‘휴일에 하는 자동차 이야기’ 정도로 열어놓은 틀에 아무 얘기나 해보자, 정도의 생각이었습니다.

저도 이럴진대, 한 해에 수십만 대 이상을 파는 것을 목표로 하는 자동차의 이름을 짓는 것은 보통일이 아닙니다. 호불호가 많이 엇갈리는 일이기도 하고 이런저런 시각을 감안해야 합니다.

처음에 ‘소나타’로 출시됐던 ‘쏘나타’가 “소나 타는 차”라는 말 때문에 ‘쏘나타’로 한글명을 바꿨다는 얘기를 지금은 웃어넘길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차를 개발하는 입장에서는 긴 고민 끝에 지은 이름이 그런 얘기를 듣는다는 것은 참 괴로운 일일 수 있습니다.

이름은 국내에서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도 고민해야 합니다.

해당 국가에서의 어감이 안 좋거나 문화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름이면 이름을 바꿔서 수출해야 합니다. 이제는 단종된 현대차의 ‘투스카니’는 남미에서 욕설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현대 쿠페’라는 이름으로 판매된 바 있습니다.

현대차의 SUV 라인업은 해외 휴양지의 이름을 따서 이름을 붙이고 있는데요. ‘코나(KONA)’ ‘투싼(Tucson)’ ‘싼타페(Santa Fe)’ ‘팰리세이드(Palisade)’ 등입니다. 차를 내놓을 때마다 이번 차는 어느 지역과 잘 어울릴 것이냐를 고민하는 것도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차급이 커질수록 이름이 길어지는 것 같은 ‘느낌’인데 그냥 ‘느낌’일 뿐 별 상관은 없다고 합니다.)

2017년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나 출시 행사에 직접 나선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모습. 당시 출시 행사에서는 현대차 임직원들도 휴양지 컨셉의 옷을 입고 행사에 나섰다. 현대자동차 제공.
2017년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나 출시 행사에 직접 나선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모습. 당시 출시 행사에서는 현대차 임직원들도 휴양지 컨셉의 옷을 입고 행사에 나섰다. 현대자동차 제공.

최근에는 인종·젠더 등 다양한 이슈가 과거보다 더 큰 논란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는데 이름을 지을 때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이런저런 문제의 소지를 아예 없애려면 ‘무색무취’한 작명법이 더 좋을 수도 있습니다.

폭스바겐도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를 선언하면서 알파뉴메릭 체계를 도입했습니다. ‘ID’ 뒤에 숫자를 붙이는 방식입니다. 그 출발로 이미 ‘ID. 3’가 출시됐습니다. 원래 알파뉴메릭 체계를 쓰던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는 전기차 시리즈에 ‘EQ’와 ‘i’ 같은 알파벳을 일찌감치 붙여놨습니다.

폭스바겐의 양산형 전기차 ‘ID. 3
폭스바겐의 양산형 전기차 ‘ID. 3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로 새롭게 라인업을 꾸리는 상황에서 과거와 다른 작명법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모델 S, 모델 X 등에 이어 모델 3을 내놓았는데 사실은 ‘SEXY’를 완성하려고 했다고 하지요. 포드 때문에 ‘모델 E’가 아닌 ‘모델 3’가 됐다지만 일론 머스크다운 ‘패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전기차 영역에서 속속 새로운 브랜드가 만들어지는 상황에서 앞으로 또 어떤 차명들이 등장할지 한번 지켜볼만한 요소 아닐까 싶습니다.

● 모델명 짓기 전에는 ‘프로젝트명’으로 개발
모델명을 짓기 전의 자동차 이름을 얘기해보고 오늘의 차담은 마무리 짓겠습니다.

자동차의 모델명은 개발 막바지까지 결정되지 않는 경우도 많은데요. 약 5년으로 보는 개발 기간을 고려하면 ‘가칭 쏘나타’ 이런 식으로 이름을 붙여놓고 차를 개발하기는 어려운 노릇입니다.

