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nomic Review]편견 많은 뇌전증, 미주신경자극으로 치료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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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증 / 미주신경자극 치료


소크라테스, 도스토에프스키 알렉산더 대왕, 반 고흐, 노벨 등이 앓았던 병. 그리스어로 ‘외부 악령에 의해 영혼이 사로잡힌다’는 뜻에서 유래한 뇌전증(Epilepsy)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이 앓고 있는 질병이다. 최근 들어서는 고령 인구가 크게 늘어나며 그 발생 빈도가 급증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만 25만 명가량의 뇌전증 환자가 치료를 받고 있다. 뇌전증은 치료를 통해 증상 치료가 가능하지만 불치병이란 왜곡된 인식으로 여전히 많은 환자가 차별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뇌전증에 대한 오해가 정상적인 치료를 방해해


2011년이전엔 간질이라고 불리던 뇌전증은 사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병이다. 장소와 시간에 관계없이 발작이 발생할 수 있어서 환자들은 신체적 손상 위험은 물론, 우울증과 불안증 등 정신적인 고통을 주기도 한다. 약물 치료의 발전으로 65% 이상의 환자가 거의 완전하게 증상 조절이 가능하지만, 진짜 고통은 주변의 잘못된 인식으로 정상적인 치료조차받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병보다 오해가 더 무섭다’는 의학계의 속설이 가장 잘 반영되어 있는 예이다.

뇌전증은 다양한 원인에 의하여 발생하고 원인에 따라서 예후도 크게 다르므로 정확한 진단이 선행되어야 한다. 뇌전증의 흔한 원인으로는 해마경화증, 두부외상 등의 뇌손상, 대뇌 피질이형성증, 뇌혈관기형, 뇌종양, 뇌염, 뇌경색, 유전자 이상 등이다.

무엇보다 이 같은 뇌전증은 고령화 사회에서 주목해야 할 질병으로 알려져 있다. 뇌전증은 60세가 지나면 그 발생률이 현저하게 증가하는데, 고령자의 경우 뇌전증의 원인이 젊은이와 다르고 치료 방법의 선택에도 큰 차이를 보인다.

특히 동반된 질환이 많아 약물 상호작용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항경련제의 선택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 같은 뇌전증 치료는 일차적으로 약물을 통해 이뤄진다. 뇌전증 진단 환자의 70% 정도는 항경련제를 일정 기간 적절히 복용하는 것만으로도 경련 발작을 멈추게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머지 30% 정도의 환자는 항경련제를 적절하게 복용해도 일상생활의 지장을 초래해 수술 치료가 필요하다.

가장 안전하고 경제적인 치료법, 미주신경자극(VNS) 치료


현재 시행되고 있는 뇌전증의 비약물 치료 중 가장 안전하고 경제적인 방법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미주신경자극 치료’다. 이 치료법은 기존의 뇌절제 수술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경우 신경 조직의 자극을 통한 신경조절(Neuromodulation) 치료를 고려하게 되며, 이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대표적인 신경자극술이다.

무엇보다 이 방식은 약물을 복용하는데도 발작이 지속되는 환자, 약물 치료에 따른 심한 부작용을 겪는 환자나 수술로 뇌전증 유발 부위의 제거가 불가능한 환자 등에게 적합하다. 이들에게 미주신경자극 치료는 무기력증을 개선하고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등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할 수 있으며 개개인에게 맞는 전기자극 강도를 설정해 최적의 증상 완화를 도모할 수 있다. 또한 2005년부터 의료보험이 적용되어 환자 부담이 크게 줄어들었다. 조직 파괴 수술이 아니므로 더 나은 치료법이 나오면 언제든 새로운 치료법을 적용하는 게 가능하다. 약물과 상호 작용을 하지 않으므로 어떤 약물과도 병행 치료가 가능한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치료의 권위자로 널리 알려진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홍승봉 교수(대한뇌전증학회 회장)는 “뇌전증 치료는 질병에 대한 올바른 이해로부터 시작된다”며 “약물 부작용이 없고 여러 가지 이점을 가진 미주신경자극 치료는 약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주신경자극 치료가 뇌전증 환자들과 그 가족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태현지 기자 nadi11@donga.com
#economic review#뇌전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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