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뷰스]농업의 새 길, 기업과의 상생협력에서 찾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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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다윈의 ‘종의 기원’ 이후 오랫동안 경쟁은 진화의 주요인으로 여겨져 왔다. 치열한 다툼과 경쟁이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생각은 생물학을 넘어 사회현상 전반을 설명하는 이론적 틀로 쓰여 왔다. 그러나 많은 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경쟁뿐 아니라, 동종 또는 이종 간의 협력이 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차례로 밝혀졌다. 공생과 협력을 통한 진화론은 학계는 물론 사회 전반에 걸쳐 설득력을 높여가고 있다. 한국 농업의 문제 해결에도 충분한 시사점을 준다.

 현재 우리 농업은 쌀 과잉 문제를 비롯해 여러 구조적인 어려움에 처해 있다. 국산 농산물 소비는 감소하고 해외 농산물 수입은 늘고 있다. 쌀 소비는 2005년 국민 1인당 80.7kg에서 2015년 62.9kg으로 10년 새 22%나 줄었다. 농촌의 고령화도 심각한 수준이다. 2014년 농가 경영주의 평균 연령은 66.5세에 달했다. 농업 인구는 전체 인구의 5% 정도이지만 국내총생산(GDP)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 수준에 그친다.

 농업을 둘러싼 이 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방안 중 하나가 바로 ‘농업과 기업의 상생협력’이다. 상생협력은 농업계와 기업계 모두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안이다. 가장 대표적인 방안은 우리 농산물을 기업에 식품 원료로 공급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농업계는 안정적인 판로 확보로 농산물 생산에 집중할 수 있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식품업계는 고품질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 프리미엄 제품을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내수와 수출 확대를 꾀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농업에서 기업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생태계가 조성되고 현재 31% 수준인 국산 원료 사용 비율도 높아질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4년 대한상공회의소와 ‘농식품 상생협력 추진본부’를 만들어 농업과 기업의 상생협력을 적극 추진해 오고 있다. 원료 구매뿐 아니라 수출·유통 협력, 공동 출자 등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 상생협력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올해 4개 지방자치단체에 ‘지역 농식품 상생협력 추진본부’를 만들었다. 내년에는 10개 지자체로 확대할 계획이다.

 상생협력은 개별 기업 차원에서도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2008년 농가와 계약 재배를 시작한 이래 직거래 비중을 50%까지 늘렸다. SPC그룹은 경북 의령군 생산자단체와 제빵용 밀 재배단지를 조성하고 생산량 전체를 수매해 수입 밀 대체에 일조하고 있다. SPC의 올해 국산 밀 구매량은 3900t에 이른다. 아직 초기이기는 하지만 많은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어 향후 전망도 밝다.

 기업과 농가의 상생협력은 결코 어렵지 않다. 거창한 게 필요한 것도 아니다. 기업이 농산물 판촉 통로가 되어 직원들과 농민들을 연결해주는 것처럼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방안이 수없이 많다. 기업이 농산물 가격의 일부를 보조하는 대신 포장지 등에 자사 광고를 부착하는 마케팅도 얼마든지 시도해 볼 만하다.

 상생협력은 기업의 농업부문 참여에 대한 일각의 부정적인 견해를 불식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작은 협력에서 시작하는 농업과 기업의 상생협력은 우리에게 새로운 동반성장의 길을 제시해 줄 것이다. 정부는 그간의 상생협력 성과를 더욱 발전시켜 농업과 기업, 그리고 국민이 함께하는 새로운 ‘국민 농업시대’를 열어갈 계획이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경쟁#산업#농업#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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