그래서 자동차 회사들이 쓰는게 바로 ‘프로젝트명’입니다. 자동차 개발 단계에서 차명이 확정되기 전 해당 차종을 부르기 위한 이름인데요. 해당 차종의 부품생산·계약·출고 등 전산 관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코드명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양산 단계가 되도 생산 공장을 포함한 회사 내부에서는 프로젝트명을 쓰는 경우가 많은 듯합니다. 해당 차종을 가리키는 가장 확실한 이름이라는 것이지요.

현대·기아차의 경우 지난해까지는 일반 고객들도 제법 아는 프로젝트명을 써왔습니다. ‘임의코드+차급코드’의 방식입니다.

쏘나타의 경우 임의의 문자에 중형 세단을 상징하는 ‘F’를 붙여서 프로젝트명을 써왔는데요.

그래서 4세대 쏘나타는 ‘EF’, 5세대 쏘나타는 ‘NF’, 6세대 쏘나타는 ‘YF’, 7세대 쏘나타는 ‘LF’ 같은 식의 프로젝트명이 붙었습니다. 그리고 프로젝트명은 자동차 이름 뒤에 붙어서 자연스레 세대 구분에 쓰였습니다.

SUV는 이 차급코드가 ‘M’이기 때문에 싼타페는 세대가 바뀔 때 CM, DM, TM 같은 글자가 따라붙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이 프로젝트명 부여 방식이 좀 바뀌었습니다. 차급코드 + 모델분류코드 + 세대코드, 이렇게 해서 영문 두자리 + 숫자 한자리 체계입니다.

좀 복잡한데 차급 코드는 경승용(A), 소형승용(B), 준중형승용(C), 중형승용(D), 스포츠(F), 준대형승용(G), 대형승용(U), 고급승용(R), 엔트리SUV(Q), 소형SUV(S), 준중형SUV(N), 중형SUV(M), 대형SUV(L), 고급SUV(J), MPV(K) 등입니다.

모델분류 코드는 현대 승용(N), 현대 SUV(X), 기아 승용(L), 기아 SUV(Q)입니다.

그래서 7세대 쏘나타인 ‘LF’의 후속모델 프로젝트명은 D(중형승용) + N(현대승용) + 8(8세대), ‘DN8’로 결정되는 것입니다. 이 체계가 바뀌지 않는다면 쏘나타는 9세대 모델이 나와도 ‘DN9’로 가장 뒤 숫자만 바뀌게 됩니다.

출시를 앞둔 투싼의 후속모델도 프로젝트명은 N(준중형SUV) + X(현대SUV) + 4(4세대), 이렇게 해서 ‘NX4’로 결정됐습니다. 앞으로 각 모델의 프로젝트명 세대 구분을 기존처럼 알파벳으로 할 수는 없는 셈입니다.

제네시스 GV80. 프로젝트명은 ‘JX1’이다. 제네시스 제공
제네시스 GV80. 프로젝트명은 ‘JX1’이다. 제네시스 제공

영문 두 글자 프로젝트명 체계로는 조합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고갈돼 가고 있고 아무래도 임의의 프로젝트명이다 보니 시간이 흐르면 혼란스럽다는 것이 프로젝트명 부여 체계에 변화를 준 이유라고 합니다.

이런 설명도 앞으로 자동차 모델명이 어떤 식으로 변화할지 알려주는 힌트일 수 있을 듯 합니다. 이미 많은 차량이 출시됐고 그런 이름들을 잘 피하기 쉽지 않다면 알파뉴메릭과 같은 방식으로 기계적으로 이름을 짓는 게 편리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삶의 동반자일 수도 있는 나의 차에, 좀 멋진 의미가 담긴 이름이 붙어있길 바라는 고객이 여전히 많을 수도 있으니 다양한 작명법이 계속 활용될 수도 있겠습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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