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디지털 화두로 ‘4-5-6 세대교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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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금융환경… 조직실험 확산

《 올해 인터넷전문은행이 등장하는 등 금융권 ‘빅뱅’이 예고된 가운데 지난해 말부터 이어져 온 은행권 ‘조직개편 실험’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은행들이 공개한 경쟁력 강화 전략의 핵심 키워드는 ‘디지털’과 ‘자산관리’였다. 은행들은 조직개편을 통해 두 부문에 힘을 실어주고, 40대 지점장과 50대 임원을 대거 발탁한 ‘세대교체’도 단행했다. 급변하는 금융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승부수’다. 》

 

○ 디지털·자산관리 강화로 ‘새 먹을거리’ 발굴

 은행들이 올해 ‘디지털’과 ‘자산관리(WM)’에 역점을 둔 것은 조직개편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신한은행은 기존의 디지털뱅킹그룹 내 사업부를 본부로 재편했다. 처음에 팀 단위로 운영됐던 모바일플랫폼 조직은 ‘써니뱅크사업본부’로 격상됐다. KB국민은행도 디지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스마트마케팅부와 스마트채널지원유닛을 만들었다. 김도진 신임 IBK기업은행장(58)은 올해 첫 조직개편에서 ‘미래채널그룹’을 신설해 디지털금융, 핀테크 등 ‘미래 먹을거리 발굴’을 맡겼다.

 자산관리 조직도 강화했다. 우리은행은 WM사업단에 WM추진부를 만들었다. 다음 달 4년제 자산관리 전문 사내대학을 설립하는 등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국민은행은 KB증권과 자산관리 부문 협업체계를 구축했다. KEB하나은행은 PB사업본부와 연금사업본부를 ‘WM사업단’으로 통합했고, 기업은행도 WM·PB센터를 지역본부에서 개인고객그룹으로 옮겨 강화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올해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으로 촉발될 ‘금융권 판도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핀테크 업체들도 간편 송금 등 기존 은행들의 업무영역에 도전하고 있다. 금융사 수장들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타 업종과 무한경쟁을 벌여야 하는 시대다. 디지털 금융의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금리 기조도 은행들이 예대 마진 위주의 수익구조에서 자산관리 등 비이자 수익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 최근 은행들이 자산관리 서비스 문턱을 지속적으로 낮추는 것도 같은 이유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디지털과 자산관리를 결합한 로보어드바이저 등 모바일을 통한 자산관리의 대중화도 점점 더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 ‘4050 세대교체’ 바람도 확산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은행권 인사에선 40대 지점장과 50대 임원이 대규모로 발탁돼 ‘세대교체’ 바람도 거셌다. 급변하는 환경에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는 ‘젊은 피’를 수혈한 것이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이달 인사발령을 통해 새로 임명한 지점장의 41%를 40대로 채웠다. 지난해 말 신한은행의 지점장 승진자도 70%가 40대였다. 보통 은행 차장에서 부지점장, 부지점장에서 지점장으로 승진하는 데 6, 7년 걸리던 승진 연한을 대폭 줄인 것이다. 실력만 있으면 나이에 관계없이 중요한 직책을 맡을 수 있는 ‘성과주의’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1950년대생이 주축이었던 임원진도 1960년대에 태어난 50대로 바뀌고 있다. 하나은행에선 50대 초반의 최연소 부행장이 나왔다. 지난해 12월 한준성 미래금융그룹 전무(51)가 부행장으로 승진했다. 기업은행은 최근 임상현 수석부행장(57)과 배용덕(55), 김창호(55), 오혁수(55), 최현숙(54) 등 1960년대생 부행장으로 진용이 꾸려졌다. 신한은행에선 박우혁, 김창성 신임 부행장보(이상 54세)가 선임됐다.

 금융환경 변화로 ‘세대교체’ 바람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임형석 한국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실장은 “세대교체는 핀테크 등 금융환경 변화와 저금리·저수익으로 침체된 금융권 분위기를 쇄신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사 수장들이 과거에 비해 젊어진 점도 이 같은 추세를 더욱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20일 차기 신한금융지주 회장으로 내정된 조용병 신한은행장(60)을 포함해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62),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65) 등 주요 금융그룹 수장은 모두 60대다.

주애진 jaj@donga.com·김성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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