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전투기 무산 이어 파열음… ‘유럽 자강론’ 회의론 갈수록 커져
트럼프, 군사자산 지원 축소 통보에 나토 “안보 강화” 나섰지만 진전 없어
전문가 “대미 의존 안낮추면 허울뿐”
뉴시스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작전 지원을 위해 유럽에 제공해 온 전투기와 군함 등 군사자산 지원 축소를 통보한 가운데, 독일과 프랑스가 전투기에 이어 차세대 전차 공동 개발에서도 파열음을 내고 있다. 두 나라가 함께 설립한 방산 기업의 지분 등을 놓고 주도권 경쟁을 벌이면서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 한 번 유럽의 차세대 무기 개발 프로젝트가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유럽의 안보 위기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도 유럽 주요국 간의 장기적인 안보 협력은 난항을 겪는 모양새다. ● 佛-獨, 차세대 전투기 이어 전차 공동 개발도 좌초 위기
AFP통신에 따르면 15일 독일 국방부는 프랑스와 함께 추진해 온 차세대 전차 공동 개발 프로젝트와 관련해 “두 나라가 계획대로 전차를 공동 개발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프랑스와 독일이 프로젝트 주도권을 잡겠다며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의 전차 공동 개발 프로젝트는 현재 독일 주력 전차인 레오파르트2와 프랑스 르클레르를 2040년까지 대체한다는 목표로 시작됐다. 2017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당시 독일 총리가 이 사업에 합의했다. 그러나 최근 독일이 전투기 공동 개발에서 이탈을 결정하자, 마크롱 대통령은 전차 공동 개발 재검토 가능성을 시사했다. 여기에 독일 정부가 최근 프랑스와 함께 설립한 방산 기업 KNDS 지분을 인수해 프랑스와 지분 비율을 똑같이 맞추기로 하면서 양국 간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그동안 프랑스와 독일은 무기를 각자 따로 만들면 비용이 많이 들고 공동 방어에 불리하다고 보고 전투기, 전차 등의 공동 개발에 역점을 뒀다. 그러나 미래전투공중체계(FCAS)로 불리는 전투기 공동 개발 사업은 두 나라 업체 간 지분 다툼 등으로 끝내 무산됐다. FCAS는 6세대 전투기에 전투용 드론, 전투 클라우드 등을 포함하는 유무인 복합 무기체계다. 예상 사업비가 1000억 유로(약 176조 원)를 넘는 유럽 역사상 최대 무기 개발 프로젝트였다.
또 프랑스는 독일·이탈리아·스페인과 추진해 온 드론 공동 개발 프로젝트인 ‘유로드론 프로젝트’에서도 최근 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 “무기·에너지 대미 의존 낮추지 않은 유럽 자강론은 허울”
이처럼 유럽의 군사 강국인 프랑스와 독일이 주축이 된 차세대 무기 프로젝트들이 잇따라 삐거덕거리면서 유럽 자강론에 대한 회의론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재취임 후 줄곧 “유럽이 망해 가고 있다”면서 나토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하며 나토 탈퇴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이에 나토 국가들도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안보 강화에 나선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뚜렷한 자구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미국에 대한 무기 기술과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현실에서 미국 없는 ‘유럽 중심의 무기 개발’은 계속 한계에 부닥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두 분야에서 대미 의존도를 낮추지 않고선 유럽 자강론이 ‘구호’에 불과하다는 것. 특히 유럽이 현재 미국 공급업체로부터 조달하고 있는 탄약, 드론, 방공 시스템, 장갑차 등을 자체적으로 대량 생산하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린 모건 시러큐스대 유럽연구센터 소장은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 보고서에서 “유럽 중심의 방위 동맹을 만들어 독립적인 유럽 지휘 체계를 공식화하더라도 군사 기술과 에너지 자율성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허울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표적 설정을 위해 미국 위성에 의존하고, 무기 체계를 위해 미국산 반도체에 의존하며, 산업 운영을 위해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에 의존하는 유럽의 지휘 체계는 독립적인 것처럼 보이기만 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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