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하헌구]화물연대 집단 파업… 이번에는 명분이 약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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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헌구 인하대 물류전문대학원 교수
하헌구 인하대 물류전문대학원 교수
 화물연대는 2003, 2008, 2012년에 이미 3차례 집단 운송 거부를 실행해 국민경제에 큰 피해를 남긴 바 있다. 화물연대가 10일부터 다시금 무기한 집단 운송 거부에 들어갔다. 그런데 그동안의 집단 운송 거부와는 달리 이번 화물연대의 요구 사항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번 집단 운송 거부의 근거는 정부가 올 8월 30일에 발표한 화물운송시장 발전 방안이다. 이 방안은 1.5t 이하 소형 화물차에 대한 증차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화물연대는 이 방안이 화물자동차의 무한 증차를 초래하여 화물 운송 차주의 생계를 위협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부의 방안은 1.5t 이하 소형 화물차에 대해 적용하는 것으로, t급 상향 및 양도 금지 등의 조건하에 제한적으로만 증차가 허용된다. 직접적인 이해관계자인 1t 이하 소형 화물차 중심의 용달업계는 이번 방안 발표에 대해 찬성·합의했으며, 업계와 전문가들은 화물연대가 우려하는 무한 증차 사태는 현실적으로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결국 화물연대가 집단행동에 돌입하는 명분 자체가 미약하다.

 물류업계와 화주업계에서는 화물연대가 철도파업, 한진해운 사태 등으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을 이용해 그동안 지속적으로 주장해 온 표준운임제 도입, 지입제 철폐 등을 관철하고자 하는 의도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화물연대가 주장하는 표준운임제 도입과 지입제 철폐는 시장경제원리 위배, 이해관계자 간 첨예한 갈등으로 실현되기 어렵다.

 이러한 여건하에서 정부는 이해관계자 간 합의를 거쳐 실현 가능성이 높은 참고원가제 도입, 일방적 지입계약 해지 방지 등 지입차주 권리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포함한 화물운송시장 발전 방안을 발표한 것이다. 이후에도 정부는 지입계약 갱신청구권 보장 등 지입차주의 권리 보호 강화를 위한 개선 방안을 화물연대 측에 제시하는 등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사태를 해결하려 하였으나, 화물연대는 이를 거부하고 집단 운송 거부에 돌입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한진해운 사태, 철도 파업 장기화 등으로 국가경제의 대동맥인 물류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경제사회적 부작용이 큰 상황이다. 더욱이 내륙 운송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화물연대 차주들의 집단 운송 거부로 최악의 상황이 재현될지 모른다. 2008년 당시에도 수출입 물류가 마비되어 국민경제가 직격탄을 맞은 바 있다.

 화물연대가 국민경제를 담보로 경제 전체에 부담을 주는 상황을 초래하는 것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화물연대는 실질적인 명분이 부족한 이번 집단 운송 거부가 국가 물류경쟁력 약화를 초래하고, 이는 화물연대 구성원들의 실질적인 이득의 감소로 귀결될 수도 있음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물류산업 발전과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화물연대의 대승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하헌구 인하대 물류전문대학원 교수
#화물연대#집단파업#명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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