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고영선]4차 산업혁명과 노동정책의 변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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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선 고용노동부 차관
고영선 고용노동부 차관
 “많은 사람이 노동시장으로 들어오는 반면 너무도 많은 기계가 사람을 밀어내고 있다.”

 요즘 회자되는 제4차 산업혁명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의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1963년에 한 말이다. 다행히 미국 경제는 이후에도 성장을 거듭했고 기계는 소득 증대와 일자리 창출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제4차 산업혁명 역시 그러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제4차 산업혁명이 과거의 기술 진보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주장하나, 쉽게 수긍할 수는 없다.

 물론 낙관적 전망에는 전제가 따른다. ‘창조적 파괴’가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끊임없는 혁신 과정에서 생산성 낮은 부문은 퇴출되고 생산성 높은 부문이 그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 그런데 퇴출을 거부하는 기득권층의 반발로 혁신이 지체되면 결국 나라가 쇠락하게 된다. 경제학자인 다론 아제모을루와 제임스 로빈슨, 그리고 정치철학자인 프랜시스 후쿠야마 등이 동서고금의 역사에서 간파한 국가 흥망의 원리다.

 이런 관점에서 향후 노동시장의 중요한 과제는 인력이 기업 간, 산업 간, 지역 간 신축적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일, 그리고 능력과 성과에 따라 보상받도록 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개혁을 통해 산업화 시대에 형성된 제도와 관행을 바꾸어야 한다. 우리 노동법은 유럽과 비교해도 규제가 심한 편이다.

 또 다른 중요한 이슈는 교육과 훈련이다. 고용노동부는 직업훈련 체계를 전면 개편하고 있다. 지금은 정부가 수백 개 업종별 훈련 인원과 훈련비를 일일이 결정하는 중앙집권적 시스템이라 할 수 있는데, 대대적 규제 완화를 통해 시장 친화적 시스템을 도입하고자 한다.

 취업상담·알선서비스 역시 대폭 확충하고 있다. 고용부는 전국의 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통해 개별 근로자의 이력을 관리하고 필요할 때마다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는 시스템을 갖출 계획이다.

 기업 구조조정을 저해하고 나쁜 일자리를 존속시킨다고 비난받아 온 고용장려금도 크게 손보고 있다. 경력 단절 여성과 같이 정부 지원이 불가피한 대상은 확대하고 다른 대상은 축소하고자 한다. 정부는 내년도 일자리 예산에 이러한 것들을 이미 반영해 예산을 올해보다 큰 폭으로 늘린 17조5000억 원으로 잡았다.

 조선, 해운 같은 기간산업이 줄줄이 위기를 맞고 있다. 과거 선진국에서 빼앗아 온 이들 산업을 이제는 중국과 같은 후발 개도국에 넘겨주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제4차 산업혁명에 맞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고 효과적인 근로자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일이 절실한 이유다.
 
고영선 고용노동부 차관
#노동시장#산업혁명#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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