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개도국과 협약 맺을땐 강하고 구체적 언어 사용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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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 간의 관계에서 협정이나 협약에 이르는 과정은 매우 지난하다. 크게 문제될 것처럼 보이지 않는 조항을 두고 협상이 몇 년씩 지연되기도 한다. 중요한 국제협약에서조차 불분명한 규정이 종종 문제가 되곤 한다. 예컨대 두 국가가 특정 조항에 대해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고 이로 인해 갈등이 계속되는 것을 보면 왜 애초 협상 과정에서 문제의 소지가 없도록 명확한 언어로 동의된 사항을 적시하지 않았나 궁금해진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교수 등으로 이뤄진 연구진은 최근 국제협약에 사용된 언어의 명료성이 이후 각국 정부의 행동에 미치는 효과를 살펴봤다. 연구진은 국가인권기구 설립을 권고한 1991년 파리원칙 결의를 이 연구의 사례로 분석했다.

 유엔 총회결의안으로 채택된 파리원칙은 인권 보호를 위해 각국 정부가 국가인권기구를 설치할 것과, 해당 기구가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하기 위해 구체화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항목별로 권고의 수준은 다양하게 표현됐는데, ‘국가인권기구가 헌법이나 법률에 따라 그 설립과 운영을 규정할 것’을 권고하는 항목은 ‘강력한 권고사항’의 대표적 사례다. 저자들은 이렇게 권고에 사용된 언어의 강도가 각국 정부가 합의사항을 이행하는 데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갖는지 분석했다. 연구 결과, 민주주의 국가뿐만 아니라 권위주의 국가에서도 강력한 권고사항은 비교적 충실히 준수됐다. 하지만 권위주의 국가는 약한 권고사항은 상대적으로 덜 충실하게 이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인권 보호에 소극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권위주의 정부조차도 법적 강제력이 없는 권고를 ‘강한 어조로 구체적으로’ 할 경우 이를 지키려는 성향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법치 원칙이 약한 개발도상국이나 비민주적 정부를 가진 나라일지라도 계약에 있어 구체적이고 강한 어조로 내용을 전달할 경우 구속력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김현경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연구교수 fhin@naver.com
#경영의 지혜#경영#리더#개도국#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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