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격화땐 한국 中수출 30兆 타격”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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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硏 수출 나비효과 분석
美, 중국산 수입 10% 줄일 경우 한국 전자장비 中수출 12兆 감소
中, 수입 페놀 반덤핑 조사 착수… 美제품 겨냥하며 한국 끼워넣어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격화되면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이 매년 약 30조 원 줄어들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미국이 중국 상품의 수입을 줄이면 중국에 중간재 수출을 많이 하는 한국에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현대경제연구원은 미중 무역갈등이 한국 수출산업에 미칠 영향을 분석한 결과 한국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한국 중국 미국의 무역통계를 분석해 앞으로 일어날 상황의 여파를 추정했다. 연구원은 미국이 중국에서 수입하는 품목의 약 10%에 해당하는 500억 달러(약 54조 원)어치의 상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해 해당 상품의 교역이 중단되는 상황을 가정했다.

미국이 중국 수입의 10%를 줄여 버리면 ‘나비효과’로 한국의 중국 수출 규모가 약 282억6000만 달러(약 30조5800억 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이 중국에 수출하는 중간재, 부품들이 중국에서 가공돼 다시 미국으로 수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중국-미국’ 수출이 끊기면 연쇄 타격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는 한국의 대중국 수출액의 19.9%, 한국 전체 수출액의 4.9%에 달하는 수준이다.

연구원은 특히 전자장비, 정보기술(IT), 석유화학 산업이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추정했다. 전자장비는 한국이 중국에 가장 많이 수출하는 제품이다. 미국이 중국에서 관련 상품 교역을 중단하면 한국에서는 약 109억2000만 달러(약 11조8000억 원) 규모의 수출 감소가 일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 다음으로는 IT(―56억 달러), 석유화학(―35억2000만 달러), 기계(―27억2000만 달러), 경공업(―23억6000만 달러) 순으로 수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나타났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한국 기업의 피해는 현실화되고 있는 추세다. 이날 중국 상무부는 한국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태국 등 5개국에서 수입된 페놀 제품에 대해 반덤핑 조사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을 겨냥한 반덤핑 조사에 한국도 대상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페놀은 석유에서 추출하는 화합물로, 살균제 제조에 주로 사용된다. 조사 대상이 된 한국 기업은 LG화학, 금호피앤비화학이다. 상무부는 “중국 기업들은 이들 5개국의 기업들이 정상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중국에 제품을 수출했고, 중국 기업에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정부가 미국, 중국의 시장 동향이나 정책에 관련된 정보를 기업과 공유하고 장기적으로는 수출국 다변화 등의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은택 nabi@donga.com·주성하 기자
#무역전쟁#중국#수출#미국#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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