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14’-‘설화수’ 이어 패션브랜드 ‘더캐시미어’도 매장
에르메스 들어선 명품거리… 토종업체들 가세로 다시 활기
서울의 대표적인 명품 거리 중 하나인 서울 강남구 도산공원 앞 일대에 토종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해외 유명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K럭셔리’로 이름을 날리겠다는 포석이다.
7일 현대백화점그룹에 따르면 한섬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더캐시미어’는 최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 매장을 열었다. 토종 패션 브랜드가 명품 거리인 도산공원 인근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섬은 더캐시미어 매장에 프리미엄 생활용품 ‘띵스’ 라인과 남성의류, 키즈 및 액세서리 제품을 다양하게 전시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서 확고한 이미지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한섬 관계자는 “도산공원 주변은 청담동 명품 거리와 달리 패션뿐만 아니라 다양한 식(食) 콘텐츠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해외 유명 브랜드 매장과 나란히 하며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명품 거리 도산공원 앞에 한섬 더캐시미어가 자리를 잡으면서 이곳의 토종 브랜드 ‘K럭셔리’는 3개로 늘어났다. 첫 토종 플래그십 스토어는 2015년 10월 개장한 가방 브랜드 ‘0914’의 매장이다. 30년 역사의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 시몬느의 박은관 회장이 한국의 장인정신을 담아 만든 브랜드다.
지난해 3월에는 아모레퍼시픽 ‘설화수’가 6층짜리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기도 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명품 거리인 도산공원을 염두에 두고 ‘한국의 미를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디자인하라’고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설화수 관계자는 “현재 중국, 태국, 미국, 프랑스 등 해외 방문객이 전체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BMW그룹 본사, JP모건 아시아퍼시픽 임직원, 다보스포럼 회장, 아랍 국가 왕족 등이 방문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도산공원 앞이 명품 거리가 된 것은 2006년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가 플래그십 스토어인 ‘메종 에르메스 도산파크’를 열면서부터다. 2009년 ‘랄프로렌’에 이어 ‘콜롬보’ ‘릭 오웬스’ ‘산타마리아 노벨라’ 등 해외 유명 패션 및 뷰티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줄이어 오픈했다.
기업의 부지 매입도 이어졌다. 2010년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자녀들이 운영하는 에스엔에스인터내셔날이 에르메스 건너편 건물을, 2012년에는 시몬느가 제일모직과의 경합 끝에 매물로 나온 단독주택(현 0914 점포)을 287억 원에 사들이기도 했다.
지난해 신 이사장과 딸들이 운영하던 SK-II 스파가, 올 초에는 랄프로렌 매장이 매출 부진 등의 이유로 문을 닫으면서 상권이 다소 위축되기도 했다. 그러나 ‘터줏대감’ 에르메스의 다양한 문화전시 활동과 리뉴얼 작업, 새로운 K럭셔리 스토어의 부상이 도산공원 일대에 활력을 불러일으킨다는 평을 받고 있다.
부동산 컨설팅 업체인 쿠시먼드웨이크필드 코리아 김성순 전무는 “청담동 명품 거리가 도산공원 일대보다 20%가량 임대료가 높고 더 메인이긴 하다. 그러나 도산공원 일대는 특유의 한적한 분위기, 에르메스로 대표되는 명품 이미지 등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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