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협정 6주만에 F16-드론 공격
사흘째 교전… 양국 최소 10명 사망
러-우크라 평행선, 중동도 긴장 고조… 민주콩고-르완다 하루만에 재충돌
英언론 “트럼프식 휴전은 미봉책”
대피소로 피신한 태국 승려 9일 태국-캄보디아 국경지역에서 발생한 교전을 피해 태국 부리람주로 피신한 승려가 대피소에서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다. 올 10월 말 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휴전 협정을 맺었지만 7일부터 무력 충돌을 재개했다. 사흘째 이어진 교전으로 민간인 포함 총 10명이 숨졌다. 부리람=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휴전 협정을 맺었던 태국과 캄보디아가 사흘째 무력 충돌을 벌이고 있다. 7일부터 재개된 교전으로 양측에서 최소 10명이 사망하고 20여 명이 다쳤다. 태국과 캄보디아 모두 이번 충돌의 책임을 상대에게 떠넘기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라 분쟁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또 6주 만에 휴전이 사실상 무산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태국과 캄보디아 분쟁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쟁 △가자 전쟁 △콩고민주공화국과 르완다의 전쟁 등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중재를 통해 성과를 냈다”고 주장한 다른 국제 분쟁들도 최근 교전이 격화되거나 휴전이 유지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거창하게 내세웠던 성과는 허술한 휴전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 태국 “협상 없어” vs 캄보디아 “반격할 것”
9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태국 정부는 7일 두 달여 만에 재개된 캄보디아와의 국경지대 군사 충돌로 최소 3명의 군인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캄보디아 정부도 민간인 최소 7명이 태국군의 공격으로 숨졌다고 주장했다.
태국군은 캄보디아가 국경 지역에서 먼저 로켓, 박격포, 무인기(드론)를 사용해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또 캄보디아의 선제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F-16 전투기를 동원해 군사 기지를 공습했다고 밝혔다. 반면 캄보디아 국방부는 “우린 휴전 협정을 이행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며 태국이 먼저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교전이 3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아누틴 찬위라꾼 태국 총리는 “협상은 없다”며 전투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시하삭 푸앙껫께우 태국 외교장관 역시 알자지라방송에 “캄보디아는 외교를 위한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훈 마네트 캄보디아 총리의 아버지로 국가 최고 실력자로 꼽히는 훈 센 전 총리(현 상원의장)는 페이스북을 통해 “평화를 원하지만 영토를 지키기 위해 반격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앞서 양국은 올 7월 11세기 크메르 유적 ‘프레아 비헤아르’ 사원의 영유권을 두고 분쟁을 벌여 최소 48명이 숨졌다. 양측의 충돌은 올 10월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로 휴전 협정을 체결하며 일단락됐다. 하지만 지난달 10일 태국 국경지대에서 지뢰 폭발로 태국 군인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하며 양국 간 무력 충돌이 재발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은 분쟁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휴전하지 않으면 관세를 인상하겠다며 휴전을 이끌어낸 것은 미봉책에 불과했다는 지적이다.
● 러-우, 가자지구, 민주콩고-르완다 분쟁 해결도 요원
트럼프 대통령이 중재에 나섰던 다른 분쟁들도 휴전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는 트럼프 대통령 중재로 개전 2년 만인 올 10월 1단계 휴전에 일단 합의했다. 하지만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하마스의 무장 해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완전 철수 △국제안정화군(ISF) 배치 등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평화구상 2단계 주요 이슈들을 둘러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입장 차가 매우 크다. 최근에는 이스라엘이 1967년 3차 중동전쟁을 계기로 그어진 경계선인 ‘그린라인’보다 가자지구 안쪽으로 수 km 더 들어간 지점에 그어진 ‘옐로라인’을 새로운 국경이라고 주장해 갈등이 커지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 협상도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영토 문제에서 양측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러시아는 러시아계가 많이 거주하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를 합한 지역) 전체를 자국 영토로 합병하겠다고 주장한다. 반면 우크라이나와 유럽은 ‘현재 전선’을 바탕으로 영토 협상이 진행돼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현재 돈바스의 약 88%를 점유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안전 보장을 둘러싼 입장 차도 크다. 유럽 국가들과 우크라이나는 서방 군대가 우크라이나에 주둔하길 원하지만, 러시아는 반발하고 있다.
30여 년간 이어진 분쟁을 해결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과시한 민주콩고와 르완다 사이의 충돌도 재발했다. 양국이 평화협정을 맺은 지 하루 만인 5일 르완다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의심되는 반군들이 민주콩고 정부군을 향해 공격을 가하면서 양측 간의 교전이 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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