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 농민들 개발한 미니사과, 못생긴 외모탓 시장서 찬밥신세
대기업 케이크용 납품… 매출 대박
‘농식품상생협력’ 사업 3년새 65건
경북 영천시의 농민이 친환경 ‘미니사과’를 올린 케이크를 들어 보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경북 영천시 농민들이 친환경 농법으로 개발한 ‘미니사과’는 못생긴 외모 때문에 시장에서 찬밥 신세였다. 일반 사과보다 당도가 높은데도 발육이 덜 된 ‘불량 사과’라는 오해를 받곤 했다.
하지만 SPC그룹과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반전이 일어났다. 미니 사과를 케이크 위에 장식처럼 통째로 올려놓은 ‘가을사과 케이크’를 출시했기 때문이다. 갈아 넣은 사과 과육이 아니라 사과를 통째로 먹을 수 있는 케이크. 아기 주먹만큼이나 작은 사과였기에 가능한 역발상이었다. 아기자기한 모양과 상큼한 식감으로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아 일반 케이크보다 4배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처럼 농가와 기업, 지방자치단체가 힘을 합쳐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판로를 개척해 ‘윈윈’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기업은 안정적으로 농산물을 확보해 원가를 절감하고, 농가는 판로 걱정 없이 농사에만 전념할 수 있는 것이다.
14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정부가 2014년부터 추진해온 ‘농식품상생협력’ 사업이 속속 성과를 내고 있다. 첫해 14건에 그쳤던 상생협력 사업 모델은 올해 3월까지 65건으로 늘었다.
기업과 농가의 협력은 식품기업에만 그치지 않는다. KT는 2014년 전남 신안군의 약 3300m² 면적의 농가에 ‘스마트 농업’ 기술을 도입했다. 이곳에선 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급수나 온도를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다. 15년째 브로콜리 농사를 짓고 있는 나승철 씨(68)는 “이전에는 온종일 비닐하우스에만 매달려 있었는데 이젠 마음 놓고 섬 밖으로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 농식품 수출 활로를 뚫은 사례도 있다. 유럽에서 인기가 많은 새송이버섯은 주로 배로 수출해온 탓에 신선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하지만 대한항공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과 항공 운송 요율 조정 협약을 맺으면서 유통 시간을 크게 단축했고, 수출량은 3년 만에 약 4배로 늘었다.
기업뿐 아니라 각 지자체도 적극 나서고 있다. ‘감’으로 유명한 경북 청도군은 감말랭이, 감와인 등 다양한 가공식품이 인기를 끌며 매년 1000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려왔다. 하지만 2014년 감 생산량이 전년보다 30%나 늘어 가격이 폭락했다. 그러자 청도군은 식품기업들과 업무협약을 맺고 연매출 100억 원대의 음료를 출시하는 등 공급 과잉의 부작용을 최소화했다.
농식품상생협력본부는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아직 전수할 노하우가 많은 전문가들도 적극 활용하는 등 다양한 사업 모델을 구상 중이다. 대기업 임원 등에서 퇴직한 전문가로 구성된 ‘농식품 상생자문단’을 통해 영세 기업에 경쟁력 강화 방안을 조언하고 있다. 김희중 농식품상생협력본부 팀장은 “지역 상생협력 협의체를 전국 10개 시도에 구축해 전국 단위의 자율 상생협력 기반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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