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R 경영의 지혜]투자유치 설명회땐 유능함보다 신뢰성을 보여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7일 03시 00분


사업계획서를 살펴보고 흥미와 기대감을 나타내던 투자자들이 정작 창업자와의 ‘피치 미팅’(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짧은 사업설명 미팅) 이후 관심을 거두는 일이 적지 않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5월호는 피치 미팅에서 발생하는 여러 상황을 분석, 정량화한 락슈미 발라찬드라 미국 뱁슨대 조교수의 연구를 소개했다.

발라찬드라 교수의 첫 번째 결론은 열정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발라찬드라 교수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창업경진대회에서 녹화된 1분 피치 동영상 185개를 입수해 연구진들로 하여금 소리를 끄고 오직 영상만으로 발표자들이 얼마나 열정적으로 보이는지 평가하도록 했다. 창업자들의 활력 넘치고 결의에 찬 모습이 평가위원에게도 어필했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실제 평가 결과는 달랐다. 벤처투자사(VC)로 구성된 평가위원들은 침착한 언행의 발표자를 선호했다. 열정을 적당히 절제하며 냉철한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 피치에서는 더 중요했던 것이다.

유능함보다는 신뢰가 중요하다는 사실도 발견됐다. 에인절투자자들이 특정 스타트업에 관심을 갖게 된 데는 창업자의 유능함보다는 인성과 신뢰도가 더 크게 작용했다. 사실 재무나 기술 분야에서 역량이 부족하다면 최고경영자(CEO)가 교육을 받거나 인재를 고용해 보완할 수 있지만, 인성 문제는 좀처럼 극복하기 힘들다는 이유였다. 신뢰도를 강조한 창업자가 투자 유치에 성공할 확률은 그렇지 않은 창업자에 비해 무려 10%나 더 높게 나타났다.

또 에인절투자자들은 피드백을 잘 수용할 수 있는 개방적인 창업자를 원했다. 질문에 대해 고개를 끄덕거리거나 미소를 짓는 행위는 ‘열린 사고의 소유자’처럼 비쳐 평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여성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은 여전했다. 연구진은 MIT 창업경진대회 영상에서 나타난 발표자들의 행동을 남성적 성향(박력, 지배성향, 공격성, 단호함 등)과 여성적 성향(따뜻함, 감수성, 표현력, 감성 등)으로 구분했다. 분석 결과, 여성적 성향의 행동을 많이 취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투자 유치 성공 확률이 낮았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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