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R/Feature]성과-여유자원 없이 ‘퀀텀점프’ 꿈꾸지 마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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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치 목표’ 도입의 조건

 2012년 야후의 부활을 이끌 구원투수로 화려하게 등판했던 머리사 메이어가 9일(현지 시간)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와 함께 한때 전 세계 정보기술(IT) 업계의 상징적 존재였던 야후는 인터넷 사업 부문을 미국 최대 통신업체 버라이즌에 매각하면서 사명을 ‘알타바’로 변경하는 굴욕을 맛보게 됐다.

 2012년 7월 메이어는 야후의 새 CEO로 취임하면서 “야후를 빅4 수준으로 되돌려 놓겠다”고 선언한다. 이와 함께 ‘5년 안에 두 자릿수 성장률 달성’ 등 8가지의 매우 도전적이고 야심 찬 목표를 발표했다.

 당시 여론은 메이어 신임 CEO가 야후를 부활시키기 위해 설정한 거창한 목표에 찬사를 보냈다. 그러나 결과는 참혹했다. 야후의 매출액은 2012년 49억 달러를 기록한 이래 4년 넘게 이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심지어 2015년에는 44억 달러의 손실을 보기도 했다.

 메이어처럼 많은 기업의 CEO들이 얼핏 달성하기 힘들어 보이는 목표를 설정한다. 이런 도전적 목표를 비즈니스 용어로 ‘스트레치 목표(Stretch Goal)’라고 부른다. 스트레치 목표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과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특징이 있다. 일례로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서비스 초기 공항 게이트 턴어라운드(비행기가 화물 승객 등을 내리고 다시 싣고 태우는 데 걸리는 시간)를 10분 이내로 줄이겠다는 스트레치 목표를 세웠다. 항공사 평균이 1시간임을 감안하면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였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완전히 새로운 경로와 접근 방법을 시도했다. 바로 좌석 번호를 없애고 선착순으로 승객들을 앉게 한 것. 더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싶은 승객들의 욕망을 이용해 사우스웨스트항공은 턴어라운드를 실제 10분으로 줄일 수 있었다.

 스트레치 목표는 조직에 매우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를 부여함으로써 구성원들이 기존 업무 관행에서 벗어나 창의적이고 혁신적으로 일하도록 유도해 높은 성과를 끌어내는 데 있다. 그러나 많은 기업이 스트레치 목표를 도입하지만 실패를 맛보는 사례가 더 많다. 현재 회사가 처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스트레치 목표를 설정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스트레치 목표는 어떤 기업에 어울릴까. 심 시트킨 미국 듀크대 퓨콰경영대학원 교수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최신호(2017년 1·2월호)에 스트레치 목표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해당 기업의 최근 성과와 보유 중인 여유 자원이 얼마나 되는지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기업의 최근 성과가 좋아 직원들이 자신감에 차 있고 가용 자원이 많아 실패를 흡수할 여유가 있는 조직에서 스트레치 목표를 설정했을 때 달성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반면 최근 성과가 좋지 않고 보유 자원도 부족한 기업들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스트레치 목표를 무리하게 설정하면 실패할 확률이 크게 높아진다. 유럽의 자동차 생산 업체인 오펠이 대표적 예다.

 오펠은 2000년대 들어 실적 부진을 이어갔다. 2001년에만 5억 달러의 손실을 냈다. 그렇다고 보유 자원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펠은 2002년부터 스트레치 목표를 도입했다. 2년 이내에 흑자로 돌아선다는 목표였다. 일부 진전은 있었지만 오펠은 목표를 달성하기는커녕 그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실패는 직원들의 사기를 더욱 떨어뜨렸다. 내부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단지 최근의 실패를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스트레치 목표를 추구하면 조직은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 수 있다.

 그렇다면 최근 성과가 좋지만 내부에 여유 자원이 부족하거나 여유 자원은 있지만 사기가 꺾여 있는 조직은 스트레치 목표 도입을 아예 외면해야 하는 것일까. 시트킨 교수는 이런 기업들은 스트레치 목표를 곧바로 도입하기보다는 토대를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리고 구체적인 방법으로 △작은 승리들을 추구하라 △의식적으로 여유 자원을 구축하라 △작은 손실들을 추구하라 등을 제시했다.

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퀀텀점프#스트레치 목표#도입#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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