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장마 뒤, 농산물값 폭등 기다린다

  • 뉴시스

수확 시기 놓치고 밭 유실돼 수급 불안정
도매가 이미 폭등…소매가도 뒤 따를 듯
비축물량, 사전계약분 등으로 안정 노력

유례없는 긴 장마가 지속되면서 농산물 생육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앞으로 일주일 가량 비가 더 이어질 것으로 예보되면서 농산물 가격 폭등이 전망돼 정부와 유통업체들이 수급 조절에 나섰다.

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채소류의 가격이 크게 오르는 추세다.

지난 7일 기준 시금치 4㎏의 도매가격은 4만2900원으로 전날 3만7100원에 비해 15.6% 올랐다. 평년(3만6080원)과 비교하면 19% 뛰었다. 같은 중량의 상추도 5만6540원으로 전날(4만5860)에 비해선 23%, 평년(3만8310)에 비해선 47.5% 폭등했다. 토마토의 경우 10㎏ 당 도매가가 2만9880원으로 평년(1만8753원)보다 59%나 올랐다.

대형마트나 전통시장 등에서 판매하는 소매 가격은 아직 오름세가 크지 않지만, 도매 가격이 오르면 소매가도 뒤따라 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곧 서민들의 장바구니 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농산물 가격 상승에 정부는 비축물량을 출하하고, 신속한 피해복구를 지원하는 한편 생육 점검을 강화하기로 했다. 농산물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영양제와 방제약 등도 최대 50% 할인 공급할 방침이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7일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어 “올해 긴 장마로 인한 농산물 출하감소의 영향으로 일부 채소류 가격이 지난해보다 크게 상승했다”며 “농산물 수급 및 가격동향을 면밀하게 점검하는 한편 신속하게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대형마트 등 유통채널에서도 소비자 공급가가 널뛰지 않도록 주시하고 있다. 지난주까지는 대부분 채소류의 가격이 도매가와 상관 없이 그 전과 동일했지만, 이번주부터 슬슬 판매가가 오르기 시작했다.

이마트의 경우 최근 상추, 대파 등 엽채소 등의 가격이 한 달 전보다 7~15% 가량 오른 상태다. 장마가 길어지며 농산물 수확 작업이 늦어지고, 밭이 유실되면서 도매가가 2배 가량 오르는 상황이라 소비자가에 영향을 미쳤다. 장마가 끝나면 후폭풍으로 도소매가가 더욱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양파, 마늘, 파프리카 등은 장마를 대비해 사전에 비축해 둔 덕분에 비 피해를 최소화했다”며 “빠르게 대체 산지를 확보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가계 물가 안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사전계약분을 확보해 뒀고, 발주량을 줄여 수요를 떨어뜨림으로써 가격 인상폭을 최소화하고 있다”며 “마트 자체적으로도 마진을 투자해 가격 급등을 막고 있다”고 했다.

비가 많이 오면 가격도 가격이지만 농산물 품질에도 영향을 미친다. 장마철엔 일조량이 부족해 과일 당도가 평균 약 2~3브릭스씩 떨어지게 된다.

이에 롯데마트는 첨단 저장기법인 CA(Controlled Atmosphere) 저장기술을 활용한 과일들을 준비했다. 과일의 품종에 알맞게 온도와 습도, 산소 농도 등을 조절함으로써 과일 저장 기간과 신선도를 극대화하는 기술이다. ‘갓 수확한 그대로 씨적은 수박’ 약 200톤을 준비해 판매하고 있다. 이달 말에는 ‘CA 추희 자두’, 9월에는 ‘CA거봉포도’ 각 100톤씩을 판매할 계획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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