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소비자물가 상승률 0.4% 그쳐…54년 만에 최저 수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31일 15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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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정부는 일시적인 현상이라 올해에는 물가가 바로 반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수요 위축에 따른 저물가 기조의 장기화를 우려하고 있다.

31일 통계청이 내놓은 연간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2019년 소비자물가지수는 104.85로 2018년 104.45보다 0.4% 상승했다. 이는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65년 이후 가장 낮다. 연간 물가가 0%대인 것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0.8%)과 저유가와 메르스 사태가 겹친 2015년(0.7%)에 이어 세 번째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석유류 가격이 하락하고 날씨가 좋아 농축수산물 물가가 낮아진 점이 전체 물가를 끌어내렸다. 석유류 가격은 2018년보다 5.7%, 농축수산물은 1.7% 각각 내려갔다. 무상교육과 건강보험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병원검사료(―9.4%), 학교급식비(―41.2%), 남자학생복(―37.5%) 등도 하락했다.

저물가의 원인을 두고 정부는 농산물 공급 과잉과 무상복지 확대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주장을 고수했다. 기획재정부는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 하락 등 공급 측의 하방 충격이 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경기 부진으로 소비와 투자가 위축돼 수요가 줄어든 점도 주된 요인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계절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 요인을 제거한 근원 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 상승률은 0.9%로 1999년(0.3%) 이후 가장 낮았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최근 경기 상황이 악화되면서 수요가 부진한 점이 상당히 저물가에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수요 위축을 경고한 바 있다. KDI는 지난해 10월 보고서에서 “최근 저물가는 정부 복지정책이나 특정 품목에 의해 주도됐다기보다 다수의 품목에서 물가상승률이 낮아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했다. 한은도 지난달 12일 내놓은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복지, 공공서비스 등 관리물가도 하락했지만 수요 부진이라는 국내 요인이 더해져 물가 하락세가 더 커졌다”고 밝혔다.

정부와 한은은 2020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0%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이는 다른 연구기관들에 비해 낙관적인 편이다. KDI는 지난해 11월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2020년 물가상승률을 0.6%로 내다봤다. 경기 부진이 계속되면서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현 추세대로라면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크지 않지만 시장 수요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세종=최혜령기자 her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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