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남상태 퇴임후에도 뒷돈… 특혜 업체서 사무실 운영비 받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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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피의자 소환… 긴급체포
대학동창 업체에 일감 몰아주기… ‘차명투자로 수억 배당’ 집중 추궁
개인비리→회계사기 단계적 수사

대우조선해양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27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으로 출석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대우조선해양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27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으로 출석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66)이 2012년 3월 6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뒤 재임 중 일감을 몰아준 업체 대표에게서 자신의 개인 사무실 운영비까지 제공받은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대규모 회계 사기 정황이 포착된 대우조선해양의 전 대표가 퇴임 후에도 자신의 영향력을 토대로 사익(私益)을 꾀한 정황이 추가로 포착된 것이다.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27일 오전 9시 반경 남 전 사장을 10여억 원대 배임수재와 수백억 원대 배임 및 횡령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한 뒤 밤늦게 긴급 체포했다.

남 전 사장은 특별수사단 조사실이 꾸려진 서울고검 청사에 굳은 표정으로 도착했다. 그는 “친구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거나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를 상대로 연임로비를 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답변만 하고 서울고검 1210호 조사실로 들어갔다. 특별수사단 정희도 부부장검사가 남 전 사장을 심문했다.

검찰은 이날 남 전 사장이 자신의 대학 동창이자 부산국제물류(BIDC)의 대주주인 휴맥스해운항공 회장 정준택 씨(65·구속)에게 특혜를 주고 뒷돈을 받은 개인 비리 혐의 조사에 집중했다. 현재까지 드러난 개인 비리 혐의만으로 사법 처리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의 ‘일감 몰아주기’로 사세를 키운 BIDC는 매년 15% 이상, 많게는 50% 가까운 고율 배당을 시행했다. 특히 검찰은 남 전 사장이 대우조선해양의 손자회사인 BIDC의 외국계 주주사 지분을 차명 보유해 수억 원대의 배당금을 챙긴 단서를 잡았다. 검찰 수사가 예상되자 남 전 사장이 정 씨 측과 ‘차용증’을 만들어 정상 거래를 가장한 정황도 포착됐다. 남 전 사장이 퇴임 후 정 씨에게서 개인 사무실 운영비로 수억 원을 받은 혐의도 새롭게 드러났다.

검찰은 이날 남 전 사장과 유명 건축가 이창하 씨를 상대로 제기된 비자금 조성 의혹은 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남 전 사장은 “이 씨와 처음부터 특별한 친분이 있었던 것이 아니다. 이 씨를 회사로 데려온 사람도 내가 아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남 전 사장의 신병을 확보한 뒤 재임 기간에 발생한 분식회계와 사기 대출의 총액을 확정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검찰 수사 착수 보름 만에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61)이 2012년 4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사장으로 재임한 기간에 발생한 분식회계 규모가 5조4000억 원, 사기 대출 규모가 무려 40조 원을 뛰어넘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대주주이자 관리 책임이 있는 산업은행의 책임도 수사 대상이 돼 남 전 사장 재임기의 대우조선해양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소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 전 사장 재임기에 대우조선해양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낸 산업은행 부행장 출신 김갑중 전 대우조선해양 부사장(61)은 이미 구속 수감됐다.

수사의 정점은 남 전 사장을 상대로 제기된 연임 로비 의혹을 규명하는 부분이다. 대구 출신으로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남 전 사장은 2009년 이명박 정부에서 연임에 성공했다. 강기정 당시 민주당 의원은 2010년 7월 국회에서 “검찰이 이 대통령의 친구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이 남 사장의 유임을 위해 로비한 의혹을 수사하다가 중단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장관석 jks@donga.com·김민 기자
#남상태#뒷돈#일감몰아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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