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은 짧고 연휴는 길다…여행-나들이 떠나는 ‘D턴족’ 늘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17일 16시 12분


주부 김 모 씨(37·여)는 15일 오전 시댁에서 차례를 지내고 아침 겸 점심 식사를 끝낸 후 바로 경기 가평의 캠핑장으로 차를 몰았다. 김 씨는 “올해 명절 연휴가 길어 2박3일간 남편, 아이들과 함께 캠핑하며 휴가처럼 보내기로 했다”며 “시댁에 눈치는 좀 보이지만 친척들과 부대끼며 스트레스 받는 것보다는 훨씬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17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로 롯데백화점 본점은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남편, 네 살배기 아들과 함께 백화점을 찾은 이현미 씨(32)는 “연휴에 충북 시댁에 들렀다 15일에 차가 막히기 전에 일찍 올라왔다”며 “연휴의 뒷부분을 즐기고 식사도 할 겸해서 백화점에 나왔다”고 말했다.

명절 연휴 내내 고향에 머물다 귀경(U턴)하는 풍속도는 옛말이 됐다. 짧게 제사만 치르고 나들이나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들 ‘D턴족’이 연휴 풍경을 바꾸고 있다. 추석 다음날 백화점 등 쇼핑몰과 호텔업계가 때 아닌 ‘추석 특수’를 누리고 있다.

국내 대형백화점들은 2013년까지만 해도 명절 전날까지 영업을 하고, 명절 당일과 그 다음날엔 문을 닫았다. 2014년부터는 이 전략을 바꿔 명절 전날과 당일에 문을 닫고 명절 다음날부터 영업을 재개했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백화점이 추석 다음날인 16일에 문을 열었고, 이날부터 경품 증정 행사나 이벤트를 시작했다.

백화점들이 영업 전략을 바꾼 이유는 연휴 쇼핑 패턴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명절 당일에 차례와 성묘를 마치고 다음날에 가족들과 백화점을 찾아 여가를 즐기는 고객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4년 이후 롯데백화점의 추석 다음날 매출액은 평일 매출의 1.7배(2014년), 1.9배(2015년)로 늘어났다. 특히 10, 20대가 주 고객층인 유니섹스 캐주얼과 스포츠 브랜드 매출이 높게 나타났다. 이에 대해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가족과 함께 나와 손자의 선물을 구매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추석 연휴 기간(14~16일) 내내 문을 연 복합쇼핑몰도 명절 다음날 방문객이 가장 많았다. 최근 개장한 경기 하남의 스타필드 하남의 이 기간 하루 평균 방문객은 약 15만 6300명이었으며 추석 다음날인 16일에 약 21만1000명으로 가장 많았다. 서울 롯데월드몰 역시 이 기간 하루 평균 방문객(약 11만8000명)으로 평일 평균보다 30% 가까이 증가했는데, 특히 16일에 약 15만 6400명으로 가장 많았다.

명절 연휴 기간 시내 호텔 객실 예약률도 평년보다 높게 나타났다. 서울 중구 소공로 더플라자의 추석 연휴 객실 예약률은 85% 정도로, 평년치를 크게 웃돌았다. 서울 중구 소공로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의 호텔 레스토랑 예약률은 100%에 가까워 추가 예약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객실에 바비큐 이용권이나 레스토랑 식사권을 결합해 가족 고객을 겨냥한 ‘추석 패키지’도 인기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 그랜드힐튼서울 관계자는 “아직 연휴가 끝나지 않았지만 추석 패키지가 지난해에 비해 2배 이상 판매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신 건국대 소비자정보학과 교수는 “D턴족은 친척보다는 내 가족과의 시간을 중요하게 여기는 핵가족 단위 소비문화가 발달하면서 생긴 현상”이라며 “대체휴일이 정착해 명절 연휴가 길어지면서 이 같은 현상이 더욱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D턴족 ::

설·추석 등 명절 연휴기간에 고향에 내려갔다 바로 집으로 돌아오지 않고 여행지나 쇼핑몰로 향하는 이들을 뜻하는 신조어. 명절행사를 간소하게 치르고 긴 연휴를 휴가처럼 즐기는 이들이 늘면서 생겨났다. 이동 경로가 알파벳 D와 비슷하다고 해서 D턴족이라 부른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이호재 기자 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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