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 못받고 이사할땐 임차권 등기를[고준석의 실전투자]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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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부산에서 전셋집을 살고 있는 A 씨(43)는 지난주 서울 본사로 인사발령이 나면서 갑자기 이사를 준비하고 있다. 부산 전셋집의 임대차 기간 만료가 1개월 남짓이라 서둘러 집주인에게 해지를 통지하고 서울에 전셋집을 구했다. 그런데 집주인이 새 임차인이 나타날 때까지 보증금을 못 돌려준다고 버티고 있다. 서울 전셋집 보증금은 대출금으로 마련했지만 서울 본사 출근 날짜에 맞춰 이사를 가야 하는 상황이다. 이사를 간 뒤에도 부산 전셋집 보증금을 안전하게 돌려받을 수 있는지 궁금해졌다.

임차인은 임대차 계약에 따라 보증금을 내면 전셋집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임대차 계약이 끝나면 당연히 보증금은 돌려받아야 한다. 하지만 계약이 끝났는데도 불구하고 A 씨처럼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 집주인이 투자 목적으로 전세를 끼고 매입한 아파트인 경우 새 임차인이 들어오기 전까지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고 버티는 상황이 종종 벌어진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임대인은 임대차 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임차인에게 갱신 거절을 통지해야 한다. 임차인은 1개월 전까지 그 뜻을 통지하면 된다. 만약 갱신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이전과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하는 것으로 본다. 다만 올해 10월 10일부터는 임대차 갱신 통지 기간이 달라진다.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임대차 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임차인은 2개월 전까지 임대차 갱신 거절 의사를 알려야 한다. 만약 계약조건 변경 및 갱신 거절의 뜻을 통지하지 않은 경우에는 그 기간이 끝난 때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본다.

이런 통상적인 절차를 다 지켰는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다면 임차인은 매우 난처할 수밖에 없다. 가장 주의할 점은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겠다고 약속했어도 무작정 이사를 가면 안 된다는 것이다. 임차인은 전셋집에 전입신고를 하면 대항력을 갖추고, 확정일자까지 받으면 우선 변제권이 생긴다. 하지만 이사 간 새 전셋집에 대한 전입신고를 하면 기존 전셋집에 대한 대항력은 상실되기 때문이다.

대항력이 사라진 상황에서 기존 전셋집이 경매에 들어가면 보증금을 떼일 수 있다. 따라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는데 이사를 꼭 가야 한다면 반드시 임차권 등기를 마쳐야 한다. 임차권 등기는 임차인이 전셋집 소재지 관할 법원에서 임차권 등기 명령을 신청하면 된다. 이때 신청서에는 신청 이유 등을 기재해야 한다. 임대차 대상인 주택의 도면도 첨부해야 한다. 임차권 등기를 한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주민등록등본과 함께 임대차 계약서도 제출해야 한다. 그래야 대항력과 우선 변제권을 취득한 사실을 증명할 수 있다.

이렇게 임차권 등기를 마치면 이사를 가더라도 기존에 취득했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그대로 인정받을 수 있다. 만약 기존 전셋집이 경매에 넘어갔을 때 따로 배당 요구를 하지 않아도 임차인은 보증금을 배당받을 수 있다. 이때 배당받은 금액이 보증금보다 적다면 새 집주인이 나머지 보증금을 모두 돌려줄 때까지 임차권은 소멸되지 않는다. 즉, 시간이 걸리더라도 보증금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는 권리는 계속 유지된다는 뜻이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부동산#전세보증금#임차권 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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