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물량 없어… 온실가스 배출권시장 개점휴업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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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월 도입후 배출권 총량의 0.2% 거래
정부 예비물량 풀었지만 공급난 해소 역부족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된 지 1년 반이 됐지만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 배출권을 사려는 기업은 많지만 팔려는 기업이 없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는 정부가 기업마다 온실가스 배출 허용량을 정해주고 이를 초과한 기업은 온실가스 배출권을 구입하도록 한 제도다. 배출권을 구입하지 않고 허용량을 초과해 배출하면 초과한 양만큼 배출권 평균 가격의 3배를 과징금으로 내야 한다.

기업들은 올해 3월 말 환경부에 지난해 배출량을 보고했다. 온실가스를 할당량보다 초과 배출한 기업들은 이달 말까지 시장에서 배출권을 매입하거나, 올해분에서 차입해야 한다.

이 때문에 올해 4∼6월은 배출권 거래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거래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배출권 거래시장이 문을 연 지난해 1월 12일 이후 올해 6월 3일까지 배출권 누적 거래량은 344만3241t으로 정부가 2017년까지 배출하도록 525개 기업에 사전 할당한 배출권 총량 15억9772만 t의 0.2%에 불과하다.

거래 실적이 저조한 것은 현재 시장에는 배출권이 부족한 기업만 있을 뿐 이를 팔겠다고 내놓은 물량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주도하는 배출권 시장 정책에 대해 기업들의 공감대가 부족한 데다 기업이 배출권을 시장에 내놓을 경우, 마치 부과된 할당량에 여유가 있는 것으로 오해를 받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는 기업 입장에서는 다소 부담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감축 노력을 하고 있지만 자체적으로 2017년까지 목표로 세워 놓은 감축 기준을 현재로서는 달성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배출권을 구하지 못하는 기업들을 위해 보유한 배출권 예비분 90만 t을 긴급히 이달 초 시장에 공급했다. 정부는 “배출권이 시장에 풀리지 않아 물량 부족을 겪는 업체들을 위해 예비분을 공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래소는 배출권 가격 수준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이해가 부족한 것이 거래 부진의 원인으로 봤다. 김영 거래소 일반상품시장부장은 “매도, 매수 측 모두 기준으로 삼을 만한 가격이 없다 보니 가격 움직임도 크고, 거래도 부진하다”며 “가격 안정성이 생기고 적정 가격이 형성되면 거래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배출권 거래 활성화를 위해 이달부터 배출권 거래제 총괄 업무를 환경부에서 기획재정부로 이관했다. 백용천 기재부 미래경제전략국장은 “그간 환경부 주도로 업무를 하다 보니 기업이 제도를 환경 규제로 받아들인 측면이 있었다”며 “신산업 혁신과 육성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박민우 minwoo@donga.com /이건혁·정민지 기자
#온실가스#배출권#예비물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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