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R]‘파리 목숨’ 사모펀드 CEO… 팀워크-협상력 좋으면 장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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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경험은 되레 융통성에 毒… 적응력-순발력 더 중시 경향
공감보다 위기대응력 높이 사 “정 많으면 어려운 결정 잘 못해”

미국의 대표적 주가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을 구성하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평균 임기는 10년에 가깝다. 하지만 사모펀드 기업의 CEO 교체 주기는 이보다 훨씬 짧은 편이다. 이 업체들은 대규모 투자가 성사되고 나면 통상 CEO를 교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모펀드 기업의 베테랑 임원들은 CEO 채용에 대한 성공과 시행착오 경험이 일반 기업에 비해 훨씬 많은 편이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한국어판 2016년 6월호는 이 같은 노하우를 가진 사모펀드 회사들이 CEO에게 어떤 자질을 요구하는지 조사한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임원 전문 헤드헌팅 회사인 DHR 인터내셔널과 컨설팅 회사인 그린피크 파트너스는 여러 기업의 CEO 채용 과정을 조사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과정이 어떻게 변했는지 살펴보기 위해 32개 사모투자 전문회사의 경영 파트너들을 대상으로 설문 및 면접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사모펀드에서 일하는 임원들의 경우 일반적으로 채용 담당자들이 가장 중시하는 실적과 경험을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한 반면에 ‘소프트 스킬’에 더 많은 비중을 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프트 스킬이란 기업 내 커뮤니케이션, 협상, 팀워크, 리더십 등을 활성화할 수 있는 능력으로 생산, 마케팅, 재무, 기획 등 일련의 경영 전문 지식을 가리키는 ‘하드 스킬’에 반대되는 개념이다.

연구팀은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결론을 도출했다. 첫째, 경험은 과대평가된다는 점이다. 통상 CEO를 영입할 때는 동종업계에서 유사한 업무를 하던 사람을 1순위로 떠올리게 된다. 기업 입장에선 더 편할 수 있지만 이러한 기준은 해당 업계를 잘 안다고 스스로 맹신한 나머지 오히려 융통성이 없거나 틀에 박힌 전략이나 재탕하려 하는 후보자들을 만나게 될 수도 있다.

응답자 중 상당수는 최근 몇 년 사이에 과거와 달리 ‘비전형적’인 후보자들에게 더 호감을 갖게 됐다고 답했다. 한 업계에서 오랜 경험을 쌓았다는 경력이나 학력보다 환경에 대한 적응력과 순발력이 더 중요한 요건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는 설명이었다.

한편 팀 빌딩 역량은 조사에 포함된 13개 특성 가운데 중요도에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즉 좋은 성과를 내는 팀을 구축하는 능력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세 번째는 공감을 잘하는 리더보다는 긴급한 사안을 잘 처리하는 리더를 더 높게 평가한다는 점이다. 사모투자 전문 회사들은 자신들이 투자한 기업이 언제 흑자로 돌아서야 하고 언제 매각이나 기업공개(IPO)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지 등을 엄격하게 정해진 일정에 따라 관리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해진 시간 내에 성과를 내야 한다. 한 사모펀드 임원은 “비즈니스 세계에선 공감이 긴급성에 자리를 양보해야 할 때가 많다”며 “이해심과 정이 너무 많은 리더 역시 꼭 필요하지만 그런 특질만 갖고 있다면 어려운 인사 결정을 내리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복력 역시 필수 덕목으로 지목됐다. 사모펀드 투자업계 사람들은 실패를 건너뛰고 매끄럽게 성공만 이어 온 후보들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연구진은 “사모투자 전문 회사들은 CEO 후보자들이 좌절을 맛보고, 실수도 하고, 방황을 거듭한 다음 역경을 딛고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솔직함을 뜻하는 진정성도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진정성은 공개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악재마저도 신속하고 투명하게 전달하려는 자신감과 의지를 뜻한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사모펀드 ceo#장수#팀워크#협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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