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화하는 반전세 시장?…임대인·임차인 “그나마 이 방법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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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8월 9일 07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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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전셋값 상승률이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도권 전역의 전셋값이 상승하며 수도권 전셋값 상승률은 4년9개월여 만에 최고치로 나타났다. 한국감정원이 지난 6일 발표한 ‘8월 1주(3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0.17% 상승했다. 전셋값 상승세는 58주째 상승세를 유지했다. 상승폭은 연중 최고치 수준이다. 사진은 이날 서울시 마포구 인근 아파트단지 밀집지역에 붙어 있는 부동산 매물 정보. 2020.8.7/뉴스1 © News1
서울 전셋값 상승률이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도권 전역의 전셋값이 상승하며 수도권 전셋값 상승률은 4년9개월여 만에 최고치로 나타났다. 한국감정원이 지난 6일 발표한 ‘8월 1주(3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0.17% 상승했다. 전셋값 상승세는 58주째 상승세를 유지했다. 상승폭은 연중 최고치 수준이다. 사진은 이날 서울시 마포구 인근 아파트단지 밀집지역에 붙어 있는 부동산 매물 정보. 2020.8.7/뉴스1 © News1
#1. 세입자와의 전세 계약 만료를 앞둔 집주인 A씨는 반전세로의 재계약을 기대하고 있다. 원래는 주변 비슷한 조건 주택의 시세가 많이 올라 만기 후 1억원 정도 전세보증금을 올려 여윳돈과 함께 다른 주택에 투자할 계획이었지만, 정부의 잇따른 다주택자 규제로 계획을 접었기 때문이다.

재계약 시 전세 보증금 최대 상한률이 5%로 제한된 데다, 다주택자 규제 때문에 새 주택 투자도 포기하면서, 차라리 전세 보증금을 기존대로 유지하고 대신 계약을 반전세로 전환해 월 수익을 보장받는 쪽으로 선회한 것이다.

A씨는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 “어차피 현재 사는 아파트와 전세로 준 아파트가 같은 동네여서 여차하면 차라리 몸테크를 하겠다는 생각으로 재계약에 임할 생각”이라며 “서로 불편하고 귀찮은 부수비용이 발생하는 상황보다는 반전세로 전환해 원만하게 해결하고자 한다”고 사정을 소개했다.

#2. 올해 9월 전세 계약이 끝나는 세입자 B씨는 어쩔 수 없이 반전세 계약을 고민하고 있다. 아이들 교육 때문에 지금 사는 동네를 떠나고 싶지 않지만, 집주인이 직접 들어와 살겠다며 재계약을 거부하고, 전세 매물이 품귀 현상을 보이면서다.

사실 B씨는 지난 계약 이후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면서 재계약 시 5000만원 이상 전세 보증금을 올려줘야 할 것을 각오하긴 했다. 그러나 집주인이 그 두 배에 가까운 금액을 요구했고, 임대차3법을 얘기하자 살던 집을 팔고 직접 들어와 살겠다고 한 것.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두 아이가 있는 상황에서 동네를 옮기기는 부담스러운 B씨는 당장 아이들이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만이라도 동네에서 지내기 위해 부동산을 돌아봤지만, 전세 매물은 이미 자취를 감춘 상태다. 어쩔 수 없이 B씨는 전세금은 그대로 두고 월세를 조금 주는 방식의 반전세를 집주인에게 제의해볼 계획이다.

정부와 여당이 속전속결로 밀어붙인 임대차3법의 여파가 부동산 시장에 계속되고 있다.

애초 정치권과 업계 등에서는 임대차3법 도입 후 전망을 두고 ‘전세 매물이 월세로 대거 전환될 것’이라는 주장과 ‘전환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상충했다.

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전세 매물 잠김이 나타나면서, 임대인과 임차인이 서로의 필요에 의해 전세와 월세 제도가 결합한 형태의 보증부 월세, 이른바 ‘반전세’ 매물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인기 학군인 서울 대치동, 목동 등에서 ‘악성 재고’ 취급을 받던 반전세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목동 A 공인 대표는 “과거엔 반전세가 월세도, 전세도 아니어서 기피 대상이었지만 최근엔 문의가 꽤 온다”고 말했다.

전세 매물이 잠기니 더 늦기 전에 월세 계약이라도 해야겠다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보증금 반환 여력이 부족한 임대인들이 차선책으로 반전세를 놓을 방안을 궁리하는 모습이다.

마포구 B 공인 관계자는 “집주인들 사이에서 차라리 수익형 부동산처럼 월세를 받겠다며 물건을 거둬들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도 “당장 전세 보증금을 다 물어주기는 곤란하니 반전세로 우선 전환을 하는 움직임이 있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 추세를 되돌리기는 힘들다고 전망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미 추세는 확실하고, 관건은 속도”라며 “최근의 정부 정책과 여권의 입법이 이를 가속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줄어드는 전세 물량에 대비해 공공임대 확대 노력과 규정 세분화, 보완 대책 마련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함영진 직방빅데이터랩장은 “임대차시장의 가격 안정을 위해선 임대 기간이나 임대료의 직접적인 규제책 외에도 민간임대의 재고량 감소에 대응한 공공임대 등 공급확대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우처(voucher) 같은 임대주택 보조책 등도 확대 병행해야 관련 제도 변화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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