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석의 실전투자]상가건물 재개발땐 권리금 회수 못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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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지난해 퇴직 후 분식점 창업을 준비하던 A 씨(54)는 최근 마음에 쏙 드는 가게 자리를 발견했다. 기존 세입자(임차인)가 분식점을 운영하다가 귀농을 하려고 내놓은 점포였다. 장사도 꽤 잘되는 편이라 임대차 계약을 맺기 위해 계약 조건을 알아보니 보증금 5000만 원과 별도로 권리금 6000만 원을 줘야 했다. 건물주는 권리금은 자신과 무관하며 나중에 점포를 새로운 임차인에게 넘길 때 받으면 된다고 했다. 그는 권리금을 제대로 회수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어 계약을 망설이고 있다.

권리금은 상가 건물 임대차 계약 때 세입자끼리 주고받는 금액이다. 그 성격에 따라 세 가지로 나뉜다. 먼저 장사하는 데 필요한 시설이나 집기, 비품 등을 인수하는 대가인 ‘시설 권리금’이다. 영업 노하우나 단골, 거래처 등 무형 자산에 대한 ‘영업 권리금’, 점포 입지에 따라 지불하는 ‘바닥 권리금’이 있다. 기존 점포가 장사가 잘됐고,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라면 권리금은 올라간다.

다만 권리금 산정 방식에 대한 규정이 없다 보니 권리금은 관습에 따라 정해지고 있다. 당연히 지역과 상권마다 다르다. 권리금이 보증금만큼 목돈인 경우도 적지 않지만 법적 보호 장치는 매우 느슨하다. 현행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서는 기존 세입자가 새로운 세입자에게 권리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기회’만 보장할 뿐, 권리금 자체를 보호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건물주는 임대차 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임대차 종료 시까지 기존 세입자가 신규 세입자가 되려는 사람으로부터 권리금을 회수하는 것을 방해하면 안 된다. 건물주가 신규 세입자에게 권리금을 받거나, 기존 세입자에게 권리금을 주지 못하도록 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신규 세입자와의 임대차 계약을 거절하는 등의 행위는 권리금 회수 방해에 해당한다. 건물주가 기존 세입자가 주선한 신규 임차인과의 계약을 거부한 뒤 자신이 직접 점포를 내는 경우도 권리금 회수 방해 행위다.

이처럼 건물주가 방해해 권리금을 회수하지 못했다면 건물주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된다. 손해배상액은 신규 세입자가 기존 세입자에게 지급하기로 한 권리금과 기존 임대차 계약 종료 시 지급했던 권리금 중 낮은 금액이 된다. 건물주가 권리금 회수를 방해했다면 임대차 계약이 끝난 날부터 3년 이내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된다. 현행법상 상가건물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은 10년이지만, 10년이 지났더라도 건물주는 기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호해야 한다.

정부는 빈번한 권리금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세입자끼리 권리금을 주고받을 때 ‘표준권리금계약서’를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표준권리금계약서를 사용하면 권리금 계약 내용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계약 당사자 간 권리와 의무를 명시하기 때문에 향후 분쟁을 예방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권리금이 있는 상가건물에 입점하려는 세입자는 임대차계약서뿐만 아니라 표준권리금계약서를 작성하고 계약하는 게 좋다.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상가건물이 재개발로 철거되면 권리금 회수가 아예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상가건물이 향후 재개발이 추진될 수 있는 정비구역에 있는지, 향후 그럴 가능성이 있는지를 꼼꼼히 조사하고 가게 자리를 결정해야 한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상가건물#재개발#권리금#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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