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실패는 혁신의 밑거름”… 미운오리서 백조가 된 기업들

  • 동아일보

 경기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창업에 눈을 돌리는 퇴직자나 젊은이가 늘고 있다. 고무적인 현상일 수 있으나 여건이 녹록지는 않다. 또 이미 반복적으로 실패를 경험한 창업가, 기업가도 많다. 하지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기업 상황에도 적용될 수 있음이 최근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이탈리아 볼로냐대 연구진은 일상에서 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를 거듭한 기업들이 결국에는 커다란 피해나 손실을 겪지 않고 성공적인 길을 간다고 주장했다. 실패를 많이 할수록 성공할 확률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에어버스사는 신기종 A380 제작을 한창 추진하던 무렵 기내 배선 체계의 문제점을 발견했다. 이를 수정하던 중 또 다른 거대한 기체 결함을 잇달아 발견했다. 결국 기체 인도일을 2년 가까이 늦춰가며 비상사태에 돌입했다. 이로 인해 입은 회사 브랜드 가치와 재무적 손실은 천문학적이었다. 하지만 철저한 검증을 통해 다시 탄생한 A380은 현존하는 가장 안전한 여객기로 평가받으며 에어버스사에 전화위복의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2003년 발사 직후 공중에서 폭발한 미국의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는 어찌 보면 예견된 대참사였다. 제작 중에 감지된 미세한 문제점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전체적인 제작 과정 역시 큰 실패 없이 진행됐다. 이것이 결국 대참사의 도화선이 된 것이다.

 이러한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연구진은 유럽 16개국 12만7338개 기업을 대상으로 6차례에 걸쳐 광범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연구 결과, 기업의 계속된 실패는 궁극적으로 기업의 혁신 성과, 지식 습득, 기업 성과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기업은 기업 특유의 관습적이며 고착화된 비즈니스 행위를 확립해 이를 반복하려는 경향이 있다. 만일 기업이 실패를 거듭하면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과 행위를 아직 신뢰할 수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최적의 모델을 찾기 위해 더욱 노력하게 되는 것이다.

 성공의 열쇠는 실패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배워 나가는 데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jhryoo@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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