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GM 대리점…“노조는 기본급이라도 있지”

  • 뉴스1
  • 입력 2019년 9월 28일 0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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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에 있는 한 쉐보레 대리점의 모습. 한국지엠이 최근 출시한 콜로라도 및 트래버스 전시를 위해 전시장 한쪽을 비워뒀다. © News1 조재현 기자
서울 시내에 있는 한 쉐보레 대리점의 모습. 한국지엠이 최근 출시한 콜로라도 및 트래버스 전시를 위해 전시장 한쪽을 비워뒀다. © News1 조재현 기자
“노동조합도 적당히 했으면 좋겠다. 우리도 부양할 가족이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노조는 기본급이라도 있지만, 대리점은 기본급도 없다.”

“소비자는 한번 마음을 돌리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다시 붙잡으려면 2배, 3배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은 상생이 필요하다. 대리점에서 차를 많이 팔아야, 노조도 회사도 유지되는 것 아니겠느냐.”

‘초비상이다’. 잦은 노사 갈등으로 인해 영업 최일선에 있는 한국지엠(GM) 대리점들이 신음하고 있다. 파업부터 경영진 퇴진 운동까지 회사를 둘러싼 부정적인 이슈가 쏟아지면서, 소비자 발길이 눈에 띄게 줄고 있어서다. 차량 판매가 급감하면서 직원 한 명 월급 챙겨주기도 빠듯한 상황이다. 노사 갈등이 원망스러울 뿐이다.

이처럼 생산직 노조의 파업에 애꿎은 판매점들의 피해가 늘고 있다. 파업에 공급마저 차질을 빚어질까 대리점들은 좌불안석이다. 반신반의하는 고객들을 모두 잃을지 모른다는 걱정에서다. 대리점주들은 한목소리로 노사 상생을 주문했다. 생존을 위해 차를 한대라도 더 팔아야 하는 절박한 영업 현장을 외면하지 말라는 것이다.

27일 <뉴스1>이 둘러본 서울 시내 쉐보레 대리점은 최근 얼어붙은 노사 관계를 대변하듯 한산했다. 종로구의 한 대리점에서 근무하는 22년 차 A 부장은 최근 자신의 일과를 ‘경비업무’에 비유했다. 고객 상담 문의보다 가만히 차를 지켜보는 시간이 더 많기 때문이다.

평일, 주말할 것 없이 문을 열고 손님을 기다리지만, 차량 계약은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다. A 부장은 잦은 노사 갈등으로 인한 브랜드 신뢰도가 하락한 결과라고 토로했다. 그는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 에프터서비스(A/S) 센터도 문을 닫기 때문에 곧바로 고객 불편이 발생한다. 당장 차를 맡기고 싶어도 순번이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누가 쉐보레 차를 사고 싶어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또한 노조 파업 등은 소비자에게 ‘철수설’을 떠올리게 해 현장에서 입는 타격이 크다고 강조했다. A 부장은 “부정적인 뉴스만 나오기 때문에 손님들이 매장에 와서도 철수 가능성 등을 묻기도 한다”며 “현재 회사의 상황은 영업에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쉐보레 픽업트럭 콜로라도,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트래버스의 출시 소식에 쇄도했던 문의도 노사 갈등이 고조된 이후로 40%가량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차량 구매 문의가 없으니 출근해도 의욕도 안 생기고, 무력감만 든다”고 하소연했다. 수익을 낼 방도가 없으니 베테랑 영업사원의 이탈은 물론, 문을 닫는 대리점도 수두룩하다. 한국지엠 등에 따르면 2017년말 302곳이었던 전국 대리점은 이달 기준 239곳으로 2년새 20%가량 줄었다. A부장은 “월급이 충분하지 않으니 노하우를 갖춘 딜러들이 다 떠나고 있다. 가장 큰 자산이 딜러인데, 떠나도 보수를 챙겨줄 수 없어 붙잡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비교적 큰 규모에 성동구에 위치한 대리점 역시 차량을 둘러보는 손님은 없었다. 해당 대리점의 B소장은 파업 장기화에 따른 고객 인도 지연을 우려했다. 그는 “현재는 물량이 확보돼 계약 이후 차량 출고가 정상적으로 이뤄지다보니 손님들이 노조 파업에 따른 피해가 크지 않다. 하지만 파업이 지속돼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 소비자들이 쉐보레 차량을 외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만의 상황이 아니다. 동탄신도시에서 대리점을 운영하는 C 대표는 “지난해 2월 군산공장 폐쇄 이후 판매실적이 예년 대비 반토막이 났다”며 “철수설 등 회사를 둘러싼 부정적인 소식에 신뢰도가 하락했다”고 심각성을 알렸다.

그는 이어 “한번 등을 돌린 고객을 다시 붙잡기가 힘든데, 최근 노조의 불매운동 언급 등으로 더 큰 위기가 찾아올 뻔 했다”며 “대리점에서 차를 많이 팔면, 수익이 생기고 이를 회사와 노조가 나눌 수 있게 된다. 노사가 한발씩 양보해 갈등을 끝내고 대리점이 ‘차량 판매’라는 목표에 전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콜로라도, 트래버스의 사전계약이 실시됐으나 손님들이 해당 모델을 직접 살펴보기 어렵다는 점도 대리점으로서는 답답한 노릇이다. 현재 한국지엠이 미디어 출시 행사 등을 위해 들여온 20대 안팎의 차량이 전국 대리점을 돌며 전시되고 있으나 충분한 구매 정보를 제공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신차가 전시돼 있으면 손님들을 일단 대리점으로 유인할 수 있고, 구매 상담 등을 통해 다른 모델들의 판매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데, 진열 상품 자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지엠 측은 출시를 서둘러 달라는 현장의 요구를 반영해 사전계약 시기 등을 앞당기다 보니 발생한 일이라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영업망 붕괴를 우려하는 대리점의 요구로 다양한 노력을 통해 사전 계약 등에 나섰다”며 “콜로라도와 트래버스가 미국 공장에서 최종 검수 작업까지 거쳐 국내로 들어오다 보니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콜로라도는 이르면 내달 중순부터 고객 인도가 시작될 전망이다. 트래버스는 이보다 늦은 11월쯤으로 예상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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