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 떨어진 한국 증시… 해외기업 올해 상장 단 1곳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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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中업체 분식회계후 감소… 2017, 2018년에도 2개씩 그쳐
회계 투명한 기업들 美-홍콩 선호… 中기업은 강화된 심사 통과 못해
증권사들 전담 조직 잇달아 축소

한국 증시에 입성한 해외 기업이 올해 단 한 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량 기업은 한국 증시에 들어올 만한 유인이 적고 국내 증시 진입을 노리던 중국 기업은 연이은 사고 탓에 심사가 까다로워지며 상장 자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한 해외 기업은 일본계 게임업체인 SNK 한 곳으로 나타났다. 거래소는 “연말까지 상장이 예정된 업체 중 해외 기업은 없다”고 전했다.

해외 기업의 국내 증시 진출은 2010년을 전후해 활발히 이뤄졌다. 그러다가 2011년 중국 섬유회사 고섬이 상장 두 달 만에 1000억 원대 분식회계를 한 사실이 적발된 ‘고섬 사태’가 터지면서 해외 기업 상장이 크게 감소했다. 2016년 중국 기업 6개사가 상장되며 되살아나는 듯했던 해외 기업의 국내 증시 진출 실적은 2017년, 2018년 각각 2개사 상장에 그치며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 같은 추세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상장 예비심사를 받고 있는 해외 기업은 미국계 제약사 소마젠 1곳이다. 하지만 이 회사는 국내 바이오사 마크로젠의 자회사라 순수한 의미의 해외 기업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달 수요 예측 진행 후 상장계획을 철회하고 내년 상장을 재도전하는 홍콩 게임사 미투젠 역시 국내 게임사 미투온의 자회사다.

국내 증시로의 해외 기업 상장이 저조해진 건 중국 기업들의 진출이 까다로워진 게 첫 번째 원인으로 꼽힌다. 국내 증시에서 상장 폐지된 13개사 중 중국 기업은 고섬을 포함해 11곳에 이른다. 이에 거래소는 중국 기업에 대한 심사를 강화했고, 올해 7월에는 중국 기업이 해외에 지주회사를 설립한 뒤 국내에 상장시키는 방식을 허가하지 않기로 했다. 또 해외 기업이 국내 회계법인을 감사인으로 선임해 의무적으로 회계 감사를 받도록 했다.

이는 중국 기업들이 한국 증시 상장을 포기하는 계기가 됐다. 한 증권사 기업공개(IPO) 담당자는 “한국 상장을 검토한 중국 회사는 대부분 규모가 작아 이를 받아들일 만한 준비가 안 돼 있다”며 “회계가 투명한 기업은 미국, 홍콩 등에 상장하는 걸 우선 검토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국내 증권사들은 해외 기업 IPO 유치가 당분간 어렵다고 보고 전담 조직을 축소하거나 통폐합했다. 거래소는 미국, 베트남 등을 돌며 해외 우량기업 상장 로드쇼를 진행하고 있지만 해외 기업의 잇단 ‘사고’ 때문에 이전에 비해 적극적인 상장 유치에 나서지 않는 상황이다. 여기에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코스피와 코스닥지수 상승률이 다른 국가에 비해 저조해 해외 기업들이 한국 증시 상장을 선택할 만한 매력이 낮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 기회를 늘리기 위해 해외기업 상장 유치는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며 “무엇보다 해외 기업에 대한 투자자 신뢰를 얻기 위해 금융당국과 증권사들이 상장사 선정과 관리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한국 증시#해외기업#상장 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